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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강리

인도 국민이 간디나 타골만큼 우러르면서 국민적 스승으로 섬겨 온 위대한 성인이 또 한 분 있다. 수도자 선다싱이다.

그는 어느 겨울 수행을 마치고 눈 쌓인 히말라야 산을 넘고 있었다. 무릎까지 덮는 산 속의 눈을 헤치면서 천신만고로 준령과 골짜기를 지나고 있는 중 길가에 쓰러진 한 행인을 발견한다. 동태를 살펴보니 아직 목숨은 붙어 있다. 홀로 걷기도 벅차다. 무사히 하산하여 목적지에 당도하리란 보장도 물론 없다. 그럼에도 그는 길가에 쓰러져 있는 동사 직전의 나그네를 외면할 수 없었다. 어찌 되었건 그와 함께 죽지 않고 살아서 돌아가리라는 결심을 했다. 혼수상태에 빠져 있는 그를, 얼어서 뻣뻣해진 그의 육신을 일으켜 세워 들쳐 엎고 한 발짝, 한 발짝 발걸음을 내디뎠다. 견딜 수 없을 만큼 숨이 차오르고 발걸음은 옮겨 디딜 수 없을 정도로 천근만근이었다. 한 참을 그렇게 가고 있던 중 등에 엎인 나그네의 움직임이 느껴지고 숨소리도 들리기 시작했다.

"어찌 좀 정신이 드십니까·" "예, 이제 혼자 걸을 수 있을 듯합니다. 나를 내려 주십시오."그의 뜻대로 등에서 내려 안색을 살폈다. 온화한 낯빛에 안도하는 평온을 읽을 수 있었다.

나그네가 생기를 되찾을 수 있던 건 서로간의 체온 때문이었다. 언 몸이 녹고 혈류가 정상을 회복한 것이다. 두 사람은 마주 보고 잔잔한 미소를 주고받았다. 이렇게 한 사람의 희생이 죽어가는 한 사람의 생명을 살려낸 것이다. 두 사람은 서로가 감사하는 마음으로 손을 맞잡고 함께 걸어가는 동행자가 되었다.

상당 시간이 흐르고 일행이 어느 골짜기를 지나가고 있을 즈음, 동행자 앞에 또 한 사람의 나그네가 지쳐 쓰러져 있음이 발견되었다. 눈길에 지치고 오랜 시간 아무것도 먹지 못해 허기진 또 다른 행인이었다. 수도자는 함께 오던 동행인의 기색을 조심스럽게 살피고 난 뒤, '저 사람도 살려야 하지 않겠느냐·'는 무언의 제안을 표정으로 보냈다. 그러나 그는 기연 미연하는 태도가 역력했다. "내가 저 사람을 업을 테니 도와주시오."하자 그는 펄쩍 뛰었다. "지금까지 우리가 어떻게 살아왔는데 저 사람을 데려 가려 합니까· 기진맥진하여 도저히 저는 힘을 보탤 수가 없습니다. 혼자 가겠습니다." 남의 도움으로 살아난 자가 남을 도울 수 없다는 단호함을 보이면서 그는 홀로 떠났다. 수도자는 가슴이 터질 듯한 분노와 슬픔을 느끼면서 아까와 같은 방법으로 나그네를 엎고 눈 덮인 히말라야를 내려오고 있었다. 긴 시간이 지난 후 등에 엎인 이 나그네도 미동하기 시작했다. 그도 마침내 생기를 되찾고 기력을 회복하게 되었다. 손을 굳게 맞잡고 생사곡절의 이야기를 나누면서 삶과 죽음의 길을 넘나드는 동행이 시작되었다. 아직도 이 위험한 산행이 마무리되려면 더 많은 시련과 난관이 첩첩이 가로놓여 있다. 그러나 혼자서는 장담할 수 없는 이 삶의 활로를 둘이 힘을 합하면 뚫어낼 수 있다는 자신감과 희망을 가지고 하산 속도를 붙여가고 있었다.

그런데 이게 웬 일인가· 그들 앞에는 쓰러져 있는 또 한 사람이 있었다. 이리저리 살펴보니 좀 전의 그 나그네였다. 혼자라도 살겠다고 뿌리치며 앞으로 나갔던 그 나그네. 그는 이미 숨이 멎어 있었다. 수도자의 청대로 셋이서 함께였다면 그는 분명 죽지 않았을 것이다. 아니 더 행복하게 동행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그는 죽었다. 그의 죽음이 시사하는 바는 무엇일까·

실존적 가치로서의 인간의 최고최선의 덕목은 '사랑'이다. 인간뿐만 아니라 모든 생명에 대한 사랑이 곧 진리의 공경이며, 문화의 가치며, 역사의 실천이다. 피히테는 '독일국민에 고함'에서 '사랑은 인간의 주성분이다. 인간의 존재와 같이 사랑은 완전무결하게 존재하고 있으며, 무엇 하나 더 보탤 필요가 없다.'고 외쳤음을 우리는 재삼 음미할 필요가 있다. 선다싱은 그래서 세계인의 사표가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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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길형 충주시장 "부담 없는 시민골프장 추진"

[충북일보] 조길형 충주시장이 공익적 차원에서 시민골프장 조성 계획을 세우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비싸진 골프장 요금과 관련해 시민들이 골프를 부담 없이 즐길 수 있게 하겠다는 취지인데, 갑론을박이 뜨겁다. 자치단체장으로서 상당히 부담스러울 수 있는 시민골프장 건설 계획을 어떤 계기에서 하게됐는지, 앞으로의 추진과정은 어떻게 진행되는지 여부에 대해 들어보았다. ◇시민골프장을 구상하게 된 계기는. "충주의 창동 시유지와 수안보 옛 스키장 자리에 민간에서 골프장 사업을 해보겠다고 제안이 여럿 들어왔다. '시유지는 소유권 이전', '스키장은 행정적 문제 해소'를 조건으로 걸었는데, 여러 방향으로 고심한 결과 민간에게 넘기기보다 시에서 직접 골프장을 만들어서 시민에게 혜택을 줘야겠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충주에 골프장 많음에도 정작 시민들은 이용할 수가 없는 상황이 안타까웠다." ◇시민골프장 추진 계획은. "아직 많이 진행되지는 않았지만, 오랜 기간의 노력을 들여 전체 과정에 있어서 가장 중요하다 볼 수 있는 시민의 공감을 확보했다. 골프장의 필요성과 대상지에 대해 시민들이 고개를 끄덕여 주셨다. 이제는 사업의 실현가능성 여부를 연구하는 용역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