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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강리

시인

'대화록은 있고 NLL은 없다. - 대화록은 없고 NLL은 있다' '혼외 아들의 존재가 사실이다, - 아니다.' '국정원은 지난 대선에 개입했다. - 도움 받은 적 없다.' 요즘 한국인의 귀와 눈을 혼란스럽게 하는 일련의 어구들이다. 무엇이 참이고 무엇이 거짓인가. 관심 없던 대부분의 사람들도 불구경하는 재미로 한둘이 모여 들더니 마침내 전 국민의 지대한 관심사로 확대되었다. 지도층 인사들의 상당수가 국론 분열을 우려하면서 저마다 치유책을 백가쟁명한지 오래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이런 국론 분열의 중심에는 그들의 모습만이 보인다. 저명한 정치 인사들, 경륜을 단추처럼 끼고 다니는 시사평론가들, 순풍에 돛 단 듯이 탁견을 막힘없이 쏟아내는 논객들이 바로 그들이다. 애당초 국민의 관심 밖에서 어슬렁거리던 실체 없는 그림자를 살려내어 무엇을 얻고자 함인가. 국익인가, 정파의 이익인가, 사리사욕인가. 밀턴은 '실락원'에서 "진실에의 길은 엄하고 또한 험하다."고 말했지만 진실은 반드시 밝혀진다.

제정로마시대의 숨겨진 이야기다. 제정일치 즉 정교일치 시대에는 하늘의 대리역인 종교와 민중 통치역인 정치가 한 묶음이던 때다. 통치자인 제사장이 거액의 관비를 투자하여 장중한 신당(종교적 건물)을 짓고자 했다. 일세를 풍미하던 최고의 건물 설계사와 건축 기술사를 선발하여 장엄 역사를 시작했다. 그러나 웬일인지 건물의 높이가 올라가나 싶으면 균열이 생기거나 어느 한편으로 비스듬히 기우는 상서롭지 못한 일이 여러 차례 발생하곤 했다. 설계사와 기술사의 노심초사는 극에 달했고 장중한 역사(役事)의 완성을 목말라했던 위정자는 속이 타들어 갔다. 마침내 공사 관계자들을 불러 공사 진척이 안 되는 까닭을 따져 물으면서 크게 질책을 했다.

공사의 총책이었던 당대 가장 권위 있는 저명한 기술사가 고했다. "벽과 바닥에 자꾸 균열이 생기고 한쪽으로 건물이 기우는 까닭은 저희들의 탓이 아닙니다. 신께서 노하셨기 때문입니다. 순조롭게 공정을 마치려면 제물을 바쳐 신의 노여움을 풀어드려야 합니다." 이 말에 위정자 역시 공감하면서 무엇을 어떻게 바치면 좋겠느냐고 자문했다. 기술사는 오는 일요일 새벽 참배를 오는 여인 중에 가장 먼저 정문을 들어서는 이를 바치자는 의견을 냈다. 이는 그 기술사의 진실이 아니었다. 자기의 명예가 땅바닥에 곤두박질되는 처참한 상황을 모면해 보기 위한 술수였다. 그러나 둘은 합의하고 일요일을 기다렸다.

마침내 일요일 꼭두새벽 가방을 들고 고개를 숙인 채 숙연한 모습으로 정문을 들어서는 한 여인을 찾아냈다. 그는 여러 날 공사 현장에서 일 하느라 집에 들어오지 못하고 있는 남편을 위해 그가 갈아입을 속옷을 챙겨 남 몰래 건네주려고 온 기술사의 아내였다. 합의대로 그 여인이 제물로 바쳐졌다. 에밀레종이나 심청전에서 보이는 한국적 인신공양의 설화가 그 곳에서도 있었던 것이다. 이런 제의의식이 있고난 뒤 장엄 역사는 드디어 완성이 되고 내외귀빈이 운집한 가운데 준공식이 있는 날이었다.

이 행사에서 신의 이름으로 공로패를 받기로 되어 있는 주인공 중 한 사람인 기술사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행사가 끝나고 난 뒤 신축 건물의 내외를 둘러보던 내빈들에 의하여 정원수에 목을 매고 스스로 자결한 그 기술사가 발견되었다. 자기의 명예를 위해서 진실을 외면한 채 혹세무민하는 터무니없는 거짓으로 사랑하는 아내를 죽게 한 한 인간의 고뇌가 어떠했을까를 짐작케 하는 광경이다. 진실을 외면함으로써 돌아올 어떤 이익을 위해 스스로를 가장하는 오늘날 우리 세대의 한 계층에게 들려주고 싶은 에밀 졸라의 유명한 명언이 있다.

'네가 진실을 가두고, 땅에 매장해도, 그것은 싹을 틔우고 거대한 숲으로 자라 모든 것을 불어버릴 만한 폭발적인 힘으로 집중될 것이다.'

시시때때로 일어나는 '진실은 왜 하나뿐이어야 하는가'에 대한 의문도 가슴서랍에 묵은 엽서처럼 쌓이고 있는 요즘 어디론가 훌훌 떠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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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일보가 만난 사람들 - 단양교육지원청 김진수 교육장

[충북일보] 몇 년동안 몰아친 코로나19는 우리 나라 전반에 걸처 많은 염려를 낳았으며 이러한 염려는 특히 어린 아이들에게 실제로 학력의 위기를 가져왔다. 학력의 저하라는 위기 속에서도 빛나는 교육을 통해 모범 사례로 손꼽히는 단양지역은 인구 3만여 명의 충북의 동북단 소외지역이지만 코로나19 발 위기 상황에서도 잘 대처해왔고 정성을 다하는 학교 지원으로 만족도도 최상위에 있다. 지난 9월 1일 자로 단양지역의 교육 발전에 솔선수범한 김진수 교육장이 취임하며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고 있다. 취임 한 달을 맞은 김진수 교육장으로부터 교육철학과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과 단양교육의 발전 과제에 대해 들어 본다. ◇취임 한 달을 맞았다, 그동안 소감은. "사자성어에 '수도선부(水到船浮)'라는 말이 있다. 주희의 시에 한 구절로 강에 물이 차오르니 큰 배도 가볍게 떠올랐다는 것으로 물이 차오르면 배가 저절로 뜨더라는 말로 아무리 어렵던 일도 조건이 갖춰지면 쉽게 된다는 말로도 풀이할 수 있다. 교육장에 부임해 교육지원청에서 한 달을 지내며 교육장의 자리가 얼마나 막중하고 어려운 자리인가를 느끼는 시간이었다. 이렇게 어렵고 바쁜 것이 '아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