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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3.11.27 18:09:56
  • 최종수정2013.11.27 18:09:56

조동욱

충북도립대 교수

우리 어린 시절은 목욕탕이 귀했다. 한마디로 재래식화장실에 쪼그리고 앉아 대변을 보아야 했고 어느 경우는 대변 볼 때 똥물이 튀어 올라와 엉덩이에 묻는 경우도 있었다. 심지어 학교 공중화장실은 밑을 내려다보면 구더기가 득실거렸다. 그러니 샤워시설이 없는 것은 말해 무엇 하랴. 집에 샤워 시설이 없는 고로 이른바 때를 밀려면 동네 목욕탕을 가야만 했다.

그리고 더 웃기는 것은 동네목욕탕을 가면 목욕료 본전을 뽑느라고 얼마나 악착같이 때를 미는지 나중에 보면 살이 다 붉게 되었다. 이태리타월과 때와의 전면전을 치르는 것이 바로 목욕탕의 풍경이었다. 그리고 동네 목욕탕에 발도 들여 놓기 어려운 날이 바로 명절 전 날이었다. 명절 전 날은 새벽부터 목욕탕에 사람이 차고 넘쳤다. 목욕 재계하고 차례를 지내야 한다는 의식이 있던 시기여서 목욕탕과 이발소는 명절 전 날 미어터졌다. 하기사 그 당시는 년 간 목욕 2번만 하는 사람들도 상당수 있었는데 목욕 2번 하는 날이 바로 추석 전 날과 설 날 전 날이었다.

아무튼 재래식 화장실에 샤워 시설이 없던 그 시절을 어떻게 살았는지 모르겠다. 그러던 것이 이제는 모두들 수세식화장실에 샤워 더 나아가 욕조까지 최고급으로 들여 놓고 사는 시대에 살고 있다. 비데에 느긋하게 앉아 신문 보면서 대변보는 시대에 살고 있는 것이다. 하기사 인터넷에서 기사를 훨씬 빨리 볼 수 있어서 신문을 다 끊고 싶은데 그나마 화장실에서 용변 볼 때 할 일이 없어 신문을 계속해서 구독한다.

그런데 나와 내 집사람이 다투는 것 가운데 하나가 바로 사우나 갔을 때이다. 내 경우 아이들과 사우나 가도 샤워에 뜨거운 물에 몸 담그는 정도하고 40분 정도면 나오는데 내 집 사람은 들어 갈 때부터 입구에서 때 미는 타월을 사서 들어가 결국 1시간이 훨씬 넘어서야 나온다. 배고파 죽겠는데 30분 이상을 기다리다보면 집사람 나오는 순간 그대로 욕이 튀어나온다. 그러면 집사람은 '여자들은 다 그래'라고 응대한다. 그리고 한 순간 목욕하고 나온 집사람 얼굴이 뽀얀 게 정말 예뻐 보인다. 세상에 제일 바보가 자기 집사람보고 흥분하는 사람이라고 하는데 이 순간만큼은 충분히 바보가 될 가치가 있다. 저녁 부랴부랴 사 먹고 집에 들어가면 아빠의 급한 사정을 간파한 내 늦둥이 막내 녀석이 영 잠을 잘 생각을 안 한다. 속으론 나는 참 자식 복이 없다는 생각을 해 보지만 내 막내 녀석의 능청이 마냥 싫지만은 아닌 게 부자지간 아닌가 싶다.

그건 그렇고 나는 눈 내리는 겨울이 참 좋다. 그 이유는 내가 제일 싫어하는 것이 바로 때를 미는 것인데 여름에는 노출이 되는 곳이 많은 고로 팔과 팔꿈치까지 아침에 때가 나오는지 밀어야 하는 것이 참 싫다. 그에 비해 겨울에는 샤워만 하면 된다. 팔꿈치 때를 안 밀어도 되니 얼마나 행복한지 모른다. 그건 그렇고 요즘 정치권을 보면 한숨이 절로 나온다. 온 몸이 때투성이다. 아무리 때를 밀기 싫어도 때가 라면부스러기처럼 나오는 것만은 하지 말아야 하는데 때가 라면부스러기처럼 나오는데도 전혀 국민들에게 창피함을 느끼지 않는다. 금년 연말, 우리 집사람이 애용하는 이태리타월을 정치인들에게 택배로 보내고자 한다. 특히 오로지 표밖엔 눈에 안 보이고 말장난과 자신의 합리화만을 일삼는 아주 몰염치한 정치인에게는 발의 때를 미는 돌까지 부록으로 2개 보내주고자 한다. 물론 택배비도 내가 부담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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