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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상원

영동대학교 발명특허학과 교수 (사)한국발명교육학회 회장

지난 10월 31일은 '막걸리의 날'이었다. 벌써 세 번째다. 막걸리의 날을 기념하기 위해 전국적으로 다양한 행사가 열렸다. 정부는 "일본에 편중된 막걸리 수출 시장을 다변화하고, 특히 유럽시장에도 한국의 막걸리가 알려지고 수출이 확대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작 행사의 주인공인 막걸리 업계의 분위기가 싸늘하다. 수출이 줄고, 내수의 위축으로 돈 버는 재미가 없어서다. 올해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수출 54%, 내수 10%로 감소했다는 안타까운 소식이다. 막걸리의 위기를 불러온 주요인이 최대 수출시장인 일본에서의 수요 감소 때문이라고 한다. 일본시장에서의 저조는 전체 수출액의 감소로 이어지고 있다. 지역 양조장은 명맥이 끊길 위기라고 한다. 양조장 대표들은 이구동성으로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그러나 2011년에는 전혀 딴판이었다. 막걸리 인기는 하늘 높은 줄 몰랐다. 막걸리 수출 소식은 뉴스의 단골손님이었다. 막걸리 업계는 주문받느라 정신없었다. 그때 막걸리 파는데 한류(韓流)도 제 몫을 다했다.

그 이후로 현재까지 회복의 기미가 없어 보인다. 그러니 올해는 우울한 '막걸리의 날' 일 수밖에 없다. 외화벌이에 전시성 행사나 단기성 정책으로는 언감생심(焉敢生心)임을 보여주는 좋은 사례다. '무방비는 추락의 지름길'이라는 숨겨진 교훈을 깨달았으면 한다.

추적추적 비 내리는 날이면 어김없이 사람들이 즐겨 찾던 술. 그게 바로 막걸리다. 애주가들에겐 단골메뉴다. 열심히 일하고 난 후 마시는 막걸리 한 사발은 허기를 달래 주며, 기운을 돋워 주는 피로회복제이기도 하다. 막걸리는 육체의 피곤함을 쉽게 극복할 수 있는 유산균이 가득한 영양 만점의 밥이다.

마음이 답답할 때 시원한 막걸리 한 사발은 막힌 가슴을 '뻥' 뚫어준다. 막걸리는 사람을 가리지 않는다. 만인(萬人)의 술이자 우리 민족 고유의 삶의 여정이다. 우리 민족은 막걸리를 통해 풍요를 느꼈고 민심을 알았다. 서민들에게 막걸리는 어머니 '품' 같이 따스하고 편안한 존재 그 자체였다.

막걸리는 취하기 위해 마시는 술이 아니다. 기쁜 일에는 기쁨을 더해 주고, 슬픈 일에는 슬픔을 덜어 주며, 괴로울 때는 쌓인 울분을 풀어 주는 우리 민족의 '혼'이 담긴 술이다. 서민의 삶 속에서 희로애락(喜怒哀樂)을 함께했다.

막걸리는 다루기 어려운 술이다. 철저하게 장인정신으로 태어난다. 장인이 만들어 내는 외고집의 결정체다. 그 철학은 단맛, 쓴맛, 신맛, 짠맛, 매운맛, 떫은맛, 감칠맛, 구수한 맛, 청량한 맛 등 다양한 맛을 빚어낸다.

오랜 세월 우리 민족과 함께해온 우리의 전통적인 술. 영양학적으로도 우수함을 입증받은 술. 건강을 챙길 수 있는 술. 그러기에 세계적으로 유일무이(唯一無二)한 막걸리가 아직 시퍼렇게 살아있는 이유다. 한식 세계화의 선두주자인 막걸리의 성공은 너무나 당연하지 않을까·

문제는 외풍에 흔들리지 않는 브랜드 개발에 달려있다. 우리 곡물로 최고의 가치를 담은 고품질(高品質)의, 고가(高價)의 막걸리만이 성공으로 가는 지름길이다. 거기에다 우리 역사와 문화의 이야깃거리를 담아내야 할 것이다.

어제까지의 막걸리가 레드오션(red ocean)이었다면, 내일부터는 블루오션(blue ocean)의 막걸리로 전 세계인을 대상으로 정면승부 좀 걸어봤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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