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기사

이 기사는 0번 공유됐고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신종석

충북중앙도서관 영양사

"빼빼빼빽 삣삣삣 빽빽빽뺏" 아침이면 나를 깨우는 새소리이다. 어느 날 갑자기 이 소리가 들렸다. 벌떡 일어나 밖을 내다보았다. 남편을 흔들어 깨우고 저 소리 들어 보라고 새 소리가 들리느냐고 물었더니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는단다. 창을 열고 밖을 보니 아침이 밝아오고 있었다. 그 뒤부터 나는 새소리 때문에 일어나야만 했다. 어찌나 시끄럽게 뺏뺏 거리는지 이제 남편도 그 소리가 들린다고 한다. 그동안 새는 계속 울었을 터인데 왜 이제야 들리는지 알 수 없단다. 아마도 우리는 익숙한 소리만 들으려는 마음이 있기에 그 소리가 들리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아니면 새 소리가 숲이 아닌 아파트 안방에서 들을 수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두지 않았기에 들을 수 없었는지 모른다.

그 뒤로 나는 아침이 밝으면 산책길에 나선다. 산책길에 살펴보니 철쭉 사이로 날아다니기도 하며 엉덩이를 깝작거리며 종종 거리는 참새도 보인다. 까치도 소나무 가지 높은 곳에 둥지를 틀고 부부애를 과시하며 깍깍 거린다. 나의 아침을 깨운 새는 직박구리 라는 것을 나중에 알았다. 그 녀석들이 대견하고 기특하여 그곳을 서너 바퀴를 돌았다.

우리 아파트는 아파트와 아파트 사이에 골목길이 있다. 이곳에 이사를 왔을 때에는 골목길은 황량 했다. 풀 한포기 자랄 수 없는 시멘트와 보도블록이 전부였다. 겨울에 눈이 내리면 날씨가 풀릴 때 까지 녹지 않았다. 그곳을 지나던 사람은 넘어지기 일쑤이고 사람들의 왕래는 거의 없는 길이 되고 말았다. 여름에는 뜨거운 지열로 인해 숨이 막힐 지경인 그 길을 걷고 싶어 하는 사람은 없었다. 아파트 베란다 에서 내려다보면 앞뒤를 가로 막는 높은 건물 뿐 이었다.

어느 날 삭막했던 골목길을 파헤치고 공사가 시작되었다. 보도 불록을 걷어내고 덤프트럭으로 흙을 실어 나르더니 붕대로 칭칭 감은 나무들이 하나 둘 자리 잡았다. 과연 저 나무가 숲을 떠나서 도시생활을 잘 할 수 있을까 싶어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처음 도시로 이사 한 날 "이곳에서 어떻게 살아야 하나!" 하며 걱정 했던 나의 마음과 같을 거라는 생각에 측은하기도 했다.

도시로 옮겨진 나무는 시름시름 앓더니 더러는 죽었다. 그것을 지켜보기만 할 뿐 아무런 힘도 돼주지 못했다. 그러나 기운을 차리고 열심히 도시 생활에 적응한 나무들은 뿌리를 내리고 잎을 키웠다. 이곳에 사는 녀석들은 산수유, 주목, 산딸나무, 소나무, 산사나무, 수수꽃다리, 박태기나무, 철쭉, 노각나무. 느티나무, 모과나무, 맥문동, 비비추도 보인다. 내가 아는 나무나 풀의 이름이다. 이 보다 더 많은 식물들이 살지만 이름을 몰라 불러 주지 못해 미안한 마음이다. 식물과 더불어 사는 매미,메뚜기,방아깨비,진딧물,나비,나방등 은 또 얼마나 많은가· 이곳은 이렇게 더불어 살 수 있는 숲이 되어가고 있다.

골목길은 새로운 이름도 얻었다. "아름다운 숲 길 이 아름다운 숲길은 복권기금〔산림청 녹색자금〕의 지원으로 조성되었습니다. 후원 복권위원회 산림청 녹색사업단" 이라는 표지석이 세워졌다.

아직 숲길이라는 이름이 걸맞지는 않지만 앞으로 숲길로 가꾸는 것은 우리 주민의 몫일 것이다. 도시로 숲이 내려와 사람과 함께 어울려 산다. 그리고 그 숲에서 오늘도 치열하게 생존 경쟁은 이루어지고 있다. 최상위 포식자인 사람들이 그들을 보호 한다면 숲은 아름답게 유지되며 우리는 편안한 휴식처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아름다운 숲 길, 거기에서 그들과 하나 되어 아침을 맞는다. 그 길은 아름답다.
배너
배너
배너

랭킹 뉴스

Hot & Why & Only

실시간 댓글

배너
배너

매거진 in 충북

thumbnail 308*171

윤현우 충북도체육회장, "재정 자율화 최우선 과제"

[충북일보] 윤현우 충북도체육회장은 "도체육회의 자립을 위해서는 재정자율화가 최우선 과제"라고 밝혔다. 윤 회장은 9일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지난 3년 간 민선 초대 도체육회장을 지내며 느낀 가장 시급한 일로 '재정자율화'를 꼽았다. "지난 2019년 민선 체육회장시대가 열렸음에도 그동안에는 각 사업마다 충북지사나 충북도에 예산 배정을 사정해야하는 상황이 이어져왔다"는 것이 윤 회장은 설명이다. 윤 회장이 '재정자율화'를 주창하는 이유는 충북지역 각 경기선수단의 경기력 하락을 우려해서다. 도체육회가 자체적으로 중장기 사업을 계획하고 예산을 집행할 수 없다보니 단순 행사성 예산만 도의 지원을 받아 운영되고 있는 형국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보니 선수단을 새로 창단한다거나 유망선수 육성을 위한 인프라 마련 등은 요원할 수 밖에 없다. 실제로 지난달 울산에서 열린 103회 전국체육대회에서 충북은 종합순위 6위를 목표로 했지만 대구에게 자리를 내주며 7위에 그쳤다. 이같은 배경에는 체육회의 예산차이와 선수풀의 부족 등이 주요했다는 것이 윤 회장의 시각이다. 현재 충북도체육회에 한 해에 지원되는 예산은 110억 원으로, 올해 초 기준 전국 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