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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3.09.02 16:50:59
  • 최종수정2013.09.02 18:27:43

변광섭

청주시문화재단 문화예술부장

올 여름은 덥고 습하며 길었다. 게다가 전력난까지 겹치면서 직장인들은 고단하고 힘겨운 나날이었다. 필자는 이 마당에 대상포진이라는 병과 사투까지 해야 하니 하루하루가 질기다. 어디 사람뿐이던가. 대자연의 미물들도 버텨내기 어려운지 그 모습이 슬픔에 젖어있고 막막하다. 일요일 오후에 땀을 흘리며 성안길을 걸었다. 청주읍성큰잔치를 준비하기 위해 옛 성곽 터를 한 바퀴 돌아본 것이다.

성안길의 풍경은 변함없이 젊고 생기발랄하다. 아픈 역사를 간직한 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청춘의 발길은 끝이 없고 그들의 표정은 각양각색이며 쏟아지는 말들은 사사롭다. 연인끼리 팔짱을 끼고 거리를 활보하거나, 매장에서 옷을 고르며 수다를 떨거나, 커피숍에서 바깥 풍경을 즐기며 차 한 잔의 여유를 훔치거나, 영화관과 쇼핑몰을 오가며 꿈을 디자인하는 풍경 모두 활기차다.

성안길은 천년을 이어온 거리다. 민본중심의 지방행정을 실천했던 곳이며 민족 지사들의 혼이 살아있는 역사의 현장이자 교육과 문화의 중심지다. 임진왜란 최초로 내륙전투에서 승리한 곳이다. 지금으로부터 421년 전의 일이다. 일제시대에는 우리 고유의 삶과 문화가 무참히 짓밟히기도 했던 가슴 시린 상처가 남아 있다. 고려 말 홍건적의 침입 때 공민왕이 청주에 6개월간 머무르면서 과거시험 장소로 사용했던 망선루, 율곡 이이가 청주목사로 있으면서 만든 서원향약은 유교적 예절과 풍속을 향촌사회에 보급해 도덕적 질서를 확립하고 미풍양속을 진작시키며 상부상조하기 위한 규약이 아니었던가.

국보 제41호인 용두사지철당간은 고려 광종13년(962)에 만들어진 것으로 용두사라는 절 앞에 세워져 있던 것인데, 절은 없어진지 오래됐고 철당간만 남아있다. 철당간의 높이는 65cm의 철통 20단으로, 원래는 30단이었고 높이가 20m에 달했으며 꼭대기에 용머리가 있었다.

읍성을 언제 축조하였는지 명쾌한 답은 없지만 고려 태조 때 나성을 쌓았다는 기록이 있다. 읍성이 있던 지역의 도로망이 남문에서 북문까지의 대로를 중심하여 방격(方格)으로 짜여져 있는 것은 고대의 경성방리제(京城坊里制)와 무관하지 않다. 고려시대 읍성이 홍수로 말미암아 훼손된 기록이 있으니 조선시대에 이르러 석축으로 고쳐 쌓기 시작해 1487년(성종 18)에 완공된 것으로 보인다. 읍성의 둘레는 1,640m, 성벽 높이는 4m 규모로 보고 있다. 이 안에는 13개의 우물이 있었는데 모두 맑은 물이 샘솟아 연중 마르지 않았다고 전해진다. 읍성과 연결되었던 남석교는 박혁거세 원년인 BC57년에 건립되었다고 전해지고 있으며 그 길이가 80m를 넘는다고 하니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돌다리다.

그렇지만 지금은 청주읍성과 남석교의 기개를 찾아볼 수 없다. 읍성은 한일합병 직후 일제에 의해 철거되었고, 남석교 역시 1932년 일제가 땅 속에 묻어 80여 년간 어둠속에서 신음하고 있다. 수령 900년을 살아 온 은행나무 압각수는 누가 잘났고 못났으며, 누구네가 어떤 말을 어떻게 해왔는지를 알고 있을 것이다. 뿐만 아니라 읍성이 어떻게 만들어졌고 왜 허물어졌는지, 남석교의 가슴 아픈 사연이 무엇인지를 속속들이 알고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은행나무는 단 한 번도 세상 사람들에게 천기누설을 한 적이 없다. 가볍게 듣고 가볍게 내뱉는 우리네와는 생각의 깊이가 다른 것이다.

9월 8일, 이곳에서 '시민, 역사의 문을 열다'라는 주제로 청주읍성큰잔치가 열린다. 청주읍성돌기, 청주성탈환재현, 시민동아리공연, 달빛읍성여행 등 굴곡진 역사의 마디마디에 피와 땀과 눈물과 하나됨을 보여주었던 시민의 위대함을 다채로운 문화예술로 만날 수 있도록 했다. 특히 올해는 성돌찾기 운동을 통해 모아진 성돌을 시민들이 하나씩 쌓는 행사도 함께한다. 역사를 다시 세우는 가슴 벅찬 순간이 될 것이다.

우리 모두 천년의 길 성안길을 걸으며 역사의 문을 열면 좋겠다. 통합 청주의 새로운 꿈을 빚고 꽃을 피우며 열매는 맺는 아름다운 청주를 위한 합창소리가 멈추지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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