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기사

이 기사는 0번 공유됐고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웹출고시간2013.12.12 14:14:30
  • 최종수정2013.12.12 14:14:30

윤상원

영동대학교 발명특허학과 교수 (사)한국발명교육학회 회장

드디어 해냈다. 12월 5일 '김장 문화'가 당당히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등재된 것이다. 등재를 신청한 지 1년 9개월 만이다. 전 세계인들에게 '정(情) 문화'의 진수(眞髓)를 보여줬다. 한국인의 고유 풍습이 세계화 시대의 문을 활짝 열었다. 너무나 기쁜 일이다.

김장의 역사는 짧게 잡아도 천 년은 족히 된다. 김장 김치는 영양상으로도 완전한 식품으로 한국인만이 가질 수 있는 에너지의 원천이다.

유네스코는 "한국인의 일상생활에서 세대를 거쳐 내려온 김장이 이웃 사이의 나눔 정신을 실천하고, 공동체의 연대감과 정체성을 증대시켰다."고 평가했다. 한·중·일 3국의 치열한 '김치 전쟁' 판국에 김치 종주국이 승리를 거머쥔 당연한 쾌거였다. 결국, 김장은 누구도 해내지 못할 진정한 애국자로 등극했다.

그럼에도, 나라 안팎으로 김장 문화가 위기를 맞고 있다. 국내에서는 김장하는 사람이 점차 감소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1인 가구의 증가, 거주 유형 및 생활방식 변화가 주된 원인으로 파악되고 있다.

한·중·일 김치 전쟁에서는 한국이 빈번히 패하고 있다고 소식이다. 최근 일본의 한 언론에서는 "김치와 김장 문화가 유네스코에 등재되었지만, 정작 한국에서는 중국산 김치가 많아 진짜 한국산 김치를 맛보기 힘든 상황이다."라고 보도했다.

농민이나 김치 생산 업체들이 울상이다. 국내 김치 시장 상당 부분을 중국산이 장악하고 있어서다. 중국산 김치가 우리 식탁을 야금야금 잠식하고 있다. 일본의 김치 제조업체들은 한국 숙성 김치 맛에 최대한 근접하기 위해, 꾸준한 연구를 통해 특허기술 발굴과 포장용기 개선(다양화, 소량화)으로 시장점유율을 점차 확대하고 있다. 이러다가 김치 종주국에서조차 한국산 김치 구경하기가 힘들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김치 전문가들에 의하면, 한국 김치는 연구개발 투자 부족, 다수의 영세업체 난립, 마케팅 능력 미비, 원료 공급의 불안정, 수출의 대일 의존도 심화 등이 발목을 잡고 있다고 지적한다. 응급처방전이 시급한 상황이다.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등재되었다고 모든 문제가 끝나는 건 아니다. 김치 전쟁은 지금부터 시작일 뿐이다.

그 출발점을 '한국인의 손맛'에서 찾아보자. 한국인의 손맛은 천부적인 손기술에서 녹아 나온, 약손이면서 매운맛이자 맛 손이기도 하다. 긴 역사의 손맛 때문인지 한국 김치는 맵고 짜고 시원한 맛이 일품이다. 반면 중국산 김치는 고소한 맛이 떨어지고 쉽게 무른다. 또 일본 김치는 매운맛보다 단맛이 훨씬 강하다. 한국산 김치를 맛본 외국인들의 소감이 생생하다. "취향은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뭐든지 본 고장이 최고죠."

천 년의 전통을 가진 한국인의 김치 맛의 결정체는 그 누구도 모방하지 못한다. 진정한 김장 김치 맛은 한민족의 DNA 코드 없이는 결코 나올 수 없다. 간단한 먹거리 같지만, 결코 쉽지 않음이다. 손가락 끝을 통해 세계인을 홀릴 김장 김치의 탄생은 시간문제다. 우리가 가장 믿을 만한 존재다. 가장 빠르고 확실한 김장 세계화의 첩경이 되는 길이기도 하다.

정녕 한국인의 에너지가 응집된 '천 년의 맛' 김치를 왜 방치해야만 한단 말인가· '재물은 모으기보다 지키기가 어렵다'는 격언이 있다. 천 년의 역사를 간직한 김장이 이제 '큰 보물'로 인정받았다. 무작정 굳건히 지킬 일만 남았다.
배너
배너
배너

Hot & Why & Only

실시간 댓글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