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기사

이 기사는 3번 공유됐고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최창중

성화초 교장, 소설가

어떤 도둑이 남의 집에 물건을 훔치러 들어갔습니다. 주인이 이상한 낌새에 잠을 깨어 도둑을 발견하고는 "도둑이야."하고 고함을 쳤습니다. 그 소리에 이웃 사람들이 몽둥이를 들고는 몰려 왔습니다. 그런데 그 들킨 도둑은 도망칠 생각은 하지 않고 오히려 본인도 몽둥이를 들며 "도둑 잡아라."하고는 이리 저리 뛰어 다니며 도둑 잡는 시늉을 했습니다.

우리가 잘 알다시피 '도둑이 몽둥이를 들고 설친다.'는 뜻인 고사성어 '적반하장'은 이런 배경을 가지고 태어났습니다. 자기 스스로 도둑이 아닌 것처럼 위장하여 남을 속이려고 행동하는 경우를 말하는 것이지요. 또한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그 잘못을 남에게 돌리려고 하는 악한 사람을 지칭하는 표현도 되겠지요. 우리말 속담인 '방귀 뀐 놈이 도리어 큰소리친다.'를 비슷한 예로 들 수 있을 것입니다.

요즘 눈을 들어 나라 안팎을 살펴보노라면 적반하장인 경우를 숱하게 보게 됩니다. 섬나라 일본이 그 대표적인 경우가 되겠지요. 역사적으로 보나 지정학적으로 보나 우리 영토가 분명한 독도를 두고는 심심하면 자기네 땅이라고 우기는 것이나, 전쟁 미치광이들의 생리적인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강제 동원된 종군 위안부 할머니들을 두고 헛소리를 일삼는 행위가 바로 그러한 것이겠지요.

북한도 예외가 아닙니다. 금강산 관광 중단이나 개성공단 철수 등의 작금의 사태가 분명 그쪽의 억지에 의해, 혹은 도발에 의해 일어난 일들이 분명한데도 억지로 앞뒤가 맞지 않는 논리를 가져다 붙이며 생떼를 쓰기 때문입니다. 다행히 개성공단 문제는 일단락이 되었지만….

시야를 국내로 돌려보면 어떤가요· 마찬가지랍니다. NLL을 두고 이제는 고인이 된 전직 대통령이 행한 포기선언에 대한 진위를 두고 여당과 야당이 벌이는 진흙탕 싸움은 적반하장의 진수를 보여줍니다. 또한 국가정보원의 대선 개입을 두고 벌이는 설전은 어떠한가요· 그것을 두고 국정감사까지 벌이던 모습은 가관이라는 생각까지 들게 합니다.

두 사건은, 미물(微物)인 일개 국민의 눈으로 보기에도 적반하장이 분명한 대목이 곳곳에서 발견되는데 그 부분을 나 몰라라 외면하고는 철면피가 되어 핏대를 세우는 모습이라니…. 국민의 세금으로 먹고 사는 그들이 정작 민생은 내팽개친 채 정략을 위해 이전투구하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노라면 실소와 함께 입 안 가득 욕설이 고인답니다.

적반하장과 반대되는 말로 '내시반청(內視反聽)'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남을 꾸짖기에 앞서 먼저 자신을 돌아보면서 반성한다.'는 뜻입니다. 남의 잘못을 보면서 혹 자신이 그 잘못에 원인을 제공하지는 않았는지, 아니면 자신이 상대방을 소홀히 돌보아서 그러한 일이 발생한 것은 아닌지 돌아보며 책임을 나누는 아름답고 성숙한 태도를 말하는 것이지요.

적반하장인 상대방의 태도를 돌이키기는 매우 어려운 일입니다. 이미 공의(公義)와 상식을 저버리고는 아집으로 똘똘 뭉친 상태이기에 합리적인 말과 설득이 통하지 않는 것입니다. 이런 경우에 정의를 내세운다면 적반하장은 더 심화되기 마련입니다.

이를 해결하는 지혜로운 방법은 내시반청 밖에 없을 것입니다. 허물과 책임을 무조건 뒤집어쓰라는 것이 아닙니다. 상대방의 잘못에 대한 책임이 자신에게도 있다며, 꾸짖거나 비난하는 태도가 아닌, 안타까움과 긍휼로 책임을 함께 하려는 자세가 필요한 것이겠지요.

하지만 이미 작반하장에 잘 길들여져, 자신의 귀를 사정없이 틀어막고는 상대방의 반응에는 관심조차 두지 않는 일본이나 북한, 국내의 정당들이 내시반청이라는 슬기로운 병법(兵法)에 대해 조금의 관심이나마 있을까요·
배너
배너
배너

랭킹 뉴스

Hot & Why & Only

실시간 댓글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