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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힐링 여행 '남이섬'

새벽, 물안개 아무 말도 할 수 없다

  • 웹출고시간2013.08.04 19:26:29
  • 최종수정2013.08.04 19:26:29
'툭'

남이섬에 내리니 도열하듯 방문객을 환영하는 잣나무 사이로 커다란 열매가 어깨 위로 떨어졌다. 청솔모가 나무 위에서 먹다 그만 놓쳐버린 것이다. 청솔모는 내 앞에 떨어진 열매와 나를 번갈아 쳐다보며 망설이는 눈치다. 솔방울을 집어 드니 끈끈한 진액이 그대로 묻어나며 진한 솔향이 풍겨났다.

남이섬의 낮은 볼거리가 풍성하지만, 정작 밤은 꿈을 오롯이 품어낸다. 가족과 함께 왔던 수 년 전의 밤은 그대로 별빛 달빛이 부서지는 환상의 축제 같았다. 아이들은 밤이 이슥하도록 남이섬의 풀밭을 내달렸고, 자전거를 타고 돌아다녔다. 길을 밝혀주는 것은 오직 달빛과 별빛이 전부였다. 간간이 수은등이 깜빡이기는 했지만, 온전히 자연의 불빛으로도 충분했다. 그 남이섬의 밤이 그리워 다시 찾았다.

물속에 반쯤 잠긴 슬픈 인어공주

숲속에 있던 인어공주 상(像)이 어느 날 강가로 자리를 옮겼다. 그녀는 언제나 강 건너 육지 쪽을 바라보며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다. 비가 와 강물이 불어나면 온 몸이 물에 잠긴다. 그때서야 비로소 자유롭게 강물 속으로 유영할 수 있다. 인간이 되고 싶은 큰 바다 물고기였던 인어공주가 슬픈 눈빛으로 방문객을 바라본다. 매일 남이섬을 방문하는 사람들을 살펴보다 늘 실망하고 마는 인어공주다. 남이섬에 도착하는 순간, 물속에 반쯤 잠겨 있는 인어공주를 놓치지 말고 찾아보시기를.


긴 잣나무 숲길 따라 가다보면 유니세프 어린이 상상놀이터 '운치원'이 있는데 유니세프의 'Un'과 'Child'의 'Chi'를 따 표기하고 있다. 하늘 숲길을 달릴 수 있는 하늘자전거가 머리 위로 붕붕 달리고, 잣나무 숲길 사이로는 유니세프 나눔 기차가 '댕댕댕' 종소리를 울리며 달린다. 그대로 천국에 온 듯하다. 가을이면 노란 은행나무와 각종 단풍나무들로 멋진 풍광을 이룬다.

사람과 동물이 공존(共存)하는 곳

다시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간간이 오던 빗줄기가 점점 굵어져 남이섬을 안아 도는 북한강이 허연 김을 뭉근히 뿜어낸다. 맑으면 맑은 대로, 비가 오면 비가 오는 그대로 좋은 남이섬이다. 뿌연 물안개가 섬을 감싸 안으면 신비한 수묵화가 펼쳐진다.


이곳에서는 타조도 물을 먹을 때 수도꼭지 앞에서 자기 순서를 기다린다. 타조 또한 '나미나라공화국 시민'으로서 질서를 지키는 것이다. 수도꼭지에 틀어 놓은 물을 먹기 위해 타조(일명 '깡타'라고 불린다)들이 질서 있게 줄지어 서있는 색다른 풍경이 관람객들의 발길을 붙잡는다. 걷다보면 여기저기에서 튀어 나오는 토끼가 지천이다. 청솔모가 재빠르게 사람 앞으로 달린다. 느린 걸음으로 도도하게 숲속을 가로지르는 사슴의 무리들, 까치, 다람쥐, 세르비아 다람쥐, 예쁜 금계, 공작, 거위와 기러기들이 사람들과 살아간다. 동물이 사람을 무서워하지 않고 같은 '나미나라공화국 시민'으로서 공존(共存)하는 곳이다.


저녁 그리고 새벽의 명품 산책길

저녁, 어둠이 서서히 내리기 시작하면 남이섬은 또 다른 세상을 준비한다. 기왕에 남이섬에서 묵을 요량이라면 호텔 정관루(靜觀樓)가 좋다. '고요함을 보는 집'이라니 얼마나 멋진 표현인가. 남이섬의 자연을 훼손하지 않고 자연에 그대로 순응한 숙소다. 객실 문을 여는 순간, 제각기 색다르게 꾸며진 방의 정취가 남다르다. 여러 화가들의 독특한 취향이 배어난다. 별빛과 달빛 그리고 새벽물안개까지 스멀스멀 올라오는 정관루의 하룻밤은 잊지 못할 추억을 준다. 이곳에 머물면 14만평의 정원이 그대로 나의 뜰이 된다. 산책로에서 맞이하는 석양과 새벽은 남이섬만이 줄 수 있는 특별한 선물이다.


새벽, 아무도 없는 길을 홀로 걷는다. 멀리 숲의 벽 너머로 뿌연 강안개가 피어오른다. 정관루에서 곧바로 만나는 은행나무 길과 벚나무길, 살아있는 화석이라 불리는 메타세쿼이아 길을 따라 걷다보면 마음이 비워진다. 길 끝에 서면 그대로 수묵화인 풍경과 마주하게 된다. 특히 비가 온 뒤, 강에서 올라온 물안개는 세상천지를 흑과 백을 경계로 구별 짓는다. 엷고 짙은 농도의 색감으로 세상을 물들이는 법을 일깨워준다. 마음 가는대로 이리저리 걷다보면 온통 흙길과 나무천지다. 사방으로 피톤치드가 듬뿍 담긴 바람이 마음과 몸을 정화시킨다.

유영지, 청풍원, 헛다리, 낙우송왕실정원, 은행나무길, 별장마을, 전나무길, 이슬정원, 수재원, 갈대숲 길을 거쳐 오는데 약 30분이면 충분하다. 굳이 묵언수행이 필요 없다. 그리고 정관루에 들어서면 정말 '고요함을 바라보는 눈'을 얻게 된다.

/윤기윤 기자 jawoon62@naver.com

#여행 팁

1) 남이섬 가는 길

강변북로 - 구리 - 도농삼거리서 - 46번 일반국도(청평, 가평, 춘천방면) - 남양주 - 마석 - 대성리 - 청평 - 가평오거리(우측의 SK경춘주유소끼고 우회전) - 75번 일반국도 - 800m 좌측의 현충탑끼고 좌회전 - 600m 남이섬 선착장 도착 *주차는 남이섬주차장(4천원)에서 하는 것이 좋음.(정관루호텔 이용객은 1회만 결재)

2) 남이섬 안에서 식사

유명 숯불닭갈비 '섬향기' 031)581-2189, 토속식당 '고목식당' 031)582-4443, 중국요리전문점 '화쟈이웨네 남이섬점' 031-580-8081, 한식전문점 '남문' 031)580-8055 / 보통 평일에는 8시까지만 한다. 남이섬 식당 중 가장 늦게까지(저녁10시) 문을 여는 식당은 '남문'이다. / 호텔 '정관루' 식당에서는 조식 뷔페를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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