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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호진

충북약사회장

아침 출근길인 플라타너스 가로수길이 밤새 내린 비에 낙엽으로 가득 찼다. 낙엽을 밟으며 걸을 수 있는 운치는 도심에서 쉽게 느낄 수 있는 일은 아니다. 이리저리 바람에 뒹구는 낙엽이야말로 가을의 쓸쓸함을 절실히 느끼게 한다. 새봄에 아름답게 태어나 한여름의 햇빛으로 어미나무를 키우고 가을 찬 서리에 누렇게 퇴색되어 버리는 낙엽, 어디선가 불어오는 바람을 타고 어디론가 홀연히 먼 길을 떠나는 낙엽을 보면서 우리는 인생의 쓸쓸함 공허함 그리고 낭만을 느낀다. 자연에 목마른 도시 사람은 모처럼 다가온 낙엽 밟는 호사를 누리면서 바람에 굴러다니는 낙엽을 즐긴다. 당연히 조금 지저분해진 낙엽에도 관대하지만 거리를 깨끗이 해야 만하는 청소부아저씨에게는 큰 일거리이리라. 언젠가 쓸고 돌아서면 다시 떨어지는 낙엽이 얄미운지 신경질적으로 나무를 차서 낙엽을 떨어뜨리던 청소부 아저씨가 생각이 난다. 아마 그 청소부 아저씨는 별로 건강하지 못했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 자연의 현상에 대항하는 그런 마인드로 세상을 사는데 어떤 일이 제대로 되겠는가· 만약 지금 자신이 추진하는 일이 하는 일 마다 꼬이고 주위사람과 사사건건 부딪친다면 자신의 생각이 너무 억지스럽지 않은가 반성해 봐야 할 것이다.

19세기 아시아 식민지에서 점점 증가하는 각기병(beriberi=스리랑카에서 '나는 할 수 없다 나는 할 수 없다'를 의미)의 원인을 찾기 위해 네덜란드 동인도회사에서 과학자들로 구성된 팀을 파견했다. 그중 크리스찬 에이크맨이라는 의사는 닭에게서 각기병을 유도하려고 시도하던 중 실험용 닭의 먹이가 떨어져 평소에 먹였던 현미(벼에서 껍질인 왕겨만 제거한 것) 대신 백미를 먹였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닭에게서 각기와 유사한 증상을 나타내며 주저앉았다. 다시 현미를 먹이기 시작하자 닭들은 상태가 좋아졌다. 이것을 통해 각기병이 독이나 미생물이 아닌 닭의 식사에 결여된 어떤 것임을 찾아내게 되었다. 백미(속겨와 배아를 전부 제거하여 전분층만 있는 쌀) 혹은 정제된 쌀 위주로 식사를 하였던 것이 19세기 동아시아에서 획기적으로 증가한 각기병의 원인이었던 것이다. 현미의 겨층에는 풍부한 티아민(비타민 B1)이 들어있다.

치아민은 에너지를 공급하지는 않지만 세포내에서 에너지를 만드는 기관인 미토콘드리아에서 포도당으로부터 에너지를 생산하는 반응에 관여하는 조효소이다. 인체 내에서는 생명의 유지를 위해 약 300만 건의 생화학반응이 일어나고 있는데 1가지 반응에는 특정한 1가지효소만이 작용하기 때문에 효소의 종류도 생화학 반응과 맞먹는 수가 있어야한다. 비타민은 극히 적은 양으로 효소계에 관여하여 신진대사를 원활하게 하는 조효소로 작용하는 것이다. 치아민은 에너지대사 뿐 만아니라 신경전달물질인 아세틸콜린의 합성에도 관여하기 때문에 치아민의 결핍은 극도의 허약함과 피로, 조절능력 약화, 팔다리 쑤심, 마비 같은 증세를 유발하는데 이것들이 바로 각기병의 증상인 셈이다. 치아민은 단백질의 신진대사를 촉진하고 성장촉진 및 뇌의 활동을 돕는다. 또한 탄수화물의 신진대사를 촉진하고 장의 운동을 도와 변비를 예방한다.

과도한 알코올섭취는 치아민의 결핍을 초래할 수 있다. 알코올의 영향으로 소화관에서 티아민 흡수가 낮아지기 때문이다. 바꿔 말하면 상습적 음주는 뇌의 활동저하(기억장애), 팔다리 쑤심, 피로, 변비 등을 야기할 수 있다는 얘기다.

치아민은 완전곡류, 돼지고기, 견과류, 현미쌀겨 등에 많이 들어있다. 요즘은 먹을거리가 풍성하지만 다이어트를 위해 적절한양의 음식을 섭취하지 않거나 심한 편식을 하면 치아민 뿐만 아니라 특정 비타민이나 특정 미네랄의 결핍으로 건강을 해칠 수 있다. 자신이 의식하지 못하는 상태에서 원인모를 만성피로에 시달리게 되는 것이다. 누가 요즘 세상에 영양결핍이라고 생각하겠는가· 세상을 살아가는 것도 음식을 먹는 것도 괜한 억지 부리지 말고 자연스럽게 행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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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 나경원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 인터뷰

[충북일보] ◇취임 두 달이 지났다. 그동안의 소회 말씀해 달라 2016년 국회 저출산고령사화특귀 위원장을 하면서 출산율 제고와 고령화 정책에 집중했다. 지난 6년간 대한민국 인구구조는 역피라미드로 갈 수밖에 없는 흐름이다. 2025년 초고령 사회 진입에 따른 인구 위기를 기회로 만들기 위해서는 큰 틀에서의 인구미래전략이 필요하다. 취임 후 위원회가 해온 일을 살펴보고 관계부처, 관련 전문가, 지자체, 종교계, 경제단체 등 각계각층과 의견을 나눴는데 아직 연계와 협력이 부족하다. 위원회가 정책을 사전에 제안하고 부처 간 조정 역할을 강화해 인구정책 추진에 매진할 계획이다. ◇인구정책 컨트롤타워로서 위원회의 인구미래전략 비전과 방향은 현재 극심한 저출산과 고령화로 인구구조가 크게 변화하고 있다. 위원회는 피할 수 없는 초고령사회를 대비하는 '미래 100년 준비'를 시작한다. 인구구조에 영향을 받는 산업, 교육, 국방, 지역 등 전 분야의 준비를 통해 사회구성원 모두 행복하게 살 수 있는 탄탄한 미래를 설계하고자 한다. 인구구조 변화를 완화하기 위해 출산율 제고는 반드시 필요하다. 새해에는 '2023년 응애! 응애! 응애!' 구호를 펼친다. 젊은 세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