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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석

청주중앙도서관 영양사

어둑해진 거리를 뒤로하고 현관문을 여니 반기는 사람은 없고 집안은 깜깜 하기만하다. 가방을 집어 던지고 가족들의 귀가 시간을 전화로 묻는다. 오늘도 혼자 저녁을 먹어야 하나보다. 참으로 쓸쓸하고 외로운 시간이다. 주섬주섬 냉장고를 뒤지고 찬밥 남은 것으로 대충 식사를 하면서 이렇게 살아야 하나 싶은 생각이 든다. 그러고 보니 가족이 함께 모여 밥을 먹어본지가 한참 된 것 같다. 아침은 과일주스로 대신하고 각자 일터에서 점심식사를 하며 저녁은 모임이다, 회식이다 서로 바쁘다보니 밥상머리에서 이야기를 나누며 느긋하게 식사 하기는 쉽지 않다. 밥상머리에 함께 앉아 식사를 하지 않는 사람들이 우리 가족뿐이 아닐 것이다. 핵가족화 되고 개인주의가 팽배하다보니 혼자 식사하는 사람들을 쉽게 볼 수 있다. 또한 독신가정이 늘어나다 보니 혼자 밥상을 차려야 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한다. 가족들이 모두 도시로 떠난 농촌의 어르신들은 대부분 혼자 밥상을 차리신다. 함께 모여 밥을 먹는 식구를 잃어버린 지금은 도시나 농촌이나 매한가지다. 우리나라 뿐 아니라 이웃나라 일본은 더 하다고 한다. 혼자 식사하는 사람들이 편하게 할 수 있도록 독서실처럼 칸막이를 마련해 주는 식당이 있다하니 쓸쓸한 현실이다.

나의 어린 시절 밥상머리는 늘 아버지의 잔소리로 시작되었다. 두레밥상에 여러 형제가 올망졸망 둘러앉아 밥을 먹었다. 어른이 수저를 들기 전에는 수저를 먼저들 수 없었고 맛있는 반찬을 혼자 먹을 수도 없었다. 밥을 먹을 때는 소리를 내서도 안 되었고 밥을 흘리거나 형제들끼리 싸움을 해서도 안 되었다. 밥을 흘리면 농부가 쌀을 수확하기 까지 얼마나 많은 땀방울을 흘렸는지 아느냐며 혼을 내었다. 어른을 공경하고 형제간의 양보와 배려를 이웃에게 예의를 늘 강조 하셨던 아버님 말씀이 내게는 끝없는 잔소리였다. 그러나 어린 자식들이 제비새끼처럼 노란 주둥이로 밥 들어가는 모습을 어머니 아버지는 흐뭇하게 바라보셨다. 가난한 농부였던 아버지의 마음을 그때는 이해가 안 되었다. 아버지의 당부 말씀이 왜 그렇게 잔소리로 들렸는지 모르겠다. 지금생각해보니 그게 바로 밥상머리 교육이 아니었나 싶다. 그러기에 어른을 대하는 마음가짐이라든지 형제간의 우애 그리고 남을 배려하는 마음과 정직하게 살아야 한다는 마음가짐이 나도 모르게 형성 되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때의 근검절약 정신이 지금까지도 지속되고 있는 것 같다.

이제는 옹기종기 머리를 맞대고 밥상머리에서 아버지의 잔소리를 들으며 밥을 먹던 그 시절이 한없이 그립다. 그러나 부모님은 모두 생전에 계시지 않으니 후회 한들 소용이 없다.

2013년 가족 밥상의 날 캠페인 협약식이 충북여성발전쎈터 대강당에서 있었다. 매주 수요일은 가족이모여 밥상을 차리자는 캠페인이다. 충청북도와 충청북도교육청 그리고 충북의 여러 기관 단체, 기업, 언론사가 참여하여 식생활에 위기감을 느끼고 가족의 소중함을 생각하여 밥상머리교육을 생활화 하자는 취지이다. 가족밥상을 통하여 우리는 환경, 건강, 배려의 정신을 갖자는 것이다.

가족이 모여서 식사를 하는 것만으로도 아이들의 행복지수가 높아지며 가족 간의 유대감이 형성된다고 한다. 아이들은 풍부한 어휘력을 습득할 수 있으며 학업적응 능력도 향상된다고 한다. 또한 안정감을 느끼고 인성과 정서발달에 도움이 된다고 하니 어찌 가족밥상을 소홀히 하겠는가· 건강한 몸과 마음 그리고 가족의 행복을 위한다면 일주일에 한번 만이라도 밥상 차리는 일을 마다 할 이유는 없을 것이다.

이번 주말에는 뿔뿔이 흩어져 사는 식구들을 불러 따뜻한 밥상을 차려야겠다. 식구들이 따뜻한 밥 한 그릇으로 위로 받고 새로운 힘을 얻을 수 있도록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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