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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강리

며칠 전에 대학수학능력을 평가하는 소위 '수능시험'이 끝났다. 대한민국은 내년 2월까지 입시한파가 몰아치는 계절에 접어든 것이다. 수험생이나 학부모 모두 추위를 느끼는 한파가 아니라 고난의 한파다. 몇 년 전 어느 수험생은 무려 수무 대학이 넘는 곳에 수시원서를 냈다고 한다. 그 전형료만도 무시할 수 없는 액수다. 그보다 더 무시할 수 없는 것은 불안, 초조, 공포로 잠을 잘 수 없을 만큼 짓눌러오는 압박감이다. 수험생뿐이 아니라 학부모도 마찬가지다. 입시몸살의 고열로 대한민국 전체가 들끓게 될 이번 겨울이야말로 예년과 마찬가지로 대입이 지배하는 겨울이 될 것이다. 대한민국 입시제도 이대로 갈 것인가에 대한 심각한 국민적 논의와 성찰이 필요해 보인다.

19세기 말 우리나라에 와서 활동했던 카나다 태생의 선교사 게일(J.S. Gale)이 남긴 기행문 '코리언 스케치'에 의하면, 한국인들이 다른 사람에 대한 호기심 중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부모님이 무엇을 하고 계시는가.'와 '그 사람이 대학을 다녔는가. 대학을 다녔다면 어느 대학을 나왔는가.'라는 점이라고 기술하면서 그 대답 여하에 따라 쉽사리 존경과 천시의 이해관계가 성립된다고 했다. 결국 신분과 학력이 그 사람을 평가하는 잣대가 된 것이다. 이로써 세계에서 그 유래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한국에는 불 꺼지지 않는 교육의 창이 사시사철 불야성을 이루고 있는 것이다. 오죽하면 미국의 버락 오바마 대통령도, 영국의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도 한국의 교육과 인재 양성에 대해 부러워하면서 극찬하지 않았는가.

세계에서 도서 출판 양이 가장 많은 나라가 한국이라고 한다. 이를 바꾸면 세계에서 한국인이 책을 가장 많이 읽는 국민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사실인가. 고개를 갸우뚱하지 않을 수 없다. 공원 벤치에서, 지하철에서, 버스 안에서, 또는 독서할 수 있는 공간 어디에서 책 읽는 사람을 몇이나 만날 수 있는가, 기억을 되돌려 보면 그 대답은 쉬 나올 수 있다. 스마트 폰으로 게임을 즐기는 사람이 태반이다. 기껏해야 신문을 들고 있는 사람 한둘이 눈에 띠일 뿐이다. 독서하는 사람을 구경할 수 없는데도 도서 출판 양은 세계 제일이라니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한국의 학교 현장이나 학생들의 공부방에 가면 수긍이 된다.

고등학생을 기준으로 한 학생이 학기마다 구비해야 할 교과서 외의 참고서와 문제지가 무려 30여 권에 달한다. 우리나라 고등학생 모두가 이에 해당한다. 도서 출판의 양이 엄청날 수밖에 없다. 엄청나게 많은 책들이 다 팔려 고등학생의 책가방 속으로 들어간다. 세계가 놀라워하지 않겠는가. 철학, 사회학, 신학, 평론 등 교양서적은 고사하고 시집이나 소설집도 안 팔리는 한국에서 교과서를 참고하는 서적이나 수능을 예비하는 문제집은 재고가 없다. 한국의 뜨거운 교육열이요, 향학열이다. 이 교육열이나 향학열은 고전주의적 가치를 이미 잃은 지 오래다. 교육을 통한 신분 상승의 염원이 있을 뿐이다. 자식이 일류대학을 가면 그 부모가 우쭐하고, 자식이 대학에 낙방하면 그 부모는 난치병을 앓는다. 이제 우리 교육이 깊이 있는 사고를 할 때다. 탈무드에 "향수 가게에 들어가 향수를 사지 않아도 향수 냄새가 난다."고 했다. 어느 도시에 찾아온 랍비가 도시를 지키는 사람을 만나고자 했더니, 경찰서장과 수비대장이 왔다. 두 사람을 바라본 랍비는 내가 만나고자 한 사람은 도시를 파괴하는 경관이나 수비대원이 아니라 학교의 교사라면서 선생님 만나기를 청했다. 역시 탈무드 이야기다. 학교는 인간 향수를 맡을 수 있는 곳이라야 한다. 신분 상승을 축원하는 성황당이 아니다. 교육은 미래의 우리 사회를 지키고 키우는데 필요한 힘을 길러주는 영양분이어야 한다. 지배자를 만들어내는 훈련소가 아니다.

흥겨움에 겨워 멋진 노래를 부르며 걸어가는 귀가 길에 집을 지나치면서까지 노래를 다 부르고 되돌아와 대문을 여는 여유, 밤하늘의 별을 바라보면서 동요를 불러보기도 하는 삶의 여백이 지금 우리에겐 무엇보다 필요하다. 나라의 인재도 그런 여유 속에서 길러져야 되고, 국가의 발전도 여백이 남겨지지 않는 성장을 우리는 바라지 않는다. 백 년 뒤 우리 교육은 어떤 종류, 어떤 모습의 거목으로 자리 잡게 될지 자못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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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일보가 만난 사람들 - 단양교육지원청 김진수 교육장

[충북일보] 몇 년동안 몰아친 코로나19는 우리 나라 전반에 걸처 많은 염려를 낳았으며 이러한 염려는 특히 어린 아이들에게 실제로 학력의 위기를 가져왔다. 학력의 저하라는 위기 속에서도 빛나는 교육을 통해 모범 사례로 손꼽히는 단양지역은 인구 3만여 명의 충북의 동북단 소외지역이지만 코로나19 발 위기 상황에서도 잘 대처해왔고 정성을 다하는 학교 지원으로 만족도도 최상위에 있다. 지난 9월 1일 자로 단양지역의 교육 발전에 솔선수범한 김진수 교육장이 취임하며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고 있다. 취임 한 달을 맞은 김진수 교육장으로부터 교육철학과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과 단양교육의 발전 과제에 대해 들어 본다. ◇취임 한 달을 맞았다, 그동안 소감은. "사자성어에 '수도선부(水到船浮)'라는 말이 있다. 주희의 시에 한 구절로 강에 물이 차오르니 큰 배도 가볍게 떠올랐다는 것으로 물이 차오르면 배가 저절로 뜨더라는 말로 아무리 어렵던 일도 조건이 갖춰지면 쉽게 된다는 말로도 풀이할 수 있다. 교육장에 부임해 교육지원청에서 한 달을 지내며 교육장의 자리가 얼마나 막중하고 어려운 자리인가를 느끼는 시간이었다. 이렇게 어렵고 바쁜 것이 '아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