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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기예

대한어머니회 충북연합회장

내가 사는 분평동은 6만5천명이 넘는 주민이 살고있는 매우 큰 동네다. 옛날 대학 시절 청주 교육대학 다니는 친구를 만나러 갈 때면 시내버스를 타고 먼지가 폴폴 날리는 시골 길을 한참 달려왔던 기억이 난다. 논과 밭에서는 시골의 향기 분뇨 냄새가 심심치 않게 흘러나왔고 행여 메마른 땅 위로 소나기라도 한줄금 지나갈라 치면 말발굽 소리 같은 빗줄기를 따라 흙먼지가 일어나고 흙 비린내가 훅 폐부를 파고 들기도 하였다. 지금은 아파트가 빼곡하게 병풍처럼 들어차 있어 값진 주유소 사거리에서 동네로 들어서면 콘크리트 정글로 들어가는 것 같다.

살기엔 불편이 없다. 한 발짝 집을 나서면 코앞에 원마루 시장, 학교, 은행, 사우나, 떡집, 병원 , 식당 등 모든 필요 시설이 근거리에 있고 사통팔달 교통도 편리하다.

이웃들도 친절하여 엘리베이터에서 만나는 학생들은 깍듯이 인사를 잊지 않는다.

삶의 만족도를 조사했더니 청주에서 분평동이 1위로 나왔다는 얘기도 들린다.

그런데 우리 가족이 이 동네를 특별히 좋아하는 이유가 있으니 바로 오른쪽으로 유유히 흐르는 무심천 때문이다. 3분 거리에 분평동과 용암동을 연결하는 '용평교'가 있고 다리 밑으로 사시사철 풍광을 달리하는 물길 옆으로 초록빛 산책로와 붉은빛 자전거 도로가 사이좋게 오창까지 뻗쳐있다.

산책로와 둑 사이 경사면에는 이름 모를 잡초와 꽃들이 항상 피어있고 어느 해는 망초꽃이 하얀 눈처럼 쌓이기도 해 한 줄 글을 쓰기도 하였다.

'지난밤 별이 내리셨나 하얀 망초꽃이 눈처럼 쌓였네…(이하생략).'

물길과 산책로 사이엔 갈대가 우거져 바람이 불 때마다 서로 의지한 몸을 비비는 소리가 갈대의 노래처럼 '우수수 우수수 솨아' 하고 들린다.

초봄엔 마른 덤불 사이로 해맑은 새싹이 뾰족이 고개를 내밀어 세상 구경을 하더니 하루가 다르게 커올라 마른 에미를 따라 잡았다. 드디어 오뉴월 하루 햇빛이 어디냐고 내 키를 훌쩍 뛰어넘더니 비가 온 뒤에 더욱 푸르러 잎사귀에 은빛 분이 흘렸다.

시청 앞 대한어머니회 사무실로 갈때면 일부러 이 갈대 숲을 지나간다. 충만한 기쁨에 넘쳐 하늘 높이 두 손을 쳐들고 태양을 향해 감사 올리는 듯 떼로 모여 물결치는 광경은 장엄하고 아름답다 못해 거룩하기까지 하였다. 태초부터 물가에 자리잡고 해마다 무심천을 잊지 않고 찾아오는 갈대의 영혼을 생각하며 물 위에서 무심히 노니는 하얀 두루미와 물새들의 우아한 자태를 보노라면 삶에 상처와 고통이 평화와 기쁨으로 바뀌고 자연의 섭리와 조물주에 대한 무한한 경외심으로 가득차 오른다. 못난 글 솜씨지만 시심이 저절로 발동한다.

'이 여름 물가의 주인은 젊은 갈대다

비 내린 뒤 더욱 푸르러 하늘 향해 두손 높이높이 쳐들고 서로 의지한 몸 부비는 갈대의 노래 이 여름 물가의 주인은 떼지어 물결치는 푸른 갈대다.'

갈대가 바람에 일렁이는 산책로를 따라 걷는 길에는 경사면 숲속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을 들으며 용평교에서 2km 정도 걸어가면 운동 시설을 갖춘 작은 광장이 나온다. 더위를 피해 나오셨는지 의외로 많은 수의 시민들이 광장에서 저녁시간을 보내고 계시어 깜짝 놀란다.

그런데 아! 어느 날! 그 아름다운 갈대들이 무참히 잘려나가고 있지 않은가! 나는 소리를 질렀다. "갈대 왜 다 잘라요? 갈대 좀 남겨 놔요!!!" 장마 때문에 자르는 것인가? 다 자를 필요는 없는데…. 다행히도 분평동 쪽은 꽤 많은 갈대를 남겨 놓아서 키를 훌쩍 넘는 갈대밭이 장관을 이루고 있다. 더위에 지친 몸을 부드러운 바람이 쓰다듬는다. 무심천 물줄기와 같이 흘러간 수많은 영혼이 모래알 같은 이생의 삶을 위로 하는 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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