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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3.12.02 15:39:44
  • 최종수정2013.12.02 15:39:44

홍강리

시인

다른 짐승과 비교하여 인간이 기지고 있는 가장 큰 우월성은 언어적 동물이라는 점이다. 언어는 영혼의 표현이요, 인격의 도구요, 지식의 형상화다. 그 누구도 갖지 못한 언어를 인간만이 가졌다. 그래서 인간은 만물의 영장이다. 만물의 영장답게 인간은 언어를 개별적으로 사용하지 않고 일정한 규범을 만들어 공공생활에 어긋남이 없도록 하였다. 이로써 언어는 개인과 개인 간의 질서를 형성하는 방향등이 되고, 개인과 개인, 개인과 사회 간의 관계를 성립시키는 거멀못이 되기도 한다.

그런데 요즘 언어의 쓰임에 적합하도록 우리말을 사용하고 있는지를 의심하면서 고개를 갸우뚱하게 하는 예가 빈번해졌다. 퇴역 아나운서가 진행하는 지상파방송의 인기 프로그램을 즐겨 시청하다 귀에 거슬리는 단어가 너무 자주 등장하여 이맛살을 찌푸린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그가 프로그램 진행 중 수없이 쓰는 '정말'이라는 단어다. 예컨대, "오늘 이렇게 많이 찾아주신 방청객 여러분! 정말 고맙습니다."로 시작해서 50분 방송 동안 무려 10여회를 남발하니, '정말'은 참말이 아니라 '거짓말'로 확인되기도 한다. '정말'이란 어휘를 넣어 쓰지 않은 나머지 그의 말은 모조리 거짓말이라는 역설적 해석을 가능케 한다. 마땅히 고쳐야 할 방송사례다.

어느 날 어린 제자 서넛이 찾아왔다. 식사 때가 된지라 음식점에 가서 점심을 사겠노라 했더니, 금방 이어 나오는 말이 "선생님, 정말이예요·"하고 묻는 말이다. 제자를 앞에 앉혀놓고 점심 사겠다는 제의를 거짓으로 하는 스승도 있던가. 헛웃음이 나왔다. 요즘 대부분의 아이들은 어른들이 하는 말을 정말(참말)인가의 여부부터 확인하는 습관에 젖어 있다. 분명 바람직하지 못한 버려야 할 악습적인 언어관이다. 사례는 이 말고도 얼마든지 많다.

해가 뉘엿뉘엿 지는 석양 무렵이다. 평상시보다 깔끔하고 화려하게 옷차림을 한 젊은 동네 아낙이 대문 앞에 서 있어서 "어디 좋은 데 가시나 봅니다."하고 인사를 건넸더니, 그는 자기 몸을 비틀어 보이면서 "저 어때요? 섹시(sexy)하죠?" 하고 묻는다. 얼굴이 화끈거려 씩 웃어보이곤 얼른 뒤돌아서고 말았다. 선정적인 자태를 이르는 말이 섹시다. 영어 단어의 뜻을 알고 썼는지 지금도 의문이 가시지 않는다. 어린 학생들의 말투에 자주 등장하는 '완전 맛있어. 너무 예뻐. 맛있는 거 같아' 등이 우리의 언어생활을 혼란 속으로 빠뜨리는 흔한 예다. '내 입맛에 꼭 맞는 맛'을 완전 맛있다고 한다. 그럼 불완전한 맛은 무얼 뜻하나? '너무'라는 부사는 뒤에 오는 부정적 가치나 형용사를 수식할 때 쓰인다. '너무 아파, 너무 힘들어, 너무 괴로워, 너무 높아' 등과 같은 경우다. 그런데 긍정적 가치 앞에 놓는 예를 잘못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의 말투에서 듣게 된다. '너무 좋아, 공부를 너무 잘해, 너무 잘 맞아' 등과 같다. 이렇게 구별 없이, 혹은 잘못 알고 쓰는 말들이 찾아보면 우리 주변에 허다할 것이다. 어느 심리학자의 통계에 의하면, 보통사람이 생활하면서 말을 듣는 일이 45%, 말을 하는 일이 30%, 읽는 일 16%, 쓰는 일 18%라고 한다. 45%의 듣는 일을 하는 사람들을 혼란시키는 부적절한 언어의 사용을 막을 길이 없는가. 신문이나 방송이 앞장 서 바른말, 고운 말을 쓰도록 선도해 나아가야 할 것 같다. 의미와 용례에 맞는 말을 쓰는 것도 중요하지만, 또 간과해서는 안 될 게 말에 대한 책임이다. 인플레와 같은 과장된 말, 부도수표와 같은 실천할 수 없는 말, 위주지폐와 같은 의도적인 거짓말도 삼가야 한다. 인플레, 부도수표, 위조지폐의 말이 다반사인 인간 사회는 결코 건전한 문화를 꽃피울 수 없으며 마침내는 황폐한 사회를 만들고 말 것이다. 때문에 말은 절대 신용이 있어야 한다. 국민을 맞상대하는 정치가의 경우와 언론의 경우가 특히 그렇다.

태양은 우리에게 빛으로 말을 하고, 꽃은 향기와 빛깔로 말을 한다. 대기는 이슬과 비와 눈으로 말을 한다. 자연은 온갖 몸짓으로 봄과 여름을, 가을과 겨울을 소곤거린다. 말의 위대한 진실을 형상화한 J. 폴랭의 '말'이란 시를 재구성한 것이다. 폴랭의 시에서처럼 말은 자연스러워야 하고 꾸밈이나 과장이 없어야 하고 시간과 공간에 맞아야 하고 무엇보다 중요한 건, 순리에 어긋남이 없어야 한다는 것이다. 바른말, 고운 말이 꽃이 되는 세상이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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