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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미옥

수필가

하나님께서는 우리가 사랑하고 존경했던 000권사님을 하늘나라로 부르셨습니다. 밝고 인자한 모습으로 신앙의 모범을 보이셨던 권사님께선, 그토록 소망하시던 아브라함 품에 안기셨습니다. 우리 모두는 친정어머니처럼 따뜻하게 반겨주시던 권사님을 이생에서는 다시 뵐 수 없다는 슬픔에 젖어있습니다. 오늘 우리는 평생 동안 그토록 사랑했던 성전에 시신을 모시고, 권사님을 그리며 발인 예배를 드립니다.

권사님은 참 그리스도인의 흔적을 지니신 분이셨습니다. 젊은 날 영접했던 하나님께 대한 믿음을, 달려갈 길을 다 마치신 구십 평생 넘는 세월을 사시면서 한 번도 배반하지 않고 지키셨습니다. 나이 많아서는 예배와 기도자리 지키는 것이 마땅히 해야 할 본분이라시며 매일 매일 새벽제단을 쌓으셨습니다. 연세가 많음에도 신앙의 용기만은 젊은이 못지않았습니다. 독수리처럼 비상하며 올라가는 열정으로 쉬지 않고 주님을 앙모하셨습니다. 우리는 교회가 세워지던 초창기부터 교회를 위하여 흘리신 당신의 땀과, 힘에 지나치게 헌신하신 희생과 수고를 기억합니다.

소금이 자기 몸을 녹여야만 제 맛을 내듯이 당신이 계신 주변은 늘 잔칫집 같았지요. 눈물로 뿌린 기도의 씨앗, 주옥같은 사랑의 열매가 얼마나 많은지요. 단아하신 모습, 눈가의 잔주름마저도 사랑스러우셨던 분, 권사님과 함께 했던 추억들이 아립니다. "예수님이 좋은걸 어떡합니까!" 하시며 어깨춤을 덩실덩실 추시더니 그렇게도 좋아하시던 예수님을 만나 생명의 면류관 받으려 가셨네요. 권사님은 여자 성도들이 닮고 싶은 분으로 제일 먼저 꼽았던 믿음의 어머니, 우리들의 표상이셨습니다.

권사님 성품은 다정하셨습니다. 진심어린 위로의 말씀들은 약한 자들에게 새 힘을 주었지요. 수년전 제가 수술을 받고 병원에서 치료를 받을 때였습니다. 차라리 늙은 내가 아파야지, 애처로워 마음이 녹는다고 하시며 제 손을 잡고 눈물을 흘리셨지요. 저는 그날 연세 많으신 권사님의 문병을 받음에 송구하여서 속히 낫고자 이를 악물고 병실복도를 한발 한발 걸으며 운동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권사님은 유난히 꽃을 좋아하셨지요. 영운동 주택 작은 정원에는 사계절 가지가지 꽃들이 만발했지요. 꽃처럼 향기 나는 삶을 사셨던 권사님, 당신이 떠나신 빈자리를 무엇으로 채울까요. 우리에게는 천국의 소망과 부활의 신앙이 있기에, 슬픔 중에서도 위로를 받습니다. 당신의 고결했던 생생한 삶을 본받아 사랑의 삶을 실천하겠습니다. 당신에게서 났던 향이 우리 삶에서도 풍겨 나와 교회와 이웃을 적시고 그리스도께 올라가는 향이 되게 하겠습니다. 이제 권사님을 보내드립니다. 아픔도 고통도 없는 유리같이 맑은 그곳에서 주님 품에 안겨 편안히 안식하옵소서….

윗글은 같은 공동체 안에서 신앙생활을 했던 한 권사님의 장례예배 때 읽은 조사내용이다. 고인의 생전 활동과 업적, 고인의 이념을 칭송하는 조사를 쓰려니 그분이 남기신 아름다운 삶의 족적들이 참으로 많았다. 조사를 준비하면서 생각했다. 나의 장례예배에는 어떤 내용들이 낭독될까. 숙연해 지는 마음으로 자신을 돌아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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