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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석

충북중앙도서관 영양사

오랫동안 뜨거웠던 태양 볕도 이제는 시들었나보다. 뒤늦게 나타난 태풍도 별다른 피해 없이 조용히 비껴갔으니 다행이다. 산과 들은 서늘한 바람에 푸른 잎은 물들고 봄, 여름 열심히 가꾸어온 결실을 가을볕에 전시 중이다. 자연의 섭리 앞에 자꾸 허망해 지고 가을은 깊어만 간다.

가을이 되니 집안 행사와 지인들의 혼례식 그리고 예기치 않게 예를 갖추어 참석해야 하는 일이 많아졌다. 철마다 옷을 사 입는다고는 하나 계절이 바뀌면 입을 옷이 없는 것은 왜인지 모르겠다는 나의 푸념에 남편은 한마디 한다. "시장 바닥에서 싼 옷 만 사 입으니 그런 것 아니냐고" 남편이 아이들을 불러 놓고 엄마에게 생일 선물로 근사한 옷을 한 벌 사 줄 것을 당부했다. 미안한 마음도 들고 멋쩍기도 하지만 아이들을 따라 백화점으로 옷을 사러 가기로 했다. 왠지 백화점에 가려면 잘 차려 입어야 할 것 같아서 옷장을 열고 정장을 차려 입고 굽 높은 구두를 신고 백화점으로 향했다. 친절하고 예쁜 점원들은 상냥했으며 진열된 옷들은 다양하며 세련되고 격이 있어 보였다. 아이들이 이끄는 곳에서 이것저것 내어준 옷들을 입어보고 또 입어보고 여러 번 옷을 바꾸어 입어보아도 백화점 점원은 얼굴 한 번 찡그리지 않는다. "고객님 정말 이 옷을 입으시니 우아해 보이십니다." 우아하다는 그 말에 나도 모르게 거울에 비친 모습을 이리저리 살펴보니 정말 우아해 보이는 것 같다. 다른 옷을 입으니 이번에는 "고객님 정말 이 옷은 우리매장에 하나밖에 없는 옷입니다. 고객님이 입으시니 품위 있어 보이십니다." 다시 거울을 들여다보니 못생기고 키 작고 통통하던 나의 모습은 보이지 않고 제법 날씬하고 길쭉한 내 모습이 아닌가· 참으로 귀신이 곡할 노릇이다. 한참 이것저것 입어보다가 내 마음에 꼭 드는 옷을 입었더니 우아하고 품위 있어 보이니 옷 고르시는 안목이 대단하시다는 점원의 말에 나도 모르게 우쭐한 마음이다. 옷을 정 하고 가격을 물어본 나는 입이 딱 벌어졌다. 아이들은 나를 쿡쿡 찌르며 아무 말 하지 말라고 눈치를 준다. 나는 우아하고 품위 있다는 말에 손상이 갈 것 같아 입을 다물고 그 옷을 사고 말았다. 오늘 구매한 가격이 얼마 이상이면 백화점 상품권을 준단다. 백화점 점원은 아주 상냥하게 사모님 그냥 가지마시고 꼭 상품권을 챙겨 가시라는 당부를 한다. 상품권을 받으려고 보니 구매한 가격이 상품권을 준다는 가격에 조금 못 미친다. 상품권에 현혹된 우리는 꼭 필요하지도 않지만 구두 한 켤레를 더 구매하고 상품권을 받았으나 그것으로는 백화점에서는 아무것도 살 수 없는 가격이다. 현금을 더 얹어서 상품권을 쓰고 나니 지갑이 탈탈 털렸다. 백화점을 빠져 나오면서 백화점 점원의 우아하고 품위 있다는 말에 너무도 많은 시간과 값을 치렀다고 생각 하니 마음이 씁쓸하다.

품위 있게 산다는 것은 생각해 보건데 당당 하게 자신의 일을 사랑 할 줄 알고 소신 있게 자신을 표현하며 떳떳하게 남 앞에 설 수 있을 때 열정 있는 삶을 말 하는 것이 아닐까· 고무줄 바지를 입었어도 내가 당당하고 떳떳하다며, 또한 소신 있게 열정을 가지고 의미 있는 삶을 산다면 그것이 바로 품위 있는 삶일 것이다. 좀 더 우아한 삶을 지향 한다면 말을 아끼고 귀를 열어두며 타인을 배려하며 시간을 소중히 여기며 넓고 깊은 생각으로 신뢰감을 줄 수 있는 인격을 겸비한다면 우아한 사람일 것이다. 겉치장은 돈으로 할 수 있지만 내면을 가꾸는 일은 돈이 아닌 각고의 노력이 필요 할 것이다.

오늘 나는 "너는 우아하고 품위 있는 사람이야" 라는 최면을 걸고 결혼식장을 가기위해 집을 나섰다. 아직 덜 익은 나는 가을 햇살이 참으로 따뜻하다. 최선을 다해 가꾸어온 결실을 내어 놓고 잎을 떨구는 가을! 너는 우아하고 품위 있고 아름답기까지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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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현우 충북도체육회장, "재정 자율화 최우선 과제"

[충북일보] 윤현우 충북도체육회장은 "도체육회의 자립을 위해서는 재정자율화가 최우선 과제"라고 밝혔다. 윤 회장은 9일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지난 3년 간 민선 초대 도체육회장을 지내며 느낀 가장 시급한 일로 '재정자율화'를 꼽았다. "지난 2019년 민선 체육회장시대가 열렸음에도 그동안에는 각 사업마다 충북지사나 충북도에 예산 배정을 사정해야하는 상황이 이어져왔다"는 것이 윤 회장은 설명이다. 윤 회장이 '재정자율화'를 주창하는 이유는 충북지역 각 경기선수단의 경기력 하락을 우려해서다. 도체육회가 자체적으로 중장기 사업을 계획하고 예산을 집행할 수 없다보니 단순 행사성 예산만 도의 지원을 받아 운영되고 있는 형국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보니 선수단을 새로 창단한다거나 유망선수 육성을 위한 인프라 마련 등은 요원할 수 밖에 없다. 실제로 지난달 울산에서 열린 103회 전국체육대회에서 충북은 종합순위 6위를 목표로 했지만 대구에게 자리를 내주며 7위에 그쳤다. 이같은 배경에는 체육회의 예산차이와 선수풀의 부족 등이 주요했다는 것이 윤 회장의 시각이다. 현재 충북도체육회에 한 해에 지원되는 예산은 110억 원으로, 올해 초 기준 전국 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