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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3.12.10 16:06:07
  • 최종수정2013.12.10 16:06:07

박선예

수필가

12월은 누구나 한해를 마무리하고 희망찬 새해 계획을 세우는 특별한 달이다. 그동안 신세졌던 이들에게 감사를 전하고, 마음을 나누었던 사람들과는 축복과 사랑을 나누는 의미 있는 달이며, 종교와 이념 국적과 나이를 떠나 국제적인 연중행사가 되어가고 있는 성탄절이 속해있는 달이기도 하다.

몇 해 전만 하더라도 12월로 접어들면 많은 상점들과 가정은 크리스마스트리를 장식하였었다. 거리마다 캐럴이 흥겨웠고 산타클로스 복장을 한 사람들로 넘쳐났다. 각 방송국에서도 경쟁하듯 특집방송을 내보냈고 시내중심에는 구세군냄비가 등장하였다. 연말이 되면 누구나 이웃돕기 성금 모금에 동참하였고 그것이 한해의 마무리였다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덕분에 세상은 활기와 사랑이 가득 찼었다.

저녁을 먹고 아이들에게 줄 선물을 사러 시내에 나갔다. 낮 시간을 피하고 굳이 밤을 택한 이유는 매년 이맘때의 거리풍경과 분위기를 기대하였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뜻밖이었다. 거리는 한산하였다. 그 많던 크리스마스트리와 산타는 어디로 가고 이 거리 저 거리에서 넘쳐흘렀던 크리스마스캐럴은 다 어디로 보내졌는지. 2013년 크리스마스경기가 실종된 듯하다. 어찌된 일일까·

중학교 일 학년 때이다. 당시 우리가족은 여러 집과 한 대문을 사용하고 있었다. 그중 북한에서 내려온 부부가 삼년정도 우리랑 살았는데 자그마한 몸집의 아주머니는 당시 흔치않았던 마요네즈도 척척 만들어내고 식빵이나 비스킷도 잘 구웠다. 아저씨는 영어에 능숙했고 노래도 잘 불렀으며 우리들과도 잘 놀아주는 분이었다.

펑펑 눈이 내리던 어느 날, 아저씨가 우리들을 불러 모았다. 아저씨는 방에서 큰 종이상자를 안고 나왔다. 크리스마스 장식용품으로 가득하였고 우리들은 처음 보는 장식품에 빠져 정신없이 크리스마스트리를 만들었다. 어느새 우물 옆의 비뚤어진 향나무는 울긋불긋 변해 있었다. 아저씨가 전기를 연결하자 전구들이 반짝반짝 빛을 내었고 그 빛을 받고 향나무트리가 더욱 화려해졌다. 모두들 손뼉을 치고 소리를 지르며 팔짝팔짝 뛰었다. 아저씨는 크리스마스트리 앞에서 산타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언니와 나는 아저씨의 이야기를 믿지 않았지만 어린 동생들의 눈은 초롱초롱 빛이 났다.

12월 25일 한바탕 소동이 일어났다. 아이들은 각자의 양말 속의 선물을 꺼내보느라 야단이었다. 학용품이나 과자가 대부분이었다. 언니와 나는 검정색 밴드스타킹 한 켤레씩을 선물로 받았다. 아저씨의 따뜻한 마음이 내 마음으로 전해오는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일까. 다른 스타킹보다 더 아껴 신었고 스타킹을 쌌던 포장지는 곱게 접어 오랫동안 책상 속에 보관했었다.

아저씨 부부는 곧 이사를 갔다. 하지만 크리스마스트리는 겨우내 우물가를 지켰고 다음 해부터 우리 오남매의 손으로 향나무 크리스마스트리가 만들어졌다. 결혼 후에도 12월의 크리스마스트리는 필수가 되었었다. 그런데 언제부터였을까. 크리스마스트리를 만들지 않았다. 아마 내 아이들이 자라 산타할아버지의 실체를 알아 챈 다음부터 인 것 같다. 생각해보니 크리스마스를 무심히 보내면서 행복의 농도도 옅어지지 않았나 싶다.

문방구에 들러 크리스마스트리용 나무 한그루와 장식용품을 사는데 상점 주인이 자꾸 말을 걸어온다. 유치원 하는 사람이냐고. 교회에서 왔냐고. 요즘 장사가 안 되어 너무 힘들다고......,

경제가 힘들긴 정말 힘든가보다. 계속되고 있는 전·월세 대란과 사상 최대를 기록하고 있는 가계대출, 늘어나는 사교육비를 감안한다면, 먹을거리마저 아껴야 하는 것이 현실이다. 국민의 절반가량이 자신을 하층민으로 생각하고 있다하니, 보통사람들에게 크리스마스트리는 이제 사치가 되어버렸다. 새삼 산타클로스의 선물이 그리워지는 계절이다. 몸도 마음도 추워진 지금, 산타클로스는 다 어디로 갔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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