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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보영

충북여성문인협회장

송편은 달을 닮았다. 송편은 반달이 차올라 온 달을 이루듯이 더 나은 미래를 소망하는 마음을 가득 담아 빚어낸 달을 닮은 떡이다.

푸른 달빛이 마당가에 내여 앉아 이제 막 거두어들인 햇곡식들과 정담을 나누는 추석 전날 밤이면 큰댁의 대청마루에 둘러 앉아 송편을 빚었었다. 온 가족이 함께 모여 만드는 송편 중에도 어머니가 만든 것이 제일 예쁜 것 같아 어머니가 하시는 대로 해 보았지만 왜 그리도 잘 안 되던지 애가 타곤 하던 시절이 있었다. 송편을 예쁘게 빚어야 예쁜 딸을 낳고 잘 생긴 신랑을 만난다고 하는데.

세월의 흐름을 따라 내가 만드는 송편도 어머니가 만든 모양을 닮아가기 시작 했다.그 때가 되어서야 송편을 만들 때 손 안에 있는 떡 반죽이 네 손가락 중앙에 바르게 놓여야 하며 양손으로 똑 같이 힘을 주어야 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점점 나이 들어가면서 먹을거리에 불과한 한 개의 작은 것을 만드는 데에도 조화가 필요하고 하나 됨이 있어야한다는 생각을 하곤 한다.

내게 있어 송편은 그리움이고 기다림이다. 한 개 한 개 빚어내는 송편 속에 어머니의 얼굴도, 일가를 이루고 살아가는 자식들의 모습도 어린다. 잘게 채친 대추와 쌀가루를 함께 넣고 반죽한 대추 송편을 빚을라치면 어머니의 모습이 스친다. 대추씨에 남아 있는 살점도 아깝다하시며 그것까지 물에 삶아 그 물로 반죽을 하시던 손끝이 유난히도 야무지셨던 어머니. 송편은 한 입에 쏙 들어가야 하고 송편을 먹을 때 이에 끼지 않아야 한다며 앞으로 한 번 모로 한번 꼭꼭 눌러 손자국을 낸 예쁘고 단단한 송편을 만드시며 당신 자식들을 기다리시던 어머니, 세월이 이만큼 지났음에도 어머니를 향한 그리움에 가슴이 시려온다.

지금은 나를 중심으로 한 가족들이 한 자리에 모여 송편을 빚는다. 여인의 눈썹 같은 초승달이 하늘에 걸리기 시작하고, 달이 점점 차올라 둥글어지기 시작하면 내 가슴 속에 기다림의 무게도 더 해지기 시작한다. 그런 마음만큼이나 손길도 분주해진다. 송편에 들어 갈 여러 가지 소를 준비하랴, 색색의 송편을 만들기 위한 재료를 준비하랴 잰 발걸음이 되고 치맛자락에선 휘파람소리가 난다.

추석 전 날이 되면 집안은 온통 기분 좋을 만큼의 떠들썩한 웃음소리로 가득해 진다. 고즈넉하기만 하던 집안엔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넘쳐난다. 이때만큼은 모든 것이 넉넉하다. 그동안 조금은 소원 했던 가족들이 한 자리에 모여 앉아 나누는 이야기들이 채반에 가득 채워져 가는 송편만큼이나 풍성하다. 여기에 삶의 조화로움이 있다. 가족이 하나 되는 아우름이 있다.

지난 날 내가 어머니처럼 송편을 빚고 싶어 했던 것처럼 지금은 우리 가족들이 내가 만드는 송편의 모양을 닮고 싶어 한다. 설명을 해 보지만 잘 되지 않는 모양이다. 그러나 송편의 모양 쯤 아무러면 어떠랴. 제 어미들 곁에 앉은 어린 것들이 제 멋대로 주물러 놓은 찌그러진 송편이 있어 더욱 정겹고, 이제 막 살림의 맛을 알아가기 시작하는 새 애기들의 어설픈 솜씨 속에 오늘보다 나은 내일이 있음을 본다.

반달모양의 송편 두 개를 붙여 놓으면 온 달 모양을 이룬다. 둘이 하나가 된다는 것은 더불어 같이 라는 의미를 가진다. 한 자리에 둘러 앉아 있는 가족들을 바라보며 간절한 소망하나를 가슴에 품는다. 혹시라도 삶의 길목에서 혼자서는 감당하기 어려운 고난이 도사리고 있을지라도, 가족이라고 하는 이름으로 하나가 되어 넉넉히 헤쳐 나가 주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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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일보가 만난 사람들 - 단양교육지원청 김진수 교육장

[충북일보] 몇 년동안 몰아친 코로나19는 우리 나라 전반에 걸처 많은 염려를 낳았으며 이러한 염려는 특히 어린 아이들에게 실제로 학력의 위기를 가져왔다. 학력의 저하라는 위기 속에서도 빛나는 교육을 통해 모범 사례로 손꼽히는 단양지역은 인구 3만여 명의 충북의 동북단 소외지역이지만 코로나19 발 위기 상황에서도 잘 대처해왔고 정성을 다하는 학교 지원으로 만족도도 최상위에 있다. 지난 9월 1일 자로 단양지역의 교육 발전에 솔선수범한 김진수 교육장이 취임하며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고 있다. 취임 한 달을 맞은 김진수 교육장으로부터 교육철학과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과 단양교육의 발전 과제에 대해 들어 본다. ◇취임 한 달을 맞았다, 그동안 소감은. "사자성어에 '수도선부(水到船浮)'라는 말이 있다. 주희의 시에 한 구절로 강에 물이 차오르니 큰 배도 가볍게 떠올랐다는 것으로 물이 차오르면 배가 저절로 뜨더라는 말로 아무리 어렵던 일도 조건이 갖춰지면 쉽게 된다는 말로도 풀이할 수 있다. 교육장에 부임해 교육지원청에서 한 달을 지내며 교육장의 자리가 얼마나 막중하고 어려운 자리인가를 느끼는 시간이었다. 이렇게 어렵고 바쁜 것이 '아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