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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3.08.11 13:45:25
  • 최종수정2013.08.11 13:45:25

한창희

두레정치연구소 대표/전 충주시장

김기춘 전 법무부 장관이 대통령 비서실장이 되었다.

이를 두고 연세 많으신 분(74세)을 비서실장에 임명했냐고 의아하게 생각하는 사람도 많다. 생각을 바꿔볼 필요가 있다.

우리는 통상적으로 비서하면 심부름 잘하고, 업무를 보조해주는 참모 정도로 생각한다. 그래서 비서는 본인보다 나이가 어려 만만하게 부려먹을 수 있는 사람 중에서 찾는 경향이 있다.

독일에서 있었던 일이다. 아버지의 사업을 물려받은 어느 사장이 아버지의 비서가 자기와 나이도 비슷하고 아버지의 비서였기에 부담스러워 교체하고, 젊고 예쁜 아가씨를 새로 비서로 두었다.

이 비서는 사장이 시키는 대로 열심히 자료도 챙기고 일을 잘하였다. 이 비서가 3주간 휴가를 가게 되었다. 휴가동안 일반부서에 근무하는 아버지의 비서로 하여금 비서업무를 대신하게 하였다.

아버지 비서는 시키는 것만 하는 게 아니라, 사장이 해야 할일을 미리 예측하여 자료도 준비하고 중역회의에서 일어날 일도 미리 예측하여 자기의 의견을 말해 주는 것이었다. 놀랍게도 중역회의에서 아버지 비서가 예측한 일이 논의되고 충고해준 의견이 적합한데 놀랐다.

사장이 아버지 비서에게 "어떻게 내가 할 일을 그리 정확히 아느냐"고 물었다. 아버지 비서가 하는 말이 "사장님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사장님이 해야 할 일이 보입니다. 그것을 준비하고 말씀드린 것뿐입니다."하고 대답 했다.

아버지 비서는 단지 심부름만 하는 게 아니라 사장과 하나가 되어 생각하고, 궁리하고, 자료도 준비하고, 자기라면 이렇게 하겠다는 아이디어도 말하며 동반자적인 파트너십을 가지고 있었다. 사장과 의논의 대상이 되었다.

사장은 생각을 바꾸어 젊고 예쁜 비서를 일반부서로 내려 보내고, 나이 많은 아버지 비서를 비서로 근무케 하였다고 한다. 한국정치발전연구소 강상호 대표의 칼럼집 '살려야 하나, 죽여야 하나'에 나오는 이야기다.

박근혜 대통령입장에서 보면 시키는 것만 준비하는 비서실장이 아니라 대통령의 입장에서 고뇌하고, 판단하며 국정을 집행할 수 있는 '멘토'같은 비서실장이 필요할 것이다.

박근혜대통령은 어려서부터 청와대에서 생활해 허심탄회하게 대화를 나눌 친구가 없고 일찍이 부모를 여위어 경륜있고 연세드신 분의 격려가 그리울 수도 있다. 아버지 박정희 대통령처럼 엄격하면서도 자상한 분이 옆에 있어 함께 의논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윤창중 대변인의 성추행사건, 윤성규 환경부장관의 4대강 녹조방치 발언 등에서 보듯 어설픈 참모들을 통제할 수 있고, 공직자들의 기강을 바로 잡을 수 있는 리더십과 경륜이 있는 동반자적 파트너십을 가진 '아버지 비서'같은 비서실장이 필요했을 것이다. 한마디로 통상적인 관념에서 벗어나 생각을 바꿔본 것이다.

김기춘 신임비서실장은 검찰총장과 법무장관, 국회의원을 지낸 경륜이 높은 사람으로 대한민국에서 누구도 가벼이 볼 수 없는 사람임에 틀림없다.

74세의 연세에 정치적 야심도 없어 보인다. 대통령에게 잘 보이기 위해 눈치를 볼 필요도 없다. 대한민국이 잘되고, 박근혜대통령이 성공한 대통령이 되면 만족할 사람이다. 허심탄회하게 대통령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고뇌하며, 보필할 수 있다고 본다.

김기춘 신임 비서실장에게 바란다.

박대통령이 올바른 판단과 선택을 하도록 조언을 해야 한다. 박대통령이 만나기 힘든 사람들을 많이 만나야 한다. 우리나라는 남과 북이, 여와 야가, 현정권과 전정권이 기(氣)싸움하며 국력을 소진하고 있다. 기(氣)싸움에서 벗어나 상생과 협력의 시대를 열어야 한다. 대통령의 심기를 편안하게 하고, 정적(政敵)들의 감정을 헤아리고, 국민들의 감성을 어루만져야 한다.

김실장께서 조심해야 할 일도 있다.

언행이 오버하다보면 상왕소리를 들을 소지가 있다. 이는 박대통령에게 누(累)가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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