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기사

이 기사는 0번 공유됐고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신종석

충북중앙도서관 영양사

가을이 뒤태를 보이며 얼마 남지 않은 잎사귀를 겨우 붙들고 바람과 씨름 하는 날 서울 나들이 길에 나섰다. 기억의 가장 낮은 곳에 저장된 친구의 가물가물한 추억을 버스 안에서 하나하나 끄집어내려고 안간힘을 썼지만 잘 되지 않았다. 40여년이 훨씬 넘은 기억의 저편에 있는 친구 에게 어떻게 연락이 되어서 만나기로 하고 서울행 버스를 탔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친구의 모습이 가물가물하다. 평소에 자주 연락하며 가까이 지내는 친구와 함께 만나기로 했으니 그나마 마음이 조금 놓였다.

서울의 가을은 시골 보다 더디게 가고 있었다. 터미널에서 만난 우리는 가까운 공원에서 가을의 풍경을 바라보며 차를 마시며 한 조각 한조각 퍼즐을 맞추듯이 기억들을 꺼내기 시작했다. 한 친구가 뒷동산에서 진달래를 따먹고 놀던 이야기를 꺼내면 다른 친구는 냇가에서 멱 감던 이야기를 했고 마당 넓은 집에서 깡통 차기며 숨바꼭질 하던 이야기로 퍼즐은 맞추었고 서로 맞다 맞아 하며 한 바탕씩 웃었다. 이야기는 끝없이 이어 졌으며 아득하기만 했던 그 시절의 우리들의 이야기가 서로의 기억들로 완성되었다. 부모님의 안부를 묻는 자리에서는 친구들의 부모님은 모두 돌아 가셨다며 그때 그 시절 아버지들은 왜 그리 아이들을 때리셨는지 모르겠다며 눈물을 글썽였다. 내가 기억하기로도 두 친구의 아버지는 술주정배기에 가정 폭력이 심했다. 가정불화로 늘 아버지의 목소리는 컸으며 살림을 부수고 어머니와 아이들은 무방비 상태로 맞고는 쫓겨나기 일 수였다. "아버지에게 두드려 맞고 너희 집에 가면 너무 따뜻했었고 네가 너무 부러웠다는" 말에 콧잔등이 시큰 하면서 쉰이 넘은 나이에도 그 시절의 상처는 아직도 아물지 않고 가슴에 남아 있는 것이 안쓰럽기까지 했다. 아버지가 돌아 가셨는데도 눈물 한 방울 흘리지 않았다며 어찌 그리 모질고 포악 했었는지 모르겠다고 그때 생각하면 지금도 가슴이 두근거린다고 했다.

며칠 전 조선일보 사회면에 온몸에 피멍든 채 길가로 내쫓긴 7세 아이의 이야기를 접했다. 요즈음 심심찮게 신문이나 방송 매체에 아동학대에 대한 사건을 접하게 된다. 가해자90%가 가정에서 이루어진단다. 아동학대는 신체적 학대 뿐 아니라 정서적 학대, 방임, 성학대등 이 모두가 아동학대라고 한다. 그 반면 요즈음 젊은 엄마를 보면 너무 아이들을 과보호하여 아이들은 버릇이 없고 안하무인인 것을 보면서 저것이 정답일까 싶을 때도 있다. 지나친 과보호도 지나친 학대와 방임도 바른 방법은 아닐 것이다. 나도 아이를 키우면서 많은 시행착오를 하였다. 그때는 잘 몰라서 아이를 위한 채벌이라고 생각했다. 때로는 내 감정에 따라 아이에게 이유 없는 회초리를 들었다. 생각해보면 아이에게 정말 미안한 일이다.

옛날 어느 마을을 지나던 스님이 아이에게 매질을 하는 어머니를 보고 넙죽 아이를 향해서 절을 했다고 한다. 아이어머니는 깜짝 놀라 "어찌 스님께서 보잘 것 없는 우리 아이에게 절을 하시는지요·" 하고 물었다. 스님은 "이 아이는 커서 정승이 되실 분입니다 그러니 곱고 귀하게 키우시기 바랍니다." 하고 사라 지셨다. 그 후 어머니는 아이를 중하게 생각하고 공을 들여 잘 키워 정승이 되었고 한다. 좋은 글 좋은 생각에서 발취한 글이다. 아이를 존중하며 귀하게 대하면 자존감이 높아지며 바르게 자랄 것이다. 반면 윽박지르고 매질하면서 키우면 아이는 자신감을 잃고 매사에 부정적인 아이로 자랄 수밖에 없다.

폭력에 무방비인 아이들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그 가해자인 어른들의 교육이 무엇 보다 절실한 것이다. 미래의 꿈나무 그들을 보호하고 바르게 키우는 사명을 가진 부모, 사회, 학교가 바른 교육관을 가질 때 우리 아이들이 책임질 미래는 밝고 건전할 것이다.

아이들이 환하게 웃는 세상을 만들어야 모두가 행복해 질것이다.
배너
배너
배너

랭킹 뉴스

Hot & Why & Only

실시간 댓글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