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기사

이 기사는 0번 공유됐고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신종석

청주중앙도서관 영양사

저녁 식사 후 차 한 잔을 마시며 거실 벽을 바라보니 달력이 달랑 한 장 남았다. 앙상한 가지가 바람에 흔들리듯 서있는 건조한 풍경이다. 벌써 한 해 동안 움켜쥐었던 모든 것을 놓아버릴 때 인가 싶어 마음이 착잡하다. 한해를 뒤돌아보고 나의 한해를 정산해야할 시간이 되었다.

뒤돌아보니 나는 늘 뛰고 있었다. 무엇이 그리 급한지 잠시도 여유를 가지지 못하고 바쁘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다. 하루하루를 종종 거리며 허둥댔다. 꽃이 피고 지는 것도, 바람이 머물다 가며 들려주는 이야기도, 들을 여유가 없었다. 그러다 보니 내가 생각했던 일들이 빨리 진행되지 않으면 가슴이 먼저 두근거렸다. 화가 나기도 하고 조급증이 나를 불안ㅁ하게 했다. 직장에서도 집에서도 들뜬 하루를 시작하고 허둥거리며 하루를 끝냈다. 아이들이 내 마음대로 움직여주지 않으면 소리 먼저 높아졌다. 왜 이러지 싶어 뒤돌아보니 올해도 몇 걸음 남지 않았다. 내가 정신없이 뛰는 사이 들꽃은 피었다 지고 들판은 황량해 졌으며 숲은 반성하는 모습으로 낙엽을 떨구고 안식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강물은 서두르지 않고 늘 같은 걸음으로 흐르고 있으며 노을은 느리게 걸어온 사람에게만 "참 잘했어요." 라고 붉은 도장을 찍고 있었다. 나만 바쁘게 뛰고 있다.


"인디언들은 이따금씩 달리는 말에서 멈추어 서서 뒤를 돌아본단다. 자기가 너무 빨리 달려와 자신의 영혼이 미처 따라오지 못할까봐 영혼이 따라오기를 기다린단다." 나는 영혼을 기다려 주지 못하고 몸만 너무 멀리 뛰어 온 것만 같다. 혼이 나간 생활을 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삶을 마치 경주라고 생각하는 듯해요. 목적지에 빨리 도달하려고 달리는 동안 주변에 있는 아름다운 경치는 모두 놓쳐버리는 거예요. 그리고 경주가 끝날 때쯤엔 자기가 너무 늙었다는 것을 알게 되고, 목적지에 빨리 도착하는 건 의미가 없다는 것을 알게 되지요." 어린 날 읽었던, 진 웹스터의 동화「키다리 아저씨」중에 나오는 말이다. 목적만을 향하여 무조건 뛰어가는 사람들에게 던지는 메시지이다. 그 글귀가 불현듯 생각나는 12월이다

느리게 산다는 것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더군다나 물질문명의 편리에 익숙해졌기에 그 편리함을 버리기가 쉽지 않다. 느리게 사는 것이 게으르고 소극적인 삶이며 손해 보는 것이라는 생각이 나를 지배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기에 나는 열심히 산다는 핑계로 속도를 내고 그것도 모자라 가속도가 붙은 나의 삶은 제어하기가 쉽지 않았다.

이제는 브레이크 페달을 밟아야 할 때다. 멈추어 서는 연습이 필요하다. 멈추어서면 보이는 것들이 너무 많다. 그동안 스치고 지나갔던 것들이 눈에 들어온다.

여유를 갖는다는 것은 사람과 사람이 소통 할 수 있는 시간을 만드는 것이다. 나만이 아닌 우리가 함께 할 수 있는 시간 말이다. 지나간 시간도 한번 되돌아보고, 친지나 이웃들의 안부도 한번쯤 걱정하고 먼 훗날 내 모습도 한번쯤 생각해봐야겠다. 한해를 마무리하는 12월이 되니 생각이 많아진다.

이제 한해의 시작점에 서 있다. 새해에는 정말 천천히 갈 작정이다. 들뜬 마음을 다잡고 바쁜 걸음을 늦추고 눈높이는 낮추고 살아야겠다. 정말로 행복한 삶이 무엇인지 진지하게 생각하면서 살고 싶다.

새해에는 속도 경쟁을 멈추고 기다려주고 바라봐주며 도닥여주는 한해가 되었으면 좋겠다.
배너
배너
배너

랭킹 뉴스

Hot & Why & Only

실시간 댓글

배너
배너

매거진 in 충북

thumbnail 308*171

박해운 충북도체육회 사무처장, "동계훈련으로 전국체전 6위 탈환 노릴 것"

[충북일보] 박해운 충북도체육회 사무처장이 "이달부터 동계 강화훈련을 추진해 내년도 전국체전에서 6위 탈환을 노리겠다"고 밝혔다. 박 사무처장은 1일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올해 전국체전에서는 아쉽게 7위를 달성했지만 내년 전국체전 목표를 다시한번 6위로 설정해 도전하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지난달 초 사무처장에 취임한 박 사무처장은 "우수한 성적을 거두기 위해선 우수한 선수가 필요하고, 우수한 선수를 영입하기 위해선 예산이 필수"라며 "전국 최하위권 수준에 있는 예산을 가지고 전국에서 수위를 다툰다는 점에선 충북지역 체육인들의 열정과 땀의 결실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체육 분야에 대해서만 예산지원을 요구할 수 없는 입장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적 향상을 위해 예산 확보를 위해 다각적으로 힘쓰겠다"고 강조했다. 박 사무처장은 도체육회 조직확대 계획도 밝혔다. 현재 24명의 도체육회 인원을 29명으로 증원시키고 도체육회를 알려나갈 홍보 담당자들에 대해서도 인원을 충원할 방침이다. 박 사무처장은 "현재 도체육회의 인원이 너무 적어 격무에 시달리고 있다"며 "전국에서 가장 도세가 약한 제주도의 경우에도 체육회에 30명이 넘는 직원이 근무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