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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철

옥천 대성사 주지

우리는 눈에 보이는 물질이 전부인 양 살아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가끔, 하늘을 보며 자기 자신을 되돌아보라고 말한다.

돈과 명예, 그리고 눈에 보이는 것에만 치중하다보면 정녕 행복이 무엇인지 알지 못하고 부질없는 것을 쫒다가 일생을 마치게 된다. 참으로 허망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생각을 깊이 하다보면 "정말 그랬군요."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일 것이고, 지금까지 살아온 인생길을 돌아보는 지혜가 열릴 것이다.

그러하다가도, 또 "아, 그게 아닙니다. 살아가자면 눈에 보이는 물질도 중요하지요!"라는 말을 남긴 채 오던 길을 그대로 걸어가는 가엾은 사람들도 있다.

법회를 할 때마다 종종 눈에 보이는 것과 눈에 보이지 않는 것에 대해 말하곤 한다.

눈에 보이는 것은 확실하니까, 거짓된 것이 아닐 것이고, 눈에 보이지 않은 것은 거짓투성이 오물들이 덕지덕지 묻어 있을 것으로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믿지 못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눈에 보이는 현상 또한 허상이라고도 하지 않던가. 그 허상을 쫒다가 끝내 한 많은 생을 마감하게 되는 이가 얼마나 많은가.부처님을 극진이 모셨던 아난다의 삶은 그 자체가 그림자였다.

아난다는 아누룻다와 함께 석존의 최후를 지켜보았고, 석존의 가르침을 정리하고 경전으로 옮긴 유일한 제자였다. 그러기까지 그의 삶은 철저하게 부처님의 그림자로 살았던 것이다. 아난다는 석존과 같은 연배였으며, 석존의 나이 55세 때 시종으로 추천되기도 했다. 하지만 25년간 그림자처럼 석존을 따라다니면서 모든 일을 뒷바라지해 드렸으며, 석존이 병석에 누우면 계를 범해 가면서까지 특별한 식사를 준비해 올렸다. 아난다는 석존의 그림자로 평생을 살았지만, 세상의 모든 것들을 눈으로 보는 게 전부가 아님을 깨우친 선지자였던 것을 그가 남긴 경전을 통해 알 수 있다.

번뇌와 망상은 자성이 없어 마음을 따라 왔다가 마음과 함께 사라진다. 마음이 공하고 공하는 그것마저 공하면 그것이 곧 극락인 것이다. 이는 곧 부처님의 가르침이다.

쨍쨍 내리꽂히는 햇살이 가슴으로 파고드는 순간에 비로소 지혜의 문이 열리게 된다. 이 세상을 마감하게 될 그날에 우리는 무슨 말로 인생의 일점을 찍을 것인가.

이것이 차면 저것이 부족하고, 이것이 좋다가도 저것이 좋아 보이는 게 인생사라고 하지 않던가. 모든 걱정은 욕심에서 비롯된다. 그 욕심이 끝나지 않으면 인생의 일점을 찍는 그 순간에도 미련이 남아 얼마나 고통스러울까. 지금까지 인연 찾아주기를 하면서 인연이 악연이 되 버리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하지만, 한번 얽힌 인연을 다시 풀어버리고, 새로운 인연으로 다시 엮는다는 것은 결코 쉽지 않는 일이다. 자칫 악업을 지을 수 있지 때문인 것이다.많은 인연이 나를 통해 만났다. 그 많은 인연들이 다들 잘 살고 있기를 바라는 마음은 크다. 하지만 어찌 인생사가 그리 호락호락한 일인가. 어쩌면 그런 내 마음도 욕심일 게다.인연이란 사람과 사람 사이만 존재하는 것은 분명 아니다. 물건과 물건에도 인연으로 맺어져 있다. 이 옷을 가지면 저 옷이 좋아 보이고, 이 집을 가지면 저 집이 좋아 보이니, 눈에 보이는 욕심들로 가득 차 있다. 눈에 보이는 욕심 때문에 불행의 싹이 트게 된다.

모든 것은 상(常)인가? 무상(無常)인가? 무상이라면 고(苦)인가? 낙(樂)인가?

숨을 깊이 내쉬며, 다시 한 번 명상의 시간을 가져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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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일보가 만난 사람들 - 단양교육지원청 김진수 교육장

[충북일보] 몇 년동안 몰아친 코로나19는 우리 나라 전반에 걸처 많은 염려를 낳았으며 이러한 염려는 특히 어린 아이들에게 실제로 학력의 위기를 가져왔다. 학력의 저하라는 위기 속에서도 빛나는 교육을 통해 모범 사례로 손꼽히는 단양지역은 인구 3만여 명의 충북의 동북단 소외지역이지만 코로나19 발 위기 상황에서도 잘 대처해왔고 정성을 다하는 학교 지원으로 만족도도 최상위에 있다. 지난 9월 1일 자로 단양지역의 교육 발전에 솔선수범한 김진수 교육장이 취임하며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고 있다. 취임 한 달을 맞은 김진수 교육장으로부터 교육철학과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과 단양교육의 발전 과제에 대해 들어 본다. ◇취임 한 달을 맞았다, 그동안 소감은. "사자성어에 '수도선부(水到船浮)'라는 말이 있다. 주희의 시에 한 구절로 강에 물이 차오르니 큰 배도 가볍게 떠올랐다는 것으로 물이 차오르면 배가 저절로 뜨더라는 말로 아무리 어렵던 일도 조건이 갖춰지면 쉽게 된다는 말로도 풀이할 수 있다. 교육장에 부임해 교육지원청에서 한 달을 지내며 교육장의 자리가 얼마나 막중하고 어려운 자리인가를 느끼는 시간이었다. 이렇게 어렵고 바쁜 것이 '아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