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기사

이 기사는 0번 공유됐고 8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최창중

성화초등학교 교장, 소설가

필자는 천주교 신자입니다. 1989년에 세례를 받았으니까 이미 25년이 다 되어갑니다. 그동안 일부 사제들의 오만한 행동으로 인해 천주교 신자로서 부끄러움을 가질만한 사건이 종종 있었습니다. 지난 11월 22일에도 그러한 사건을 접했습니다. 정의구현사제단 소속 일부 사제들이 군산의 수송동 성당에서 시국 미사를 열었던 것입니다.

비록 일부 사제이긴 하지만 북한의 연평도 포격 도발 3주기인 11월 23일을 하루 앞둔 시점에 도발을 두둔하고 천안함 폭침을 부정하는 듯한 발언을 한 것은 그날의 눈물이 채 마르지도 않았는데 적을 이롭게 하고 적의 공격 명분을 자의적으로 해석하여 인정한 것이기에 천주교 신자들은 물론 많은 국민들의 공분을 사기에 충분했습니다.

필자도 험구를 퍼붓고 싶은 심정이나 일개 평신도가 사제를 나무라기는 모양새가 나빠 원로 신부 두 분의 말씀을 인용해 볼까 합니다.

11월 24일 명동성당에서 열린 정오미사에서 천주교의 서울대교구장인 염수정 대주교는 이들의 행동을 두고 "정치 참여는 평신도들의 몫"이라고 선을 그었습니다.

염 대주교는 "가톨릭교회 교리서에서는 사제가 직접 정치적·사회적으로 개입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며 "정치구조나 사회생활 조직에 직접 개입하는 것은 사목자가 할 일이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이 발표한 '사제의 직무와 생활지침'에서도 정치나 사회활동에 적극 개입함으로써 교회적 친교의 분열을 야기할 수 있음을 경고했다"며 "사제들이 깊이 숙고해야 할 대목"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또한 그는 "북한의 연평도 포격을 정당화하는 발언은 있을 수 없다. 그러면 국가를 위해 목숨을 바친 우리 장병들은 뭐가 되는가· 천주교 사제들이 국민의 정서에 어긋나고 공산당을 이롭게 하는 일을 해서는 안 된다"고 못을 박았습니다.

한편, 대한민국수호천주교인모임의 김계춘 지도신부는 "어쩌다 신부들이 양식 있는 신자들로부터 배척받고 국민에게 욕을 먹는 존재가 됐는지 한탄스럽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미사는 합당한 장소에서 사랑과 평화의 마음으로 드려야 한다. 강론은 예수의 말씀을 풀어서 그 사상과 마음을 알아듣기 쉽게 전해 신자들이 예수를 닮도록 인도하는 것이다. 찬반이 있고, 신자들의 분열과 미움을 자아내고 나라를 혼란시키는 소재는 피해야 한다. 그런 측면에서 정치 강론은 안 된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는 신부들의 정치 활동 한계와 관련해서도 "신부는 국회의원이나 장관이 되지 못한다. 사제로서 고유 책무에 충실하라는 뜻이다. 그러니 정당들은 신부들을 정치적으로 이용해 타락시키지 말아야 한다. 이번 경우에도 민주당은 '정부가 사제단의 말씀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했다가 여론의 비판이 거세지자 마지못해 '신부님들의 충정은 이해하지만 연평도 포격과 NLL 인식에는 동의할 수 없다'고 한발 물러섰다. 처음부터 분명히 아니라고 말했어야 한다"고 매듭을 지었습니다.

일부 사제들의 정치적 편향 때문에 성당에 나가기를 싫어하는 천주교 신자가 늘어나고 있다는 이야기에 대해서는 "신자들은 정치적으로 사제들에게 순명(順命)할 의무가 없다. 정치적 편향이 심한 신부는 거부하고 다른 성당으로 옮기는 등 적극 항거해야 한다"고 권유했습니다.

두 분 원로 사제의 꾸짖는 말씀을 정리해 보니 속이 조금은 편해집니다. 다행히 필자가 다니는 성당의 신부님들은 강론 시 정의구현사제단의 시각과는 전혀 달리 김계춘 신부의 말씀처럼 '신앙의 해 폐막'이라든지 '추수 감사절' '대림시기의 마음가짐' 등 고유 책무에 충실해 혼란을 겪고 있는 천주교 신자들을 안심시키고 있답니다.
배너
배너
배너

랭킹 뉴스

Hot & Why & Only

실시간 댓글

배너
배너

매거진 in 충북

thumbnail 308*171

충북일보가 만난 사람들 - 단양교육지원청 김진수 교육장

[충북일보] 몇 년동안 몰아친 코로나19는 우리 나라 전반에 걸처 많은 염려를 낳았으며 이러한 염려는 특히 어린 아이들에게 실제로 학력의 위기를 가져왔다. 학력의 저하라는 위기 속에서도 빛나는 교육을 통해 모범 사례로 손꼽히는 단양지역은 인구 3만여 명의 충북의 동북단 소외지역이지만 코로나19 발 위기 상황에서도 잘 대처해왔고 정성을 다하는 학교 지원으로 만족도도 최상위에 있다. 지난 9월 1일 자로 단양지역의 교육 발전에 솔선수범한 김진수 교육장이 취임하며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고 있다. 취임 한 달을 맞은 김진수 교육장으로부터 교육철학과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과 단양교육의 발전 과제에 대해 들어 본다. ◇취임 한 달을 맞았다, 그동안 소감은. "사자성어에 '수도선부(水到船浮)'라는 말이 있다. 주희의 시에 한 구절로 강에 물이 차오르니 큰 배도 가볍게 떠올랐다는 것으로 물이 차오르면 배가 저절로 뜨더라는 말로 아무리 어렵던 일도 조건이 갖춰지면 쉽게 된다는 말로도 풀이할 수 있다. 교육장에 부임해 교육지원청에서 한 달을 지내며 교육장의 자리가 얼마나 막중하고 어려운 자리인가를 느끼는 시간이었다. 이렇게 어렵고 바쁜 것이 '아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