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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보영

충북여성문인협회

햇살 가득한 학교 운동장에 전교생이 모였다. 교장선생님의 훈화가 시작되기 전 대열을 정비하기 위한 체육 선생님의 구령이 호루라기 소리를 통해 운동장 가득 울려 퍼진다.

'0학년 0반 0번을 기준으로 양팔 간격으로 벌려' 선생님의 구령에 따라 학생들은 일제히 양팔 간격으로 벌렸다 모이기를 반복하고, '앞으로나란히, 열중 쉬어'자세를 되풀이 하고 난 뒤에야 교장선생님의 훈화를 시작으로 그 날의 조회가 이루어지곤 했었다. 선생님께서 기준을 정해 주지 않았다면 아마도 대열은 갈피를 잡을 수 없어 이리 저리 쏠리고, 좌우로 치우치며 헤맬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어린 시절 아버지의 말씀 한 마디는 그대로 법이었다. 그 테두리를 벗어 날 수 없었다. 밥상머리에서 어른보다 먼저 수저를 들기라도 하는 날이면 '반가의 자식이 법도도 모르느냐'며 불호령이 떨어졌고 당신이 운동장 조회시간에 학생들 앞에서 훈화를 하시듯 일장 연설을 하시는 바람에 식은 밥을 먹지 않으면 안 되었다. 그 뿐인가. 아버지께서 하루만 출타 했다 돌아 오셔도 우리 형제들은 나란히 서서 절을 해야 했다.

아버지 살아생전에 나이 들어가는 딸이 응석삼아 '제가 이렇게 허리가 아픈 것은 아버지에게 절을 하도 많이 해서 그런 것이라'고 하면 허허 웃으시곤 했었다.

아버지의 일장연설과 더불어 가장 힘들었던 벌칙 중의 하나는 반성문을 쓰는 일이었다. 초등학교를 거쳐 여학교를 졸업 할 때까지 내가 쓴 반성문을 다 모았으면 아마도 장편 소설 한 권은 족히 되지 않을까싶다. 그 중에도 지금껏 내 기억 속에 자리하고 있으면서 가끔씩 쓴 웃음을 짓게 하는 사건이 하나 있다. 중학교 3학년 때의 일이다. 어린 계집아이가 겁도 없이 그만 대형 사고를 치고 만 것이다. 큰댁에 하숙비를 드리라고 주신 돈을 가지고 수학여행을 가버린 것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수학여행에서의 즐거움은 순식간에 사라지고 돌아 온 날로 집에 불려가 일주일동안 하루에 세 번씩 반성문을 써야하는 벌칙이 주어졌다.

그런 와중에도 철부지계집아이는 뒤란에 흐드러지게 핀 복사 꽃향기에 취해서 코를 킁킁거리며 돌아다니곤 했으니 그 한심한 꼴을 아버지가 보셨더라면 아마도 반성문의 횟수는 더 늘어났으리라. 서툰 글줄이나마 써 보겠다고 글밭을 서성이는 것은 감수성이 예민하던 그 때 반성문을 열심히 쓴 덕분이 아닌가싶기도 하다.

장성하여 가정을 이루고 나서는 내 생각의 잣대에 맞춰 살아 왔다. 아이들을 기르면서는 더 그랬다. 유난히 엄했던 아버지의 훈육 방침 때문인가 성인이 되어서도 자존감이 부족해 매사에 당당하지 못한 나 자신을 보면서 내 아이들은 자존감이 충만한 아이들로 키워 보겠다는 생각에 안 된다는 부정적인 사고보다는 된다는 긍정적인 사고를 심어 주기위해 아이들의 의사를 존중하려 노력 했었다. 그러다 보니 자존감을 심어 줄 수 있을지는 모르나 인내심이 부족한 아이들로 자라면 어떻게 하나 하는 염려로 잠을 설쳤던 날들도 숱하게 많았다.

오래 전 기억하나가 떠오른다. 큰 딸아이 중 삼 때였던가. 그 아이 책상에 놓여 있는 노트에 "내 인생은 나의 것"이라 쓰여 있는 글귀를 보는 순간 가슴이 철렁 내려 앉아 하루 종일 안절부절 못하다가 아이가 돌아오자마자 다그치니 '엄마 그건 노래가사야' 해서 웃어버린 적도 있었다. 아버지의 고루한 사고 때문에 힘든 시절을 보냈다고 생각하면서도 많은 부분은 아버지가 하시던 대로 답습하고 있는 내 모습을 발견하고는 깜짝 놀랄 때도 적지 않았다.

돌이켜보면 별 탈 없이 보통 사람의 삶을 살아가고 있는 것은 그래도 아버지가 세운 규범을 따랐기 때문이라는 생각을 해 본다.

어디에 기준을 두고 아이들을 키워야 할 것인가. 이는 아이들을 바르게 키워야 할 책임이 있는 부모들이 끊임없이 고민해야 할 화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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