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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강리

시인

다음 주가 성탄절이다. 하늘엔 영광, 땅에는 평화를 외치는 간절한 기도소리가 지구상에 넘쳐날 것이다. 예전만은 못하지만, 그래도 거리에는 크리스마스 캐럴이 울려 퍼지면서 고단한 삶에 구겨진 우리 맘을 어느 정도는 다려 줄 것이다. 그리스도 교인이건 아니건 간에 그의 가르침인 사랑이 사람들의 가슴에서 가슴으로 흘러넘치기를 간곡히 바라는 기도소리도 높아갈 것이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팍팍한 오늘의 살림살이가 좀 더 나지기를 바랄 것이고, 비열한 정치가 품격 있고 생산적인 정치로 순화되기를 소망하는 바람도 높아갈 것이다.

어느 종교의 가르침을 따르건 간에 우리가 믿는 건 오직 하나 '진리'뿐이다. 만고불변의 진리는 곧 사랑이다. 인류에게 사랑을 전파하고 그 사랑이 강물처럼 흐르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여러 성인들이 출현하여 지금까지 우리 마음속에서 우리와 함께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그들이 바로 마호메트와 공자와 석가모니와 예수다. 모두 아시아인이다. 그러므로 아시아는 성인들의 요람이다. 이들 중 석가모니를 제외하고는 자랑 삼을 만한 출신성분이 아니었다. 출생 순으로 장자인 마호메트는 중동 지역 사람으로 조실부모하고 조부와 숙부 슬하에서 성장하여 장사꾼(隊商) 노릇을 했던 이다. 공자는 중국의 춘추시대 노나라에서 정식 결혼도 하지 않은 내연관계의 여인에게서 혼외 자식으로 태어났다. 널리 알려진 것과 같이 예수는 미혼인 목수 요셉과 마리아에게서 성령으로 잉태되어 세상에 나신 영웅신화적 인물이다. 다만, 석가모니만 우월적 신분을 지닌 존재였다. 카필라성을 통치하던 정반왕의 장자로 장차 보위에 오를 태자였기 때문이다.

이들은 광야를 헤매면서 도를 갈구했고 핍박과 조롱 속에서 선을 지향하여 인간을 더 높이 들어 올리려 했다. 어지러운 세상, 캄캄한 어둠 속에서 고통 받는 인류를 구원하기 위하여 자신은 속죄양이 되어 희생당했다. 그들이 원했던 세상은 사랑과 자유와 평등의 진리가 숲처럼 울창한 피안의 세계였다. 그들은 모두 성인 이전에 인간이었고 나 아닌 다른 사람을 위해 희생을 선택한 이들이었다. 특히 석가모니와 예수가 그랬다. 그러나 이 둘은 많이 같으면서 많이 다른 점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석가모니는 귀족의 신분으로 금빛 찬란한 고대광실 궁궐에서 온갖 생명이 왕성한 5월에 빛과 꽃에 둘러싸여 태어났다. 예수는 천한 신분으로 만물이 얼어붙어 생명이 유예 당한 12월에 춥고 더러운 마구간에서 별빛을 받으며 양들의 울음에 싸여 태어났다. 탄생 환경이 그렇게 달랐던 것처럼 수도의 동기나 자세도 천양지차다. 석가모니는 지극히 가정적, 개인적인 문제로 수도를 결심했다. 자기를 낳고 죽은 어머니, 자기를 길러주고 보살펴주던 할머니의 늙음과 질병에 대해 묵상하던 그는 인간의 태어남과 늙음과 질병과 죽음의 고통에서 해탈할 수 있는 길을 찾기 위해 구도의 순례를 시작했다. 구도의 순례는 천하를 방랑하는 고행이었다. 고행 끝에 보리수나무 아래서 대각견성의 득도로 성불, 1,250 명의 제자를 거느리고 자비를 외치면서 인간 구원의 목탁을 두드리며 80 평생을 헌신했다.

예수는 로마 왕 아우구스투스의 말발굽 아래 동족이 신음하는 처참한 사회 현상을 목격하면서 온 땅에 평화를 구현하기 위해 단 12명의 제자만을 데리고 '하느님의 사랑'을 이 세상에 심어나갔다. 그럼에도 회개하지 않는 세상의 죄를 대신하여 마침내 골고다 골짜기에서 여러 흉악범들과 함께 십자가에 못 박혀 죽은 다음 사흘 만에 부활하여 승천하였으니 불과 그의 나이 30을 넘긴 얼마 후였다. 이런 점에서 인간 구원의 공동선을 짊어진 두 성인이었으되, 석가와 예수는 아주 다른 발자국을 남겼다.

여기서 우리는 부처님과 예수님을 각기 다른 개체로 보기보다는 고도(godot)의 구현체로 인식해야 옳지 않을까. 그들은 진리였고 그들은 진리 안에 불타는 사랑이었고 세상의 모든 악을 사랑으로 물리치려 했다는 점에서 그렇다.

이제 다음 주 수요일이 성탄절이다. 그리스도인이 아니라도 춥고 가난한 이웃을 위해 한 켤레의 보온 장갑이 되어주고 한 주발의 밥그릇이 되어 줄 채비를 차려 이웃 속으로 들어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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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일보가 만난 사람들 - 단양교육지원청 김진수 교육장

[충북일보] 몇 년동안 몰아친 코로나19는 우리 나라 전반에 걸처 많은 염려를 낳았으며 이러한 염려는 특히 어린 아이들에게 실제로 학력의 위기를 가져왔다. 학력의 저하라는 위기 속에서도 빛나는 교육을 통해 모범 사례로 손꼽히는 단양지역은 인구 3만여 명의 충북의 동북단 소외지역이지만 코로나19 발 위기 상황에서도 잘 대처해왔고 정성을 다하는 학교 지원으로 만족도도 최상위에 있다. 지난 9월 1일 자로 단양지역의 교육 발전에 솔선수범한 김진수 교육장이 취임하며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고 있다. 취임 한 달을 맞은 김진수 교육장으로부터 교육철학과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과 단양교육의 발전 과제에 대해 들어 본다. ◇취임 한 달을 맞았다, 그동안 소감은. "사자성어에 '수도선부(水到船浮)'라는 말이 있다. 주희의 시에 한 구절로 강에 물이 차오르니 큰 배도 가볍게 떠올랐다는 것으로 물이 차오르면 배가 저절로 뜨더라는 말로 아무리 어렵던 일도 조건이 갖춰지면 쉽게 된다는 말로도 풀이할 수 있다. 교육장에 부임해 교육지원청에서 한 달을 지내며 교육장의 자리가 얼마나 막중하고 어려운 자리인가를 느끼는 시간이었다. 이렇게 어렵고 바쁜 것이 '아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