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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철

옥천 대성사 주지

달력 한 장이 앙상한 나뭇가지의 마지막 잎새처럼 파르르 떨고 있는 모습이다.

어느덧 한 해가 저물고 있다. 세월이 참 빠르다.

올 한 해 '무엇을 하고 살았나' 되새겨본다.

정신없이 바빴다는 생각에 못내 가슴에서는 징소리가 난다.

오늘은 조용히 도량에 앉아 연꽃 종이에 꼭꼭 싸두었던 내 소망을 가슴에서 톡톡 두드려 볼 참이다.

지금의 나는 중매쟁이 스님으로 통한다.

어쩌다 중매를 잘하는 스님이 되었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처음에는 신도들의 자녀들을 하나 둘 만나게 해주다가 점점 규모가 커지게 된 것이다.

그렇다고 결혼정보회사처럼 프로그램이 완벽한 것도 아니요, 궁합을 본다거나, 조건을 따져 이리저리 엮어 짝을 엮어주는 통념적인 방법도 없다.

다만 도량에 찾아오는 선남선녀들이 마음을 활짝 열고 서로의 짝을 발견할 수 있도록 자리를 마련해 그들에게 용기를 주는 것 뿐이다.

도량을 찾아온 선남선녀 수백 쌍이 인연으로 화촉을 밝혀주었다. 인연을 만나 새롭게 인생을 펼쳐가도록 해주는 일이 왜 어렵지 않았겠는가.

잘되면 술이 서 말이요 잘 못되면 뺨이 석대라고 하지 않던가. 술이 서 말은 고사하고 거덜 난 결혼생활을 책임지라는 사람들도 참 많았다.

인연을 맺어주었다고 해서 모두 끝나는 것은 아니다. 인연 맺는 일도 세월이 흐르다보니 힘에 겹기도 하다. 이런 저런 일이 벌어져 마음 상하는 일도 참 많았다.

그럼에도 아직 선남선녀 인연 맺기를 계속하고 있다.

어느 늙은 노모의 간절한 소망과 행복한 가정을 꾸리고 싶어 하는 젊은이들의 발길이 이어지기 때문에 인연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꽃이 진다고 낙엽이 떨이진다고 꽃과 나무를 심지 않는 것은 아니다. 봄에 꽃씨를 뿌리고 나무를 심는 것은 희망이 있기 때문이다. 그게 우리의 삶인 것이다.

수많은 쌍이 피워낸 꽃을 지켜보면서 '왜 젊은이들은 결혼을 자꾸 미루는 것일까?'를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다.

대부분 '경제적인 문제 때문'이라고 하는데 꼭 그렇지도 않은 듯하다. 젊은이들이 막상 결혼을 하려고 하면 혹시나 하는 욕심스런 마음이 생긴다.

더 좋은 상대가 나타날지도 모른다는 욕심인 것이다. 자신도 모르게 짓누르는 그 욕심 때문에 자신의 짝이 나타나도 선뜻 결혼을 하지 못하는 어리석은 짓을 저지른다.

'이제 혹시나 하는 욕심을 털어버리고 마음을 내려놓자.'

'가슴을 활짝 열고 자신의 곁에 있는 인연을 인정하도록 하자.'

인연은 멀리 있는 게 아니다. 가까이에 두고도 알아보지 못하는 무지함을 서둘러 깨도록 하자.

마지막 남은 잎새의 떨림처럼 간절한 마음으로, 창자가 끊어질 듯 한 바람으로 각자의 인연들을 찾는 마지막 남은 한 달이 되길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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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일보가 만난 사람들 - 단양교육지원청 김진수 교육장

[충북일보] 몇 년동안 몰아친 코로나19는 우리 나라 전반에 걸처 많은 염려를 낳았으며 이러한 염려는 특히 어린 아이들에게 실제로 학력의 위기를 가져왔다. 학력의 저하라는 위기 속에서도 빛나는 교육을 통해 모범 사례로 손꼽히는 단양지역은 인구 3만여 명의 충북의 동북단 소외지역이지만 코로나19 발 위기 상황에서도 잘 대처해왔고 정성을 다하는 학교 지원으로 만족도도 최상위에 있다. 지난 9월 1일 자로 단양지역의 교육 발전에 솔선수범한 김진수 교육장이 취임하며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고 있다. 취임 한 달을 맞은 김진수 교육장으로부터 교육철학과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과 단양교육의 발전 과제에 대해 들어 본다. ◇취임 한 달을 맞았다, 그동안 소감은. "사자성어에 '수도선부(水到船浮)'라는 말이 있다. 주희의 시에 한 구절로 강에 물이 차오르니 큰 배도 가볍게 떠올랐다는 것으로 물이 차오르면 배가 저절로 뜨더라는 말로 아무리 어렵던 일도 조건이 갖춰지면 쉽게 된다는 말로도 풀이할 수 있다. 교육장에 부임해 교육지원청에서 한 달을 지내며 교육장의 자리가 얼마나 막중하고 어려운 자리인가를 느끼는 시간이었다. 이렇게 어렵고 바쁜 것이 '아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