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차는 달리고 싶다

홍성진

청주서부소방서 의무소방원 상방

청주서부소방서에서 의무소방으로 생활한지 어느덧 1년이 지났다. 소방서에서는 출동 벨이 울리면 30초 이내에 차에 타고 현장으로 출동을 한다. 이러한 모습은 어느 소방서나 같을 것이다. 이처럼 빠르게 출동하는 이유는 소방서에서의 출동은 사람의 생명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또한 신속하게 출동을 하는 것은 소방관으로서의 사명이다. 하지만 소중한 생명을 구하기 위해서는 소방관의 노력뿐만 아니라 시민들의 도움이 필요하다. 그 동안 수많은 출동을 해보았지만 출동을 할 때마다 떠오르는 생각이 있다. "이번 출동은 현장에 더 빨리 갈수 있으면 좋겠다."

소방서에서 출동은 자동차 경주와 비슷하다. 소방서에서 출동 벨이 울리면 신속히 차에 몸을 싣는다. 5분 안에 현장으로 도착하길 바라면서 경주가 시작된다. 경주가 시작되면 수많은 장애물을 만나게 된다. 먼저, 소방차가 출동하고 있음을 인지하고도 양보운전을 하지 않는 자동차이다. 출동을 하다보면 소방차가 지나갈 수 있도록 피해주거나 비상등을 켜 소방차가 출동하고 있음을 알려주는 고마운 시민들이 있다. 이런 고마운 시민들이 있는 반면에, 소방차 앞에서 곡예 운전을 하거나 교차로에서 소방차가 출동하고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무시한 채 자신의 갈 길을 가는 시민들도 있다. 급한 사정이 있어서 양보를 못하는 경우도 있겠지만 대부분의 경우는 내일이 아니라는 무관심에서 비롯된 것이다.

다음으로 좁은 골목길이나 상가건물 주변에 불법 주·정차되어 있는 자동차이다. 일반도로는 행인이나 자동차가 다니는 길이기도 하지만 소방 출동로에 해당한다. 출동을 하다보면 소방 출동로에 많은 차량들이 불법 주·정차 되어있다. 차량이 많아져 주차공간이 부족한 이유도 있지만 자신의 편의를 위해서 '나 하나쯤이야.'하는 마음을 가진 사람들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소방차는 대용량의 물을 싣고 달려야하기 때문에 차체가 일반적인 차들보다 크다. 이러한 소방차는 골목이나 밀집된 상가를 지날 때 곤욕을 치른다. 불법 주·정차된 차들로 인해서 좁은 골목길이 더 좁아져 속도를 낼 수 없기 때문이다. 불법주정차들이 없다면 보다 수월하고 신속하게 현장에 도착할 수 있을 것이다.

출동을 하다보면 다행히 초기 진화가 되어 피해가 작은 경우도 있지만, 반대로 초기 진화가 되지 않아 더 큰 재산 피해로 이어지는 경우도 있다. 심지어 인명피해까지 발생하기도 한다. 이런 경우 "5분만 더 일찍 현장에 도착했더라면 더 큰 피해를 막을 수 있었을 텐데…" 이러한 아쉬움이 든다.

불은 소방관이 끄지만, 그 과정 속에서는 시민들의 도움과 배려가 필요하다. 소방차가 출동할 때 양보운전을 해주는 것, 비상등을 켜서 주변 운전자들에게 알리는 것, 소방 출동로에 불법 주·정차하지 않는 것들은 작지만 큰 도움을 주는 일이다. 또한 화재가 남의 일이 아니라 나의 일이 될 수 있다는 역지사지의 마음을 가지는 것도 중요하다.

1분, 1초가 절실한 순간, 소방차의 출동을 위해 조금 더 양보하고 배려할 수 있는 세계 10대 경제대국인 대한민국 국민에 걸 맞는 시민의식을 갖추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