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기사

이 기사는 2번 공유됐고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웹출고시간2013.11.18 17:38:32
  • 최종수정2013.11.19 17:56:32

이찬주

춤치료관 대표

지난달 22일 청주시민회관의 재개관을 기념해 공연 '국향(國香)-경국지무(傾國之舞)'가 무대에 올랐다.

'국향'은 2007년 청주시립무용단 박재희 예술 감독을 시작으로 2008년, 2009년, 2011년까지 모두 4회에 걸쳐 청주예술의전당에서 선보였고, 올해는 청주의 새로운 공연명소가 된 청주시민회관에서 열렸다.

공연은 청주시립무용단 김평호 예술 감독의 '터벌림 춤'으로 시작됐다. 터벌림 춤은 '터벌림'이란 단어 그대로 터를 벌려 다지는 춤이란 뜻이 있으며 다른 말로는 '꽹과리 춤'이라고도 불린다. 이 춤은 앞부분에서는 느리지만 뒤로 갈수록 빨라지는 발전적 단계를 지닌다.

이어서 대전 무형문화재 제20호 김란은 '살풀이춤'을 선보였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액과 살을 푸는 춤이 아닌, 충청도 여인이 지난 세월을 담아 회상하는 또 다른 의미의 살풀이춤이다. 김란은 여인의 깊은 인내(忍耐)를 하얀 명주 천에 담아, 천을 감고 풀고 뿌리듯 흔들며 가슴 속에 맺힌 것을 춤으로 나타냈다. 특히 명주 천 자락으로 눈물을 훔치는 장면은 여인의 강인함과 단아한 기품, 우아함을 표현하는데 한 치 모자람이 없었다.

한국무용계의 독보적인 존재로 손꼽히며 청주의 자랑이라 불리는 송범. 그 스승 못지않은 실력으로 현존하는 남성최고의 춤꾼으로 손꼽히는 그의 제자 국수호도 무대에 올랐다. 그가 선보인 '남무'는 굵은 선을 따라 호쾌한 멋을 지닌 춤으로 동작마다 힘이 가득하고 경쾌하다. 국수호는 특유의 절도 있는 춤사위로 진정한 고수(高手)인 춤꾼의 발길질은 박력이 있으면서도 아름다움이 느껴지는 춤임을 절감케 했다.

세월이 흘러도 여전히 가슴을 뭉클하게 만드는 이야기 '사랑가'가 그 뒤를 이어 관객과 만났다. 춘향이와 이 도령의 사랑 이야기는 매년 명절마다 텔레비전을 통해 흘러 나왔었지만, 청주시민회관에서 만난 그들의 이야기는 애절한 춤이 더해져 감동이 배가 되었다. 극중 춘향이(박서연)와 이 도령(김평호)은 서로에게 한눈에 마음을 빼앗기게 되는데, 이때 이 도령이 부채를 펴주면 춘향이가 한 걸음 발을 옮기고, 또 다시 부채를 펴주면 사뿐히 발을 옮기는 장면은 관객을 설레게 했다.

이어 전북무형문화재 제48호 '예기무' 보유자 김광숙은 조그마한 체구에서 뿜어져 나오는 춤사위로 관객을 열광케 했다.

다음으로는 한국무용의 창작춤 발전에 커다란 족적을 남긴 김매자가 무대에 올랐다. 전통을 기반으로 독보적인 창작세계를 구축한 그는 무대에서 '숨(산조춤)'을 선보였다. 이 춤은 다양한 변주가 특징이며, 그에 맞춰 살포시 구부리는 굴신에 한국 춤의 아름다움이 숨어있다.

계속해서 한국 민속촌의 대부인 정인삼은 소고를 들고 어깨를 들썩이며 무릎을 굽혔다 펴는 굴신 동작을 하며 신명나는 무대를 펼쳤다. 정인삼의 '소고춤'은 한국 춤의 '능청거린다.'는 표현에 걸맞게, 넘실거리며 움직이는 수레바퀴 같은 유연함이 돋보였다.

박재희는 솟구쳤다 눌러주는 춤의 아름다움을 '가인여옥'을 통해 표현했다. 팔을 곧게 펼치는 자세와 고고하게 홀로 서서 춤을 추던 그는 깊은 눈빛과 손짓으로 깊어가는 춤예술을 관객에게 선보였다.

마지막으로 청주시립무용단이 '장구춤'으로 무대의 대미를 장식했다. 청주시립무용단은 도약과 회전 등 폭발적인 에너지의 움직임에 농익은 표현력으로, 경국지색의 여인이 갖춘 화려한 아름다움과 같은 빼어난 춤사위로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청주시립무용단과 함께 호흡을 맞춘 이찬호의 12발 긴 상모돌리기로 무대의 열기는 더욱 뜨거워졌다.

청주에서 만난 최고 춤꾼들의 한국춤은 시대를 초월한 아름다운 춤사위와, 끊어질 듯 말 듯 너울너울 이어지는 움직임. 절로 어깨춤을 들썩이게 만드는 해학적인 몸짓과 한 마디의 말보다 더 강렬하고 호소력 있는 눈빛과 손짓으로 관객의 가슴에 진한 여운을 남겼다.

국내에서 제일이라 불리는 춤꾼들의 향기를 두 눈으로 맡았으니, 앞으로도 그들이 기다려지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 아닐까. 한국 최고의 춤꾼들을 초청한 '국향(國香)'-경국지무(傾國之舞)'를 통해 춤꾼들의 '춤의 언어'를 생생하게 만나볼 수 있었다.
배너
배너
배너

랭킹 뉴스

Hot & Why & Only

실시간 댓글

배너

매거진 in 충북

thumbnail 308*171

조길형 충주시장 "부담 없는 시민골프장 추진"

[충북일보] 조길형 충주시장이 공익적 차원에서 시민골프장 조성 계획을 세우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비싸진 골프장 요금과 관련해 시민들이 골프를 부담 없이 즐길 수 있게 하겠다는 취지인데, 갑론을박이 뜨겁다. 자치단체장으로서 상당히 부담스러울 수 있는 시민골프장 건설 계획을 어떤 계기에서 하게됐는지, 앞으로의 추진과정은 어떻게 진행되는지 여부에 대해 들어보았다. ◇시민골프장을 구상하게 된 계기는. "충주의 창동 시유지와 수안보 옛 스키장 자리에 민간에서 골프장 사업을 해보겠다고 제안이 여럿 들어왔다. '시유지는 소유권 이전', '스키장은 행정적 문제 해소'를 조건으로 걸었는데, 여러 방향으로 고심한 결과 민간에게 넘기기보다 시에서 직접 골프장을 만들어서 시민에게 혜택을 줘야겠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충주에 골프장 많음에도 정작 시민들은 이용할 수가 없는 상황이 안타까웠다." ◇시민골프장 추진 계획은. "아직 많이 진행되지는 않았지만, 오랜 기간의 노력을 들여 전체 과정에 있어서 가장 중요하다 볼 수 있는 시민의 공감을 확보했다. 골프장의 필요성과 대상지에 대해 시민들이 고개를 끄덕여 주셨다. 이제는 사업의 실현가능성 여부를 연구하는 용역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