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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철

옥천 대성사 주지

햇수로 벌써 9년이 넘었다. 내 얼굴에 쌓인 주름만큼이나 메콩강을 바라본 세월도 무심히 흘러갔다. 맨 처음 호치민을 드나들던 때만해도, 그 도시는 꽃을 피우지 못한 봉오리에 불과했다. 그런데 호치민은 나날이 놀라울 정도로 급 발전을 하기에 이르렀다. 두 배에서 세 배 또는 네 배까지 단숨에 세포분열을 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저마다의 많은 사연을 안고 찾아온 한국 남성을 데리고 베트남의 남부도시 호치민을 오고갔다. 나이가 많은 남성도 있고, 이런 저런 사고를 당해 몸이 불편했던 남성들도 있었다. 최근에 기억에 남는 신랑감으로는 시부모를 모실 신부가 한국에서는 만나기 힘들어 베트남 여성과 결혼을 결심했다.입국 수속은 간단하게 이루어졌다. 공항 대합실에서 서성대던 나와 신랑감은 출입문 쪽으로 발길을 돌렸다. 훅! 뜨거운 열기가 콧속으로 밀려왔다. 숨이 턱턱 막혀왔다. 나무마다 붉은 꽃이 피어있었다. 열대 식물에서 핀 꽃이 뜨거운 태양을 받아서 그런지 그 빛이 붉디붉다. 한줄기 바람이 얼굴 위로 날아든다. 메콩 강에서 불어오는 바람인가.호치민은 메콩 강이 흐르고 있다. 그것도 아주 짙은 황토 빛이다. 하지만 한국의 한강처럼 꿈을 꾸고 있는 강이다. 한국 같으면 장마철에나 볼 수 있는 물빛이다. 어디서 그 많은 고운 흙을 품고 흐르는지 꿈이 많은 모양이다. 신랑감은 사십이 넘은 총각이었다. 호치민에서 신부를 찾는 게 마지막 희망이라는 말을 힘없이 쏟아냈다. 물론 사전에 신원조사를 완벽하게 끝낸 한국남성이었다. 직장도 있고, 약간의 재산도 있었다.

마음이 싸하게 아파왔다. 부처님께서는 그의 힘겨운 인생의 등짐을 나눠지기 위해, 황토 빛 메콩 강이 흐르고 있는 호치민에 나를 보내신 게 틀림없었다.

신랑감의 얼굴을 또 한 번 봤다. 그의 얼굴은 미지의 세계를 탐험하고 있는 사람마냥 얼굴이 상기되어 있었다. 창밖으로 보이는 붉은 꽃처럼 붉어져 있다. 왜 그렇지 않겠는가. 그에게 인생 탐험이 곧 시작될 것이다.

겁먹은 얼굴로 그가 내 뒤를 바짝 따라온다. 그의 눈빛은 몹시 찹찹해 보였다. 그에게 다가가 어깨를 툭 쳤다.

"힘을 내시오. 분명 좋은 인연을 만나게 될 것입니다."

그가 답 대신 미소를 지었다.자신의 인연을 찾기 위해 머나먼 이곳까지 찾아왔다는 것만으로도 특별한 일인 것이다. 요즘은 다문화 가정이 워낙 많아 특별 한 일도 아니지만 10년 전만해도 그리 흔한 풍경은 아니었다. 부처님은 모든 현상은 인연에 의해 만들어진다고 설법하셨다. 한순간도 같은 게 없는 것 또한 인연법이며, 생성과 소멸의 세계를 넘으면 영원한 열반의 세계가 있다고 하셨다. 전생에 지은 악연과 선연에 따라 현생의 인연도 이루어지는 것이다.내 뒤를 따르고 있는 나이 많은 한국의 신랑은 전생에 무슨 선업을 지었기에 바짝 긴장한 모습으로 생면부지의 땅을 밟고 있는가. 나는 또 어떠한가. 어떤 선업이 있었기에 이토록 무거운 인생의 배낭을 짊어지고 살아가는가. 그래도 가야만했다. 그게 전생의 업을 갚는 일이기 때문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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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일보가 만난 사람들 - 단양교육지원청 김진수 교육장

[충북일보] 몇 년동안 몰아친 코로나19는 우리 나라 전반에 걸처 많은 염려를 낳았으며 이러한 염려는 특히 어린 아이들에게 실제로 학력의 위기를 가져왔다. 학력의 저하라는 위기 속에서도 빛나는 교육을 통해 모범 사례로 손꼽히는 단양지역은 인구 3만여 명의 충북의 동북단 소외지역이지만 코로나19 발 위기 상황에서도 잘 대처해왔고 정성을 다하는 학교 지원으로 만족도도 최상위에 있다. 지난 9월 1일 자로 단양지역의 교육 발전에 솔선수범한 김진수 교육장이 취임하며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고 있다. 취임 한 달을 맞은 김진수 교육장으로부터 교육철학과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과 단양교육의 발전 과제에 대해 들어 본다. ◇취임 한 달을 맞았다, 그동안 소감은. "사자성어에 '수도선부(水到船浮)'라는 말이 있다. 주희의 시에 한 구절로 강에 물이 차오르니 큰 배도 가볍게 떠올랐다는 것으로 물이 차오르면 배가 저절로 뜨더라는 말로 아무리 어렵던 일도 조건이 갖춰지면 쉽게 된다는 말로도 풀이할 수 있다. 교육장에 부임해 교육지원청에서 한 달을 지내며 교육장의 자리가 얼마나 막중하고 어려운 자리인가를 느끼는 시간이었다. 이렇게 어렵고 바쁜 것이 '아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