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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인숙

코리아피부미용협동조합 이사장

천고마비의 계절 가을이 심장 박동을 타고 온 몸에 전해진다. 여름 내내 열기를 내뿜던 태양도 한풀 꺾인 9월이다.

눈을 들어 산과 들을 바라보면 왠지 푸르름이 가득 차 보이고 마음은 풍성함이 느껴진다. 이렇게 가을이라는 손님이 내 그림자 속에 들어왔다. 무심천 가를 따라 걷고 뛰고 자전거 타는 연인들의 해맑은 웃음도 우암산을 오르며 송글송글 맺힌 땀방울을 연신 닦는 어느 노부부의 다정한 모습도 그 어느 때 보다도 행복해 보이는 것은 가을이라는 계절이 주는 특별한 매력이 아닐까 싶다.

잠시 펜을 내려놓고 커피를 마시며 가을편지 노래를 듣고 먹먹해진 나를 발견했다. 한 때는 지금처럼 글도 쓰고 노래도 즐겨 듣고 맨발로 동네 어귀를 뛰어다니던 어린 시절이 불현 듯 스쳐지나간다. 지금도 이 글을 쓰는 동안에도 앞선 글자들은 지나가는 과거가 되고 현재가 되고 미래가 되겠지.

행복은 찾아가는 것이 아니라 찾아오는 것이라고 했다. 마음의 짐을 내려놓고 무거운 생각을 하지 말자. 산을 오르되 정상을 보지 말고 나무도 보고 풀도 보고 돌맹이의 오묘한 모양도 보고 고생하는 고마운 나의 눈과 코와 입과 손과 발에도 감사함에 쉴 시간을 주며 살자.

올해는 추석이 일찍 찾아온 것 같다. 매년 맞이하는 명절이지만 항상 새로운 느낌이 드는 것은 나이를 먹어가는 나 때문이 아니라 점점 더 성숙해지고 어른스러워지는 자랑스런 아이들 때문이다. 지치고 힘들었을 때 항상 내 곁에서 힘을 북돋아주는 행복 바이러스가 있다는 것이 얼마나 감사하고 기쁜지 이 순간에도 절로 미소가 흐른다.

이렇듯 가을은 나를 풍성하게 만든다. 얼마전에 내 곁을 떠나가신 어머니가 펜 끝에서 그려진다. 우리 아이들과 함께 23년을 함께 하신 내 어머니...어쩌면 낳아준 나보다 몇 십 배, 몇 만 배나 아이들을 아끼고 돌봐주신 고마우신 어머니께 설레는 마음안고 추석 때 첫 인사를 드리러 갔는데 아버지와 어머니가 주무시고 계신 발 아래 수박이 우리 가족을 기다리고 있었다.

내가 어렸을 적 아버지는 산골짜기 짚 앞 마당에서 탐스럽게 주렁주렁 매달린 수박을 따서 나에게 먹이시곤 했었다.

하늘은 맑고 쾌청한데 내 시야엔 순간 빗물이 내렸다.

내 앞엔 부모님께서 환하게 웃고 계셨고 우린 그 품에 안겨서 달고 맛있는 수박을 먹었다.

나에게 가을은 부모님의 따뜻한 사랑을 잊지 않게 해주는 추억의 앨범이다. 사진 한 장 한 장 들춰보는 것만으로도 벅찬 감동이 밀려와 심장 박동수가 올라간다.

가을 바람과 가을 비 그리고 그 속을 무심히 스쳐지나가는 시계 초침 소리마저도 두 팔 벌려 맞이할 수 있는 것은 아직 내 곁에 머물고 있는 정류장 속의 가을 버스가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그 버스에 올라가 차창가에 귀를 기울이면 귀뚜라미가 노래하고 눈을 들어 하늘을 보면 기러기가 날아가고 산과 들에 단풍이 곱게 물들겠지.

가을이라는 과일을 알차게 키우자 내 마음의 광주리에 차고 넘쳐서 도저히 감당 못 할 정도로 정성을 다해 가꿔보자.

올 가을은 나에게 너무나도 감사한 마음으로 익어가는 계절인 것 같다.

내딛는 걸음걸음은 피아노 건반이 되어 흐르고 가슴을 활짝 펴서 앞으로 내밀면 하프가 되어 주위를 경건하게 만든다. 눈웃음을 지으면 바이올린이 되어 가을하늘을 춤추게 하는 것 같다.

내 손은 어느 새 오케스트라 지휘자가 되어 눈부시게 아름다운 계절을 축복하고 있는 듯 하다.

삶을 시간과 마라톤 경주하듯 헐떡이며 살아온 나에게 종이와 펜이 선물한 이 시간은 짧은 기쁨이다. 하지만 그럴지라도 지친 마음을 달래주는 부모님의 품속에서 지낸 것 같다.

그리고 이런 기회를 주신 것에 감사를 드리며 밝은 보름달처럼 이 글을 읽고 있는 모든 독자들에게 꿈과 희망과 사람이 그 크기만큼 이루어지기를 두 손 모아 기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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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현우 충북도체육회장, "재정 자율화 최우선 과제"

[충북일보] 윤현우 충북도체육회장은 "도체육회의 자립을 위해서는 재정자율화가 최우선 과제"라고 밝혔다. 윤 회장은 9일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지난 3년 간 민선 초대 도체육회장을 지내며 느낀 가장 시급한 일로 '재정자율화'를 꼽았다. "지난 2019년 민선 체육회장시대가 열렸음에도 그동안에는 각 사업마다 충북지사나 충북도에 예산 배정을 사정해야하는 상황이 이어져왔다"는 것이 윤 회장은 설명이다. 윤 회장이 '재정자율화'를 주창하는 이유는 충북지역 각 경기선수단의 경기력 하락을 우려해서다. 도체육회가 자체적으로 중장기 사업을 계획하고 예산을 집행할 수 없다보니 단순 행사성 예산만 도의 지원을 받아 운영되고 있는 형국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보니 선수단을 새로 창단한다거나 유망선수 육성을 위한 인프라 마련 등은 요원할 수 밖에 없다. 실제로 지난달 울산에서 열린 103회 전국체육대회에서 충북은 종합순위 6위를 목표로 했지만 대구에게 자리를 내주며 7위에 그쳤다. 이같은 배경에는 체육회의 예산차이와 선수풀의 부족 등이 주요했다는 것이 윤 회장의 시각이다. 현재 충북도체육회에 한 해에 지원되는 예산은 110억 원으로, 올해 초 기준 전국 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