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기사

이 기사는 0번 공유됐고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흉년 들면 '짭잘' 풍년이면 '울상'인 고추농가 왜?

흉년 풍년 뒤바뀐 고추농가 백태 들여다보니

  • 웹출고시간2013.09.05 10:00:05
  • 최종수정2013.10.20 19:28:32

편집자 주

올해 고추는 작황이 좋아 풍년이 들었지만 고추농가는 울상이다. 이와는 반대로 흉년이 들었던 지난해는 꽤나 높은 매상을 올려 수입이 짭잘했다. 흉년이 들어야 고추값이 오르고, 풍년이면 고추값이 떨어지는 뒤바뀐 흉년과 풍년의 이면을 들여다봤다.
먹고 사는 문제가 가장 큰 일이였던 옛날엔 풍년이 들면 배불리 먹고 흉년이 들면 굶주려야 했다. 그래서 풍년 기원제를 올리고 했던 것인데, 요즘엔 세상이 좋아져 먹고사는 문제가 뒷전으로 밀린 지 오래다. 모든게 넘쳐나는 요즘 농가들은 풍년보다 오히려 흉년을 바라는 모양새다.

왜 그런가 들여다봤더니 풍년이 들면 수요보다 공급이 많아 가격이 크게 떨어지게 마련이고, 소비자는 떨어진 가격에 더 떨어지길 기다리기 때문에 팔리지 않다가 더 이상 떨어질 수 없는 가격이 형성되면 그때서야 팔린다는 것이다. 반대로 흉년이 들면 수요보다 공급이 턱없이 부족해 가격이 오를대로 오른 상태에서 판매되기 때문에 오히려 더 큰 소득을 올린다는 것이다.

올해는 전국적으로 고추가 풍년이 들었다. 2년 전처럼 긴 장마도 없었고, 지난해 처럼 병충해도 크지 않았다. 더욱이 올해는 태풍도 다 비켜 지나가 하늘이 도와(?) 풍년이 들었다지만 농가들은 되레 울상이다.

오랜기간 전국적으로 명성을 얻고 있는 음성청결고추도 풍년이 들어 쾌재를 불러야 하지만 실상은 걱정이 태산이다. 가격이 더 떨어지기만을 기다리는 소비자들 때문에 판매가 '뚝' 끊겼기 때문이다.

음성고추영농조합법인 신동조 총무는 "풍년이 들어 고추가 많이 팔릴 것 같지만 지금 고추를 못팔아서 힘들다"며 "풍년이 들어 가격이 떨어지면 더 찾을 법도 한데, 소비자들은 더 떨어질 때까지 기다리기 때문에 판매가 뚝 끊겼다"고 하소연이다.

음성고추영농조합법인은 3년 전부터 인천 소재 성당을 상대로 대량 주문을 받아 판매해 왔다. 거래 첫해엔 1개 성당과 계약해 팔았지만 맛을 본 소비자들의 반응이 좋아 이듬해엔 2개 성당과 계약하게 됐다. 품질로는 이미 인정받은 터라 올해는 이웃 5개 성당에서 주문을 받기로 했다.

그런데 올해 풍년이 든게 잘못된 일인지, 가격이 크게 떨어지다보니 주문 성당이 5곳에서 3곳으로 줄어들었고, 남은 3곳에서도 일시 주문이 폭주하다 주문을 취소하거나 연기하고 있는 실정이다.

음성 장날 열리는 음성청결고추 직거래장터에서 8천원에 판매하고 있는 음성고추영농조합법인은 이들 성당에 대량 구매에 따라 1천원을 내려 7천원에 납품하기로 했다. 그런데 품질로는 음성청결고추보다 못하다고 평가되는 의성고추가 6천500원에 납품하겠다며 치고 들어와 일부가 싼 의성고추로 옮겨 갔다. 이 때문에 고춧가루 320개(1개당 1㎏)와 건고추 1천200㎏의 주문이 취소됐다.

신동조 총무는 "그렇다고 더 싼 가격으로 치고 들어오는 고추상을 나무랄 수도 없다"며 "못 팔고 묵은 고추로 두는 것보다 백번 낫기 때문에 먼저 파는게 장땡"이라는 것이다.

음성고추영농조합법인은 지난해는 고춧가루 2천500개, 건고추 1천800㎏을 냈다. 그런데 올해는 이런 사정으로 지금까지 고작 고춧가루 650개, 건고추 282㎏이 전부다. 음성의 고추농가들은 "곧 다가오는 추석이 지나면 올해 고추장사는 접어야할 판인데, 남은 기간 기대를 해봐야겠지만 헐값에 넘기기에는 속이 너무 쓰리다"며 올해 유난히 이른 추석이 얄밉기만하다는 눈치다.

이런 이유때문에 농가들이 농사를 잘 지어 풍년이 들어도 달갑지 않다는 것이다. 풍년이 들면 팔리지 않아 걱정인데다 결국 떨어질 대로 떨어진 가격에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헐값에 내 놓으니 이젠 풍년이 들면 되레 울상을 짓게 마련인 세상이 돼버렸다.

음성 / 남기중기자 nkjlog@hanmail.net
배너
배너
배너

랭킹 뉴스

Hot & Why & Only

실시간 댓글

배너

매거진 in 충북

thumbnail 308*171

충북기업 돋보기 5.장부식 씨엔에이바이오텍㈜ 대표

[충북일보]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을 개척해 나가는 사람이 있다. 국내 시장에 '콜라겐'이라는 이름 조차 생소하던 시절 장부식(60) 씨엔에이바이오텍㈜ 대표는 콜라겐에 푹 빠져버렸다. 장 대표가 처음 콜라겐을 접하게 된 건 첫 직장이었던 경기화학의 신사업 파견을 통해서였다. 국내에 생소한 사업분야였던 만큼 일본의 선진기업에 방문하게 된 장 대표는 콜라겐 제조과정을 보고 '푹 빠져버렸다'고 이야기한다. 화학공학을 전공한 그에게 해당 분야의 첨단 기술이자 생명공학이 접목된 콜라겐 기술은 어릴 때부터 꿈꿔왔던 분야였다. 회사에 기술 혁신을 위한 보고서를 일주일에 5건 이상 작성할 정도로 열정을 불태웠던 장 대표는 "당시 선진 기술을 보유하고 있던 일본 기업으로 선진 견학을 갔다. 정작 기술 유출을 우려해 공장 견학만 하루에 한 번 시켜주고 일본어로만 이야기하니 잘 알아듣기도 힘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공장 견학 때 눈으로 감각적인 치수로 재고 기억해 화장실에 앉아서 그 기억을 다시 복기했다"며 "나갈 때 짐 검사로 뺏길까봐 원문을 모두 쪼개서 가져왔다"고 회상했다. 어렵게 가져온 만큼 성과는 성공적이었다. 견학 다녀온 지 2~3개월만에 기존 한 달 생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