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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창중

성화초등학교 교장, 소설가

어느 날, 공자가 조카 공멸을 만나 물었습니다.

"네가 그 자리를 맡아 일하면서 얻은 것은 무엇이며 잃은 것은 무엇이냐."

공자의 말을 들은 공멸의 표정이 어두워졌습니다.

"예, 얻은 것은 하나도 없고 잃은 것만 세 가지가 있습니다. 첫째, 일이 너무 많아 공부를 전혀 못하고 있으며, 둘째, 보수가 적어 부모님과 친척들을 제대로 봉양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셋째, 시간이 없어 친구들을 만나지 못해 그들을 잃어 가고 있습니다."

공자는 다시 공멸과 같은 직위에서 같은 일을 하고 있는 자천을 만나 같은 질문을 해 보았습니다. 자천은 가볍게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습니다.

"예, 저는 잃은 것은 하나도 없고 세 가지를 얻었습니다. 첫째, 책으로 배운 것을 생활 속에서 직접 실천해 봄으로써 진정으로 깨달음을 얻을 수 있었고, 둘째, 보수가 넘치지도 않고 모자라지도 않을 정도로 적당하기에 근검절약을 몸에 익힐 수 있었으며, 셋째, 공무를 하면서 새로운 친구를 많이 사귈 수 있었습니다."

다음 이야기.

어느 해, 크리스마스날 저녁,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구세군은 변함없이 종을 딸랑거리며 온정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때 한 스님이 지나가다 걸음을 멈추고는 구세군의 옆에 짐을 주섬주섬 풀어놓더니 그 자리에 주저앉아 목탁을 두드리며 시주를 받기 시작했습니다.

구세군은 짐짓 당혹스러웠으나 모른 체 계속 종을 흔들었습니다. 구세군의 종소리와 스님의 목탁소리가 묘한 화음을 만들며 시가지에 울려 퍼졌습니다. 시간이 흐르자 이 묘한 광경을 지켜보기 위해 구경꾼들이 몰려들기 시작했습니다. 그들은 호기심을 잔뜩 돋운 채 소리 없이 양쪽을 응원했습니다.

'구세군 이겨라!'

'스님 이겨라!'

몰려든 구경꾼들 덕분에 지나가던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고 그곳을 들여다보게 되었고 들여다 본 모두는 구경꾼들과 같은 마음으로 자신의 마음이 끌리는 곳에 돈을 넣었습니다. 그러면서 어느 쪽에 많은 돈이 모였는지 슬쩍 곁눈질을 하곤 했습니다.

양쪽 진영(?)의 경쟁 덕분에 기부금은 순식간에 기대 이상으로 쌓였습니다. 한참 후, 스님은 시주를 멈추고 주위를 힐끗 돌아보더니 쌓인 돈을 세기 시작했습니다. 얼핏 보기에도 상당히 많은 액수였습니다.

돈을 모두 센 스님은 씨익 웃으며 자신의 짐을 챙겨 몸을 일으키더니, 자신의 뭉칫돈을 구세군의 자선냄비에 쑥 집어넣었습니다. 그러더니 뒤도 돌아보지 않고 어디론지 사라져 버렸습니다. 모여 섰던 사람들은 일순 총 맞은 것처럼 멍한 표정이 되었습니다.

처음의 이야기에서 공멸과 자천은 같은 일을 하고 있지만 전혀 다른 삶을 살았습니다. 같은 상황을 두고 자천처럼 긍정적으로 받아들인다면 엔도르핀이 다량 분비되어 불가능한 일마저 가능하게 되겠지만, 부정적인 사고방식에 젖게 되면 역으로 아드레날린이 다량 분비되어 가능한 일도 불가능하게 만든다는 것이 우리네 상식입니다.

요즈음 보면 나랏일을 한다는 사람들이 공멸과 자천처럼 같은 일을 두고도 달리 생각하며 긍정패와 부정패로 나뉘어 극단적으로 대립하는 경우가 잦습니다.

국정원의 대선 개입이나 NLL 포기 발언을 두고 극명하게 다른 견해를 보이는 여당과 야당의 다툼이야 이미 정평이 나있는 일이고, 지방에서도 보수와 진보가 같은 일을 두고는 다른 목적을 가지고 치열하게 성명전을 전개하며 치고받는 것을 자주 대할 수 있습니다.

빛나는 새해, 대립하는 모두가 앞이야기 속의 자천이나 뒷이야기 속의 스님처럼 통쾌한 모습으로 변모해 공공선(公共善)을 향해 힘차게 매진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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