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기사

이 기사는 0번 공유됐고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신종석

청주중앙도서관 영양사

무척이나 덥고 지루했던 여름도 이제 끝을 보인다. "처서 밑에는 까마귀 대가리가 벗어진다."라는 속담이 있듯이 견디기 힘든 여름이다. 삼복더위의 그 뜨거운 열기에 잔뜩 엎드려 있던 가을이 이제 서서히 일어날 준비를 하고 있다. 엎드려있던 것이 어디 그뿐이랴. 더위에 지친 도서관을 이용하는 취업준비생도 좁은 취업문에 기가 죽어 잔뜩 엎드려 여름을 보낸다. 전력난에 비상이 걸린 관공서 직원들과 일반 서민들도 부채 하나 손에 쥐고 엎드려 여름을 보냈다. 그뿐 아니라 긴 장마와 더운 여름 때문에 물가가 다락같이 올라서 주부들도 엎드려서 여름이 가기만 기다리고 있다. 농부들 또한 장마와 더위 때문에 작황이 좋지 않아 엎드려 지낼 수밖에 없었다. 삼복더위의 복(伏))자가 엎드릴 복자란다. 가을철의 금(金)기운이 대지로 나오려다가 아직 화(火)기운이 강렬하기 때문에 일어서지 못하고 엎드려 복종한다는 굴복의 의미로 엎드릴 복자를 쓴다니 일리 있는 이유다.

여름을 보내기는 지금이나 예전이나 마찬가지로 더웠고 힘든 시간 이다. 어떻게 하면 지혜롭게 더위를 이길 것인지 여러 가지 방법들을 동원하여 여름을 나고 있을 것이다. 늦더위는 지치지도 않는지 발톱을 세우고 계속 달려든다. 남은 팔월은 더위와 힘겨루기를 해야 한다고 한다. 그렇다고 계속 엎드려 더위만 탓할 일은 아니다. 여름의 열정은 노력 하는 사람에게는 희망의 상징이다. 초록 물이 뚝뚝 떨어질 것만 같은 여름 숲은 푸른 젊음의 상징이기도하다. 또한, 여름은 커다란 꿈을 가지게 하는 젊은 날의 짧은 시간이다. 뜨거운 여름이야 말로 살아있는 존재감을 느끼고 꿈꿀 수 있는 계절이기도 하다. 이 여름을 단금질 하는 시간으로 보내다 보면 더 단단하게 살아갈 수 있는 힘의 원천이 될 것이다. 더위라는 복병을 슬기롭게 이겨 나가면 머지않아 시원한 가을이 오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내일이면 절기상으로 처서(處暑)이다. 처서란 여름이 지나 더위가 한풀 꺾이고 선선한 가을을 맞이하게 된다고 한다. 이제 가을철의 금(金) 기운이 서서히 일어서는 계절이다. 가을의 선선한 기운이 오곡백과를 익게 할 것이고 우리는 풍요로운 계절을 맞이하게 될 것이다. "처서가 지나면 모기 입이 비뚤어진다."라는 속담이 있다. 모기나 파리 등의 해충도 이제는 힘을 못 쓰고 사라져 버릴 때가 되었다는 이야기다. 여름한철 저 잘난 맛에 우쭐대던 것들이 어디 모기뿐이랴! 그들도 입이 비뚤어져 말문이 막힐 때가 되었을 것이다.

또한 "처서가 지나면 풀도 울며 돌아간다."라는 속담도 있다. 이제 풀도 성장을 멈출 때가 되었다는 이야기다. 그래서 그런지 남편은 벌써부터 벌초 할 일을 걱정하고 있다. 가족들이 모여서 조상들의 산소 풀을 깎고 돌보는 일을 할 때가 된 것이다. 이 행사를 처서가 지나서 해야 한다는 것을 이번에 알았다. 벌초라는 연례행사를 통해 가족 친척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시간이 될 것이다. 해마다 형제와 사촌 그리고 육촌이 함께 모여 벌초를 하고 식사를 한다. 그리고 서로를 격려하며 우애를 다진다.

중복에는 참외로 더위를 식히고 말복에는 시원한 수박을 먹으며 처서에는 복숭아가 제 맛을 낸다고 한다. 무엇이든지 다 때가 있고 철이 있는 것 같다. 그것을 역행 할 때 탈이 나는 법이다. 여름을 보냈다고 끝은 아니다. 또 다른 복병이 우리를 노리고 있다. 바로 태풍의 계절이다. 그러나 우리는 꿋꿋하게 견뎌 낼 것이다. 그리고 일어설 것이다. 언제 까지 엎드려 있지는 않을 것이다.
배너
배너
배너

랭킹 뉴스

Hot & Why & Only

실시간 댓글

배너

매거진 in 충북

thumbnail 308*171

조길형 충주시장 "부담 없는 시민골프장 추진"

[충북일보] 조길형 충주시장이 공익적 차원에서 시민골프장 조성 계획을 세우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비싸진 골프장 요금과 관련해 시민들이 골프를 부담 없이 즐길 수 있게 하겠다는 취지인데, 갑론을박이 뜨겁다. 자치단체장으로서 상당히 부담스러울 수 있는 시민골프장 건설 계획을 어떤 계기에서 하게됐는지, 앞으로의 추진과정은 어떻게 진행되는지 여부에 대해 들어보았다. ◇시민골프장을 구상하게 된 계기는. "충주의 창동 시유지와 수안보 옛 스키장 자리에 민간에서 골프장 사업을 해보겠다고 제안이 여럿 들어왔다. '시유지는 소유권 이전', '스키장은 행정적 문제 해소'를 조건으로 걸었는데, 여러 방향으로 고심한 결과 민간에게 넘기기보다 시에서 직접 골프장을 만들어서 시민에게 혜택을 줘야겠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충주에 골프장 많음에도 정작 시민들은 이용할 수가 없는 상황이 안타까웠다." ◇시민골프장 추진 계획은. "아직 많이 진행되지는 않았지만, 오랜 기간의 노력을 들여 전체 과정에 있어서 가장 중요하다 볼 수 있는 시민의 공감을 확보했다. 골프장의 필요성과 대상지에 대해 시민들이 고개를 끄덕여 주셨다. 이제는 사업의 실현가능성 여부를 연구하는 용역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