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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강리

시인

오늘이 2013년의 마지막 날이다. 우리 앞에 영원히 오지 않을 시간의 허울이 남아 켜켜이 쌓이는 인적의 뒤안길에 화석으로 침묵할 뿐, 우리와 다시 만날 수 없는 오늘이다. 사람들은 지금 오늘과 석별을 나누는 엄숙한 의식을 저마다 마음속으로 시행하고 있을 것이다.

여러 종류의 음향 중에서도 가장 장엄하고 감명 깊은 것은 묵은해를 울려 보내는 제야의 종소리라고 C. 램은 읊조렸다. 그러나 한편 생각하면, 제야라는 고별의 플랫폼에는 기적도 없고 흔드는 손수건도 없고 다시 돌아온다는 언약도 없다. 다만 어두운 밤만이 사방을 꽉 채우고 있을 뿐이다. 아쉬움과 서글픔을 남기고 사라져 가는 순간일 뿐이다. 역사의 작은 마침표 하나가 지금 막 준비되어, 놓일 자리와 시간을 찾고 있는 것이다. 인생사에 있어서도 회한과 반성과 거듭 뇌는 다짐만이 제야의 촛불처럼 가물거린다. 시인 함윤수는 '종착 모르는 지리에서/ 숙아, 시들은 장밀랑 버리고/ 산호의 꿈을 마련하자/ 부질없는 상상일랑 버리고/ 어서 창을 열라.'고 제야를 노래했다. 우리는 이 제야와 경건하고 숙연한 마음으로 이젠 이별해야 한다. 그것이 고통으로부터의 해방이다. 새로운 날의 창문을 여는 첫 번째 희망의 동작이다. 각기 사정은 다르지만, 한반도의 남과 북은 지금 몹시 시끄럽다. 부도덕한 소음, 부정한 윤리, 부당한 명예욕과 자기 합리화를 위한 술수가 자갈밭에 바퀴 구르는 소리 같은 시끄러운데, 여기서 벗어나기 위해서라도 이 제야의 종소리는 땅에 묻히고 제야를 밝히던 촛불도 꺼야한다. 제야와 함께 이 땅의 남과 북에서 정당하지 못한 일체의 권력은 사라지고 존중받지 못한 인권은 모든 이에게 밝아오는 새해처럼 사무쳐야 한다.

그리하여 새해에는 신동엽이 절규했던 것처럼 '껍데기는 가라./ 한라에서 백두까지/ 향그러운 흙가슴만 남고/ 그 모오든 쇠붙이는 가'고 4월의 알맹이, 동학년 곰나루의 아우성, 빛나는 부끄럼만 남아라. 이 땅에서 부정, 부패, 비리, 폭력, 오만, 불통, 전근대적 권위주의는 모두 모두 가라. 갑오년 새해의 이 땅에는 불쌍한 이들을 위해 바치는 기도와 힘없는 이들을 위한 작은 잔치 상만 남고 모두 떠나가 준다면 '온 겨레 정성됨이 해 돼 오르니 이 설날 이 아침이 더 찬란할 터이고, 그 누구도 겨울더러 춥다하지 않을 것'이거늘 어찌 우리만 이렇게 추운 것인가.

우리 주변은 온통 한랭전선이다. 일본이, 중국이, 북한이 한 시대의 추위를 장전하고 언제든지 발사할 태세를 갖추고 있다. 역사의 눈폭탄을 맞은 적이 어디 한두 번인가. 그들의 껍데기와 그들의 쇠붙이가 이 땅을 겨냥하고 있는 지금, 우리의 내부는 어떤가. 요즘 젊은 대학생이 붙인 대자보가 시사하는 것처럼 우리는 지금 '안녕하지 못하다.' 극단주의로 흐르는 양쪽의 패거리들이 국민의 갈피를 혼란시키고 있다. 도무지 갈피를 잡을 수 없는 캄캄한 어둠 속이다. 방향을 식별할 수 있는 촛불이 모두 꺼져 있는 칠흑이다.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작은 성냥 개피 하나라도 우리 손으로 마련하여 준비하지 않으면 안 될 위급지경이다. 여야가 진솔한 인간애로써 머리를 맞대고 허심탄회하게 나라와 겨레의 갈 길을 정하고 역사의 횃불을 밝혀야 함에도 우리 정치에서 그걸 기대할 수 없는 지금이고 보면, 우리가 할 일은 명약관화하다. 저열한 정치 광장의 한 구석을 지켜오고 있는 노쇠하여 병들고 썩은 나무들을 뽑아내고 백년이나 오백년의 수령을 자랑할 수 있는 건강한 새 나무를 심어야 한다. 새로 심은 정치의 나무들이 무성하게 자라서 온갖 새들의 둥지가 되고 더운 여름의 그늘이 되고 꽃피워 맺은 열매로 식량이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 나무의 주인은 우리들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민주주의와 시장경제 원칙을 준수하는 자본주의 체제를 최선의 가치로 보듬어 왔다. 그래서 민주주의적이기를 기대하고 소망한다. 민주주의는 국민적 합의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통치를 내세운 독선, 독단이어서는 결코 안 된다. 군부 출현의 억지춘향과 같은 변명, 국민 합의 없는 남북 경협, 졸속적 망상인 4대강 치수대책 등의 독선과 독단은 통치의 흉화다. 대통령, 국회의원, 지방자치단체 장들 모두는 후보 시절의 모습으로 돌아가 주기를 간절히 바라면서 새해를 맞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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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일보가 만난 사람들 - 단양교육지원청 김진수 교육장

[충북일보] 몇 년동안 몰아친 코로나19는 우리 나라 전반에 걸처 많은 염려를 낳았으며 이러한 염려는 특히 어린 아이들에게 실제로 학력의 위기를 가져왔다. 학력의 저하라는 위기 속에서도 빛나는 교육을 통해 모범 사례로 손꼽히는 단양지역은 인구 3만여 명의 충북의 동북단 소외지역이지만 코로나19 발 위기 상황에서도 잘 대처해왔고 정성을 다하는 학교 지원으로 만족도도 최상위에 있다. 지난 9월 1일 자로 단양지역의 교육 발전에 솔선수범한 김진수 교육장이 취임하며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고 있다. 취임 한 달을 맞은 김진수 교육장으로부터 교육철학과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과 단양교육의 발전 과제에 대해 들어 본다. ◇취임 한 달을 맞았다, 그동안 소감은. "사자성어에 '수도선부(水到船浮)'라는 말이 있다. 주희의 시에 한 구절로 강에 물이 차오르니 큰 배도 가볍게 떠올랐다는 것으로 물이 차오르면 배가 저절로 뜨더라는 말로 아무리 어렵던 일도 조건이 갖춰지면 쉽게 된다는 말로도 풀이할 수 있다. 교육장에 부임해 교육지원청에서 한 달을 지내며 교육장의 자리가 얼마나 막중하고 어려운 자리인가를 느끼는 시간이었다. 이렇게 어렵고 바쁜 것이 '아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