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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3.10.22 14:43:03
  • 최종수정2013.10.22 14:43:03

이승철

진천군 경제과장

납골당에서의 성묘. 화장 선호도가 크게 높아지면서 이런 성묘 모습도 더 이상 낯설지 않다. 우리의 현실을 둘러보자. 어느 유명인사가 자신이 죽으면 화장을 해달라고 선언하면 언론이 이를 크게 보도한다. 여고생들이 학급회의를 통해 화장을 집단 결의했다는 기사의 제목은 '속 깊은 여고생들, 우리 화장 할래요'다. 결국 화장을 선택하면 속 깊은 행동인 반면, 만약 누가 매장을 선택한다면 그것은 은연중에 전근대적이요, 바람직하지 못한 행동으로 치부되는 세상이다.

국민의식도 최근 몇 년 사이에 크게 바뀌었다. 이하늘 정보에 의하면 1980년대까지 10%대에 머물렀던 화장률이 2010년 67.5%, 2011년 71.1%, 2012년 72.9%, 2013년 5월말 75.9%로 지난해 말 대비 5개월간 3.0%가 증가되었다.

특히 부산시는 87.4%로 전국에서 제일 높게 분석되었다. 이 통계는 화장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넘어서 매장보다 더 선호되고 있다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죽음의 역사' 저자인 필립 아리에스는 죽음에 대한 인식과 그것과 관련된 사회적 행위들은 아주 천천히 변화하기 때문에 유의미한 변화양상을 추적하려면 적어도 천 년의 역사를 살펴봐야 한다고 말한다. 그런데 우리 사회에서는 불과 몇 년 사이에 장례방식이 엄청나게 변했다. 그 이유로 흔히 유교사상의 퇴조와 사회경제적 변화에 따라 조상숭배 의식이 희박해지고 후손들의 묘지관리를 기대할 수 없게 되면서 화장 비율이 높아졌다. 이 시점에서 화장 증가가 가져온 긍정적 효과는 과연 무엇인지 냉정히 판단해 보고자 한다.

사회학자 천선영이 지적했듯이, 그 동안 장개협과 그에 동조한 언론의 계몽활동은 거의 폭력적으로 전개됐다. 매장은 '악(惡)'이요, 화장은 '선(善)'이라는 관점에 서 있다 해도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 그 결과 매장은 없어져야 할 장례방식이며, 화장은 바람직한 대안이라는 '강제적 계몽성'이 우리 사회를 휩쓸었다.

그에 따라 화장은 급증했으며 화장 위주의 법령이 제정됐고, 대학에는 장례 관련 학과들이 대거 신설됐다. 특히 이러한 추세에 발 맞춰 납골 석재관련업계는 최고 호황기를 맞고 있다. 이들에게 화장장려운동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와 다름없다. 풍수학자 황영웅의 논리를 빌려 설명하면, 모든 생명 틀은 집합(삶)과 환원(죽음)의 과정으로 되어 있다. 모든 생명체는 원소 핵의 집합체이다.

생명체가 죽으면 집합된 것이 이산, 괴멸되어 원래의 자리로 돌아간다. 그것이 환원과정이다. 그러므로 환원이란 집합되어 인간의 몸을 구성하기 이전의 원래 원소로 회귀하는 것을 말한다.

시신을 매장하면 통상 200~300년 후에는 깨끗하게 원래의 원소로 돌아간다. 이처럼 매장이란 죽은 인간의 몸을 땅에 묻음으로써 서서히 환원되는 과정이다. 그에 반해 화장은 시신을 태워서 급속히 환원시키는 방식이다. 그런 면에서 매장과 화장의 본질은 같다. 본래 온 곳으로 되돌아가는 환원이라는 목표가 같기 때문이다. 이처럼 우주 자연의 이치에서 매장과 화장의 본질은 같으나, 여기에 인간의 가치개념이 개입되면 달라진다. 인간은 조상의 시신이 환원되는 과정의 생명에너지를 동조·흡수하여 정신적·육체적으로 생명활동력을 개선 상승시키고자 했다. 매장이든 화장이든 궁극적 목표는 인간이 본래 왔던 곳으로 되돌아가는 과정이므로, '무(無)로 돌아간다'거나 '자연으로 돌아간다'고 표현한다. 그러므로 그 본질을 이해하는 한 어떤 경우에도 자연을 파괴해서는 안 된다. 매장을 반대하고 화장을 주장하는 사람들이 내세우는 가장 큰 명분이 국토의 효율적 이용이다. 아름다운 환원이 있어야 아름다운 삶이 있다. 아름다운 환원은 올바른 장례문화가 있을 때만 가능하다. 장례문화가 서야 죽음의 문화가 바로 선다. 죽음의 문화가 서야 삶의 문화도 제대로 세울 수 있다. 이처럼 삶과 죽음의 문화가 균형을 이룬다면, 인류의 문화는 건강하고 아름답게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그러므로 장례문화 논쟁은 시체에 대한 처리방식 논의가 아니라, 새 문화 창조에 대한 모색과정이다. 만약 삶의 문화와 죽음의 문화를 같이 들여다보지 않고 오직 삶의 문화만을 중시한다면, 우리 사회는 결국 천박한 반(反)문화에 빠질 것이다. 그러한 사고에서는 죽음이란 빨리 잊어버려야 하는 것으로 정리된다. 부모님을 포함해서 망자의 죽음은 다른 그럴듯한 이유가 덧붙여지기는 하겠지만, 빨리 잊고 싶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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