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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기춘

농촌진흥청 인삼과

인삼을 재배하면서 가장 걱정하는 것이 뿌리, 줄기, 잎에 발생하는 병이다. 뿌리에 발생하는 뿌리썩음병은 인삼 수확을 불가능하게 하고, 어린 묘에 발생하는 모잘록병은 인삼 자체를 없애 버린다. 줄기와 잎에 발생하는 역병, 탄저병, 점무늬병 등은 일찍 잎이 죽게 하여 뿌리가 크지 못하게 한다. 인삼 뇌두(뿌리 맨 위 줄기가 나오는 지점)에 발생하는 잿빛 곰팡이는 6년 가까이 굵어서 수확이 가까워진 인삼을 전혀 수확을 할 수 없게 한다. 이러한 위급한 상황을 극복하고자 재배자와 연구자 모두 이 병들을 어떻게 막을 것인지 고민하고 있다. 그래서 화학농약이나 친환경 제재로 병을 일으키는 병원균을 죽여서 발병을 막으려고 한다.

물론 이해는 된다. 당장 눈에 보이는 것이 이러한 병이고 이 병을 일으키는 병원균만 죽여 없애면 문제가 해결될 것으로 보이니 말이다. 그래서 인삼이 아닌 병원균에 대한 연구를 하고 관심을 가지게 된다.

병을 일으키는 몇몇 병원균을 죽여서 없애면 병이 생기지 않고 이들 몇몇 병원균만 병을 일으킬까? 인삼 주위에는 수 천 수 만 가지의 세균, 곰팡이 들이 있다. 그들 중에서 지금은 병원균이 아니지만 인삼 상태와 주위 환경이 맞으면 병원균으로 작용해서 병을 일으킬 수 있다. 즉 병 발생의 입장에서 보면 지금은 병원균이 아니지만 여건만 되면 병을 일으킬 수 있는 병원균 후보들이 만연해있고 어떤 것이 어떤 병을 일으킬지는 누구도 모른다. 그 연구실에서 심오한 연구를 과학자도 모르고 현장에서 농사를 짓는 농부도 모르는 일이다.

또 병원균을 모두 없애는 것이 가능하기는 할까· 공기와 물, 토양을 통해서 이동하는 병원균을 인삼 주위에 얼씬도 못하게 하고, 인삼 존재하는 병원균은 모두 죽이는 것이 가능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미생물들의 적응력은 상상을 초월해서 어떤 형태로 변하든지 숨든지 해서 살아남는 데는 천재적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리는 지금 병원균만 들여다보고 이들을 없애거나 통제하려고 한다. 말 못하는 인삼이라고 인삼에게 물어볼 생각은 하지 않는다. 인삼은 말을 못하니 행동을 하거나 말을 할 수 있는 사람과 동물에게 물어보자. 사람과 동물의 병을 막으려면 가장 좋은 방법은 무엇일까· 면역력 강화를 위해서 인삼을 먹는 것처럼 사람과 동물의 병을 막는 가장 좋은 방법은 면연력 즉 병에 대한 저항능력을 키우는 것이다. 사람 몸 속이나 주위 환경에 만연해있는 병원균을 죽여서 병을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물론 항생제를 사용해서 병원균을 억제하기도 하지만 이것은 사람이 병원균에 저항할 수 있는 능력이 부족한 특별한 경우에만 해당된다. 면역력을 키우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병 방제 방법인 것은 병원균이 만연한 환경에 서도 일부는 병에 걸리고 다른 일부는 병에 걸리지 않는 것을 보아도 알 수 있다.

혹시 병원균을 모두 죽여서 병을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사람, 동물, 식물의 병에 대하여 조금만 고민해본 사람이면 안다. 환경이 달라지거나 그 환경에 살고 있는 사람, 동물, 식물이 달라지면 발생하는 병도 바뀐다는 것을. 그래서 어느 특정 병원균에 집중하는 것은 허무할 수 있다. 환경이 달라지거나 식물이 달라지면 수십 년을 들여다보던 그 병원균이 의미가 없을 수 있다. 그러나 인삼에 물어보면 다르다. 인삼이 왜 병에 걸릴 수밖에 없는지, 병에 걸린 것이 어떤 의미가 있는지에 대한 질문은 허무해질 수가 없다. 근본적인 대답을 제시하기 때문이다.

하버드 의대 출신으로서 대체의학 분야에서 명성이 높은 앤드류 와일 박사의 '자연치유'라는 책에서 한 말을 들어보자. "의사들은 병에 대해서는 해박하지만, 건강에 대해서는 무지하다. 현대의학은 진정한 치유의 열쇄인 인체의 자연치유 시스템을 도리어 파괴하는 치료행위도 서슴지 않는다" 이 말은 식물, 작물, 또는 인삼에게도 적용할 수 있지 않을까? 연구자와 재배자나 인삼 병원균을 어떻게 죽일까 고민하기 전에 인삼에게 물어보자. 왜 병에 걸리셨어요? 라고. 아마도 인삼은 병원균을 탓하지는 않을 것이다. 약하게 자라서, 질소를 너무 많이 먹어서, 후년을 기약하기 위해서... 등등의 다양한 답을 할 것이다.

'자연치유'의 역자는 몸 살리기 보다는 병을 죽이는데 급급해 하는 의료계의 현실을 개탄하면서 "의학기술은 병을 하나씩 몰아내었지만, 실제로 사라진 것은 병의 이름이었지 병 자체는 아니었다. 병으로부터 시선을 돌려 몸을 바라보게 될 때 우리가 발견하게 되는 것은 '병으로부터 자유로운' 삶의 가능성이다. 'heal'은 '온전하게 하다'라는 의미가 있다. 이제는 병과 건강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선을 온전하게 해야 할 때이고, 그를 통해 우리의 몸도 온전하게 해야할 때이다" 라고 하였다. 이 말을 인삼에 적용해 보는 것은 인삼 재배의 패러다임을 바꿀 수 있는 말이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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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현우 충북도체육회장, "재정 자율화 최우선 과제"

[충북일보] 윤현우 충북도체육회장은 "도체육회의 자립을 위해서는 재정자율화가 최우선 과제"라고 밝혔다. 윤 회장은 9일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지난 3년 간 민선 초대 도체육회장을 지내며 느낀 가장 시급한 일로 '재정자율화'를 꼽았다. "지난 2019년 민선 체육회장시대가 열렸음에도 그동안에는 각 사업마다 충북지사나 충북도에 예산 배정을 사정해야하는 상황이 이어져왔다"는 것이 윤 회장은 설명이다. 윤 회장이 '재정자율화'를 주창하는 이유는 충북지역 각 경기선수단의 경기력 하락을 우려해서다. 도체육회가 자체적으로 중장기 사업을 계획하고 예산을 집행할 수 없다보니 단순 행사성 예산만 도의 지원을 받아 운영되고 있는 형국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보니 선수단을 새로 창단한다거나 유망선수 육성을 위한 인프라 마련 등은 요원할 수 밖에 없다. 실제로 지난달 울산에서 열린 103회 전국체육대회에서 충북은 종합순위 6위를 목표로 했지만 대구에게 자리를 내주며 7위에 그쳤다. 이같은 배경에는 체육회의 예산차이와 선수풀의 부족 등이 주요했다는 것이 윤 회장의 시각이다. 현재 충북도체육회에 한 해에 지원되는 예산은 110억 원으로, 올해 초 기준 전국 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