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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광섭

청주시문화재단 문화예술부장

늘 그랬다. 축제가 끝나면 마음이 헛헛하고 시름시름 앓았다. 누군가가 내 마음을 보듬어 주기를 바랐으며, 이마저도 여의치 않을 경우 현실의 굴레를 벗고 도망치려 했다. 결코 그 결과에 대한 불평과 불만 때문이 아니다. 나의 꿈과 열정과 역량을 다 바쳤기에 후회는 없다. 아쉬움과 미련도 없다. 다만 더 큰 지혜와 더 멋진 땀을 흘렸다면 더 아름다운 결실을 맺었을 것이라며 자책을 하기도 한다. 그래서 차라리 여기가 끝이 아니기를, 새로운 미래를 향한 출발이기를 소망하기도 했다.

공예비엔날레 뿐만 아니다. 직지축제와 청주읍성큰잔치를 치르고 나서도, 크고 작은 행사와 이벤트를 마치고 나서도 이 같은 생각을 했다. 때론 나는 누구이며 무엇으로 사는지, 어떤 존재감을 갖고 있는지, 나의 꿈과 나의 몫과 나의 길은 어디에 있는지 스스로에게 묻고 답하는 자성의 시간을 갖기도 한다.

40일간의 공예이야기가 끝나기 무섭게 또 다른 예술축제의 현장으로 달려갔다. 축제 후유증에서 벗어나려는 자구책에서 시작했는데, 그 결과는 대 만족이었다. '예술, 그 이상의 감동'이라는 테마의 청주시민회관 재개관기념 페스티벌 얘기다. 청주시민회관은 필자의 기억 속에 '민방위교육장'으로 남아있다. 국가 안보 교육장, 식품위생 교육장, 강연회장…. 이처럼 문화적 사고와는 다소 거리가 먼 경직된 공간으로 30년 넘게 버텨 온 청주시민회관이 최근 문화 공간으로, 삶의 카타르시스 공간으로 변모했다.

그리고 청주시립예술단이 역사적인 첫 무대를 열었다. 끝없는 열정과 꿈을 변주하며 쏟아내는 뜨거운 감동, 영혼을 감싸는 아름다운 하모니, 삶에 녹아 있는 흥과 신명, 한국의 소리를 넘어 세계의 소리를 담는 퍼포먼스가 가을밤을 아름답게 수놓았다.

그날 밤 국악인 오정해의 사회로 진행된 '소리, 아주 특별한 만남'은 재즈와 국악의 절묘한 조화, 오정해의 맑고 향기로운 노래와 한진 감독이 지휘하는 K-뮤직, 그리고 소리꾼 이광수의 진한 흥과 우리 가락의 이야기는 객석을 가득 메운 청중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우리 고유의 삶과 멋이 흥겨운 가락으로, 다이나믹 코리아의 울림으로, 세계인의 소리로 감동의 꽃을 피운 것이다. 시립무용단의 '국향, 경국지무'는 말 그대로 나라를 뒤흔들 춤판이었다. 한국인의 혼과 얼과 애닯픈 삶의 이야기를 스토리텔링으로 엮고 장엄한 퍼포먼스로 무대를 압도했다. 김평호 감독은 이에 앞서 공예비엔날레의 개막식과 폐막식 무대에서 아찔한 춤사위로 관객들의 마음을 훔치지 않았던가. 그의 타고난 끼와 열정은 무대와 객석의 경계를 없애고 잠자는 내면의 세계를 깨우는 주술성이 담겨있다. 세상의 소리 중에서 가장 아름다운 소리가 영혼을 감싸는 인간의 노랫소리가 아닐까.

시립합창단은 메나리와 뱃노래의 전통음악에서부터 재즈, 타악퍼포먼스, 중국 음악, 그리고 한국의 현대 음악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레퍼토리를 통해 청중의 마음을 빼앗았다. 천상의 하모니 속에서 진한 국화향을 느꼈다. 시립오케스트라라는 세상 속의 변화무쌍한 소리와 이야기와 꿈과 열정을 작은 무대에서 펼쳤다. 음악은 인류의 역사상 가장 위대하고 아름다운 언어라는 것을 웅변하듯 유광지휘자는 신들린 사람처럼 지휘했고, 단원들은 새 생명이 움트고 꽃이 피며 열매맺는 삶의 대 서사시를 변주하지 않았던가.

그들에게 최고의 무대는 관객이었다. 화려한 조명과 하이테크의 음향과 드넓은 공간은 사치에 불과했다. 춤과 노래, 고전과 현대음악을 사랑하고 온 몸으로 품을 수 있는 관객들이 있는 곳에서는 객석과 무대의 간극이 없고, 지휘자와 단원의 경계가 없으며, 가진 자와 약자의 구분이 있을 수 없다. 함께할수록 감동이 커지고 모든 사람이 위대해 진다는 것을 알았다. 청주시민회관의 화려한 변신에 박수를 보낸다.

어느새 가을이 완연하다. 사람들은 청명한 하늘, 쏟아지는 햇살을 따라 단풍숲과 갈대숲으로 달려갈 것이다. 이처럼 환장하게 아름다운 가을날, 대자연과 함께하는 밀월여행도 좋지만 우리 모두의 특권인 문화의 숲, 예술의 바다를 항해하면 어떨까. 그 속에서 삶의 의미를 찾고, 존재의 가치를 만들며, 영혼이 자유로운 사람으로 남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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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기업 돋보기 1. 이을성 SSG에너텍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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