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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진호

광혜원성결교회 담임목사·수필가

사람들 사이에서 보통 일어 날 수 있는 한 사건으로 인해 나의 무뎌 있었던 감각의 빈곤함을 발견했다. 한번은 자동차를 타고 언덕길을 지나 내려가는 길이었다. 기어를 변속하고 내려가는데 갑자기 문제가 생겼다. 시동은 켜져 있었지만 브레이크를 밟아도 제대로 듣지 않았다. 그 순간 위기의식을 감지했다. 곧바로 기어를 저단으로 바꾸고, 핸드 브레이크를 잡으며 멈추려 했다. 그런데 또 다른 장벽이 내 앞에 다가왔다. 앞에 다른 차가 서 있는 것이다. 앞 차와의 사고를 막아 보려고 애써 피한 것이 그만 도로 옆에 있던 가로수를 들이 받게 되었다. 자동차에 있어서 제어장치가 매우 중요함을 깨닫는 순간이었다. 그저 달리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라 제 때에 멈출 수 있는 것이 더 소중하구나 하는 사실 또한 느꼈다.

꽤 오래전에 "스피드"라고 하는 외국영화를 본 적이 있다. 그 영화를 보니 주인공이 버스에 타고 있는 사람들을 구하는 장면이 나온다. 그런데 그 버스는 계속 달려야만 했다. 악당들이 이미 그 버스에 폭탄을 설치해 놓고 속도가 줄면 터지게끔 장치를 해 놓은 것이다. 달리기만 해야 하는 버스 안에서 사람들은 숨을 죽이며 주인공이 그 위기를 헤쳐 나가 자신들을 구하기 위한 사투를 지켜보게 된다. 멈추지 못하고 거리를 마냥 달리게 되고, 앞차와 길거리의 사람들을 피해서 그저 달릴 수밖에 없는 현실이 너무 괴로웠을 버스안의 표정을 읽을 수 있었다. 승객들은 빨리 모든 게 해결되어 브레이크를 밟아도 아무런 문제없이 멈출 수 있는 버스가 되길 간절히 원했다. 그리고 멈춰진 버스에서 내려와 땅을 안전하게 밟게 될 날을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의 표정은, 자동차가 자유롭게 멈추고 갈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가를 말해 주는 듯 했다.

나는 커다란 소중함을 붙잡지도 못한 채, 떠나보낼 수밖에 없었던 한 가지 일을 떠올렸다. 늘 나의 곁에 있을 줄로만 알았던, 그러나 지금은 나의 곁을 떠나, 진정한 소중함에 대한 기억이 나를 가슴 저미게 만든 사건이다.

제 작년 여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늘 그렇게 생각해왔듯이 평소 아프지도 않을 것 같았고, 항상 강한 존재로 자녀들 곁에 계실 것만 같았던 아버지의 소천(召天)은 가족 모두에게 당황스러움을 주기에 당연했다. 살아생전 동네 주민들에게도 인정받을 만큼 부지런하고, 법도 없이 살 수 있는 사람이란 칭어까지 받으셨던 아버지였다. 또한 아버지는 한 교회의 장로님이었다. 어린시절, 나의 눈에 비춰졌던 아버지의 모습은 평생토록 신앙의 끈을 놓지 않았던 분이었다. 지금은 이 땅에 계시지 않는 아버지의 이름을 크게 불러보며 하늘을 쳐다보았다. 금새 눈시울을 붉어 졌다. 살아생전 아버지의 소중함을 미처 모르고 지내왔던 세월들이 후회 섞인 깊은 한숨으로 변해 있었다. 그렇게도 아버지는 나에게 소중한 분이었다.

살아가면서, 가지고 있고 누리고 있는 것이 그렇게 귀한 줄 모르고 살 때가 많다. 그러나 그것이 없어지거나 잃어버리게 된다면 '아차.' 하면서 때 늦은 후회를 많이 하곤 한다. 그래서인지 '아버지, 내 곁에 조금만 더 계시다 가시지요. 뭐가 그리도 급하다고 이렇게 일찍 가시나요·' 하며 아쉬움을 떨쳐 버릴 수 없었다. 그러나 하나님의 생명 질서에 순응할 수밖에 없는 나는, 아버지가 가신 그 길을 나도 언젠간 갈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니 마음이 조금은 평안해졌다.

어떤 이유이든, 사랑하는 가족을 잃는다는 것은 평소 곁에 있을 때 가졌어야 할 가족에 대한 소중성을 다시금 돌아보게 만드는 계기가 된다. 잃고 난 뒤에 찾아 올, 금할 수 없는 아쉬움을 느끼는 일들이 벌어 지지 않도록 끊임없이 노력하자.

그래서 요즘 나는 소중한 사람이나 물건을 대할 때 이런 훈련을 한다. 적당히 한 걸음정도 떨어져서 바라보려는 연습이다. 신문을 읽을 때, 잘 보겠다고 눈을 신문에 밀착시켜 가까이 댄다면 무슨 기사가 있는지 제대로 알 수 없는 것과도 같다. 그러나 한 걸음 물러나 있으면 모든 게 다 보인다. 그래서 소중한 대상의 전체적인 모습을 담으려 훈련한다. 그리고 계획한 일이 잘 되고 삶이 바쁠수록 잠시 멈출 줄 아는 지혜가 필요함을 느낀다. 잠깐 멈춤으로 나를 돌아 볼 수 있는 또 하나의 깊은 여유가 생기는 것이다.

나의 아버지는 내가 급하거나 필요할 때 마다 언제든 부르기만 하면 하던 일 마다하고 금방 달려오시는 그런 분이셨다. 언제나 내 곁에 계시는 분이었다. 어쩌면 그렇게 한 번도 거르지 않으셨는가. 요즘 들어 늘 있음으로 몰랐던 소중한 나의 아버지가 그리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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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일보가 만난 사람들 - 단양교육지원청 김진수 교육장

[충북일보] 몇 년동안 몰아친 코로나19는 우리 나라 전반에 걸처 많은 염려를 낳았으며 이러한 염려는 특히 어린 아이들에게 실제로 학력의 위기를 가져왔다. 학력의 저하라는 위기 속에서도 빛나는 교육을 통해 모범 사례로 손꼽히는 단양지역은 인구 3만여 명의 충북의 동북단 소외지역이지만 코로나19 발 위기 상황에서도 잘 대처해왔고 정성을 다하는 학교 지원으로 만족도도 최상위에 있다. 지난 9월 1일 자로 단양지역의 교육 발전에 솔선수범한 김진수 교육장이 취임하며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고 있다. 취임 한 달을 맞은 김진수 교육장으로부터 교육철학과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과 단양교육의 발전 과제에 대해 들어 본다. ◇취임 한 달을 맞았다, 그동안 소감은. "사자성어에 '수도선부(水到船浮)'라는 말이 있다. 주희의 시에 한 구절로 강에 물이 차오르니 큰 배도 가볍게 떠올랐다는 것으로 물이 차오르면 배가 저절로 뜨더라는 말로 아무리 어렵던 일도 조건이 갖춰지면 쉽게 된다는 말로도 풀이할 수 있다. 교육장에 부임해 교육지원청에서 한 달을 지내며 교육장의 자리가 얼마나 막중하고 어려운 자리인가를 느끼는 시간이었다. 이렇게 어렵고 바쁜 것이 '아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