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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보영

충북여성문인협회장

그의 발아래 돋아난 돌기들은 아름다웠다. 돋아 난지 오래되어 뭉개지고 갈라져 있어 애잔해 보이는 것들. 작은 그루터기나 바위를 연상시키는 몸체 위에 검푸른 이끼를 뒤덮고 있는 모습이 너무나 아름다워 눈을 뗄 수 없게 하는 것들. 이제 막 생겨났는가. 돌기임에도 불구하고 연한 새순인양 여려 보이는 것들. 저들은 나름대로 녹녹치 않은 세월의 흔적들을 지닌 채 그의 품안에 머물며 오가는 이들을 맞이한다. 바라보고 있으려니까 몇 개쯤 가져다 내 뜰 안에 옮겨 놓고 싶을 정도로 마음이 설렌다. 그러나 나의 뜰로 저들을 옮겨 놓았다 해도 살아남지 못한다. 보기에는 독립된 하나의 개체 같아 보이지만 그의 품안에서 그와 닮은 이들과 함께 존재 할 때만이 제몫을 다하며 빛을 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넓은 품안에 저들을 품고 있는 그 또한 저들을 떼어 놓고는 숨조차 쉬지 못한다. 하여 그와 저들은 더블어함께 살아 갈 수밖에 없는 운명 공동체다. 그 뿐인가. 저들이 없다면 그는 전혀 돋보이지 않았을지 모른다. 오가는 길손들의 발걸음을 머물게 하지도 못했으리라.

저들을 보며 우리의 삶의 행태에 대해 생각해 본다. 우주 만물의 이치가 그렇듯이 인간도 혼자서는 살 수 없는 존재다. 우리네 삶의 길목을 들여다보면 크고 작은 고리들로 연결 지어져 있다. 생명이 존재하는 한 끝없는 인연의 고리들을 만들며 살아 갈 수밖에 없다. 때로는 내가 알지 못하는 순간에도 나와 연결되어 있는 그 누군가가 또 다른 이와 관계를 맺음으로 해서 새로운 인연의 고리가 형성되기도 한다. 그런가하면 아주 오래 전에 삶의 길목에서 만났던 인연들이 새로운 인연의 고리를 뚫고 나타나 당황스럽게 하기도 한다. 윈 하던 원치 않던 간에 수많은 관계들을 만들어가며 함께 살아갈 수밖에 없는 것이 우리의 삶이다.

그러므로 자신이 속한 공동체 속에서 마땅히 감당해야 할 몫이 있다. 더블어함께 가기 위해서는 내 안의 아집들을 내려놓고 나와 다른 생각을 가진 이들도 수용 할 줄 아는 열린 가슴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누군가가 내 어깨에 기댈 수 있도록 어깨를 내어 줄줄도 알고 다른 이의 어깨에 기댈 줄도 알아야한다. 삶의 바다를 자유롭게 유영하기 위해서는 너와 내가 하나 되는 어울림을 필요로 한다. 존중하고 존중받으며 사는 삶이 아름답다.

나이 들어가면서 젊은 날에 할 수 없었던 것을 할 수 있어서 좋다. 모진 세월이 나를 철들게 했는가. 모르는 것이 있으면 서슴없이 상대방에게 조언을 구할 수 있음이 좋다. 풋콩처럼 풋풋하고 싱그러웠던 시절. 감당 할 수 없을 만큼 뜨거운 열정으로 몸살을 앓았던 시절. 그 때 내 안에 이런 겸손함과 용기가 있었다면 나의 삶이 지금보다 좀 더 윤택하지 않았을까 싶다. 이왕에 더불어 살 수 밖에 없는 것이라면 그의 곁에 내가 있음으로 그가 빛날 수 있고, 내가 그의 곁에 있음으로 그가 빛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내 눈길을 머물게 하고 마음을 설레게 한 돌기들은 메타세콰이어 나무 종류중 하나인 낙우송의 뿌리이다. 낙우송은 땅 속에 있는 뿌리만 가지고는 숨을 쉴 수 없어 땅위로 뿌리를 내고 그 곳을 통하여 숨을 쉰다고 한다. 일명 공기뿌리라고도 하는 저 돌기가 없으면 그는 살 수 없고 뿌리 또한 그의 곁에 붙어 있어야만 살 수 있다. 그러므로 그들은 함께 공존 할 수밖에 없고 함께 존재함으로 서로를 빛나게 하는 귀한 존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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