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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도 따가 왔던 여름이 지나고 가을의 문턱으로 접어든다. 점차 무르익으며 머지않아 가을은 끝없이 깊어만 간다. 몸속으로 파고드는 서늘한 바람이 가을의 완숙미를 더한다. 이런 가을을 느낄 수 있음에 감사하다.

푸르던 산들이 온통 붉게 물든 등산로를 따라 산책을 했다. 바짝 말라버린 나뭇잎을 밟을 때 음률에 섞여 들려오는 영롱한 낙엽소리를 듣는다. 저 위 나무숲 사이로 펼쳐진 푸른 하늘공간은 나의 가슴을 시원하게 뚫어주고 있다. 산 중턱 끝자락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니 연실 땀을 닦아내고 가빠진 숨을 몰아쉬며 사람들이 오르고 있다. 다들 처음 만났지만 정상까지 얼마나 거리가 남았는지 물어보며 서로 인사를 건넨다. 같은 장소에 와 있다는 동질감이 만들어 낸 결정체이다. 정상에 오른 뒤 느끼는 희열은 이로 말할 수 없다. 세상에 찌들어 지쳐있는 사람들에게 진정한 여유와 쉼을 가을이 주고 있다.

도로 옆에 심겨진 코스모스와 햇살을 만끽하며 훌쩍 커버린 해바라기는 삭막한 운전대를 잡은 나에게 무엇인가를 속삭여 준다. "서두르지 말고 천천히 가세요. 우리를 바라보며 하나님의 사랑을 느껴보세요"어찌하여 이런 음성이 들렸는지 신기하다. 가을이 주는 정취가 나를 그 안으로 빨아들인다. 그 안에서 하나님의 숨결이 묻어났다. 어떤 일을 계획하고 추진하면서 서두르고 마음을 조급하게 먹을 때가 종종 있다. 그러면 오히려 천천히 할 때보다 진척이 안 된 경험을 많이 한다. 자연을 통해 감사하는 여유의 마음이 오아시스와 같이 흘러 넘쳤다.

매년 똑같은 일상과 막연하게 흘려보낸 시간들을 되돌아본다. 어릴 적, 중고등학생 때, 청년 대학시절, 그리고 결혼 후 세 자녀를 낳고, 목회를 하고 있는 지금의 나 자신을 회상해 보았다. 푸르던 초목들이 계절에 따라 변해가듯 나의 삶도 많은 변화가 있었다. 그 속에서 조금씩이나마 생겨져 가는 나의 완숙함이 물들고 있다. 지금보다 더 사랑하며 더 간절하게 살아야겠다.

어느덧 늦은 오후가 되어 서산으로 지고 있는 가을 태양의 아름다운 자태를 보았다. 감탄과 함께 자연스레 입을 열어 찬양의 곡조를 위로 띄어 보낸다. 나무마다 두툼하게 입었던 옷들을 하나 둘 벗어 던지는 계절이다. 깊으면 깊어 갈수록 앙상한 뼈대만 남게 될 알몸을 서서히 드러낸다. 그동안 감추고 포장했던 모든 것들을 벗어내고 숨겨놨던 진실을 보여야 한다. 사람도 하나님 앞에 가식과 포장된 것들을 벗어 내야 할 것이다.

이집트인들은 사람이 죽으면 죽음 뒤에 미이라를 만들어 놓았다고 한다. 죽음을 쉽사리 수용하지 않았던 그들의 일상을 볼 수 있다. 그래서 죽음을 포장한다. 그런데 아무리 예쁘게 치장한 미이라도 그것을 보는 순간 사람들은 소스라칠 것이다. 아름다운 미이라는 없다. 죽음을 거부하고 영원히 살 수 있는 것처럼 생각 한다는 것 자체가 인간의 과욕이다. 죽으면 땅속에 들어가 썩는 것이 당연지사. 썩지 않으려고 위장하고 싸매고 만들어진 미이라는 위선이다.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자세가 중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생명력을 놓쳐버린다. 40대이지만 20대처럼 보이는 사람이 있다. 젊어 보인다는 것은 기분 좋은 일이다. 많은 사람들이 동경할 수밖에 없는 현상이다. 그런데 그것은 자신을 감추기 위한 분장을 끊임없이 해야 한다는 얘기일 수도 있다. 결국 자신의 몸을 이용하여 다른 사람을 속이고 있는 것은 아닐까. 진정한 젊음은 외모가 아니라 마음에 있음을 모두가 얘기한다. 그러면서도 헛된 껍데기에 시간을 쏟기 바쁘다. 문득 이런 성경구절이 생각난다. "...우리의 겉사람은 낡아지나 우리의 속사람은 날로 새로워지도다"(고린도후서4:16). 사형대 앞에 선 사형수의 마음처럼 모든 것을 비워야겠다. 이 깊어가는 가을, 있는 그대로 드러나게 될 그 날을 위해 지금껏 걸치고 있었던 거추장스런 위장품을 걷어 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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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기업 돋보기 5.장부식 씨엔에이바이오텍㈜ 대표

[충북일보]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을 개척해 나가는 사람이 있다. 국내 시장에 '콜라겐'이라는 이름 조차 생소하던 시절 장부식(60) 씨엔에이바이오텍㈜ 대표는 콜라겐에 푹 빠져버렸다. 장 대표가 처음 콜라겐을 접하게 된 건 첫 직장이었던 경기화학의 신사업 파견을 통해서였다. 국내에 생소한 사업분야였던 만큼 일본의 선진기업에 방문하게 된 장 대표는 콜라겐 제조과정을 보고 '푹 빠져버렸다'고 이야기한다. 화학공학을 전공한 그에게 해당 분야의 첨단 기술이자 생명공학이 접목된 콜라겐 기술은 어릴 때부터 꿈꿔왔던 분야였다. 회사에 기술 혁신을 위한 보고서를 일주일에 5건 이상 작성할 정도로 열정을 불태웠던 장 대표는 "당시 선진 기술을 보유하고 있던 일본 기업으로 선진 견학을 갔다. 정작 기술 유출을 우려해 공장 견학만 하루에 한 번 시켜주고 일본어로만 이야기하니 잘 알아듣기도 힘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공장 견학 때 눈으로 감각적인 치수로 재고 기억해 화장실에 앉아서 그 기억을 다시 복기했다"며 "나갈 때 짐 검사로 뺏길까봐 원문을 모두 쪼개서 가져왔다"고 회상했다. 어렵게 가져온 만큼 성과는 성공적이었다. 견학 다녀온 지 2~3개월만에 기존 한 달 생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