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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3.07.22 15:13:05
  • 최종수정2013.08.04 00:44:01

변광섭

청주시문화재단 문화예술부장

불 꺼진 담배공장에 사람들이 하나 둘 모여들기 시작했다. 10년 넘도록 방치했던 터라 깨진 유리창 틈으로 보이는 것은 켜켜이 쌓인 비둘기똥과 먼지와 거미줄과 구역질나는 담배냄새 뿐인데 그곳을 바라보는 시선이 예사롭지 않았다. 사람들의 눈은 신비한 보물을 찾은 것처럼 초롱초롱 빛났다.

도심 한 복판에 이처럼 거대한 공장건물이 남아 있다는 것이 기적이라고 했다. 진작에 헐리고 대형 아파트나 쇼핑타운이 들어섰을텐데 옛 모습 그대로 온전하게 보존돼 있는 것은 운명이라고 입을 모았다. 개발논리에 밀려 근대산업의 유산을 가벼이 여기며 부수고 버리고 방치하기 일쑤였는데, 창조경제와 문화융성의 패러다임에 새로운 이정표를 제시할 수 있는 사례가 될 수 있다면 침을 흘렸다.

사람들은 낡고 방치된 폐공간이 문화의 숲으로, 예술의 바다로 변신시킨 사례가 세계 곳곳에 많다며 법고창신을 강조하기 시작했다. 화력발전소를 문화공간으로 탈바꿈시킨 영국의 데이트모던, 기차역을 세계적인 미술관으로 탄생시킨 프랑스의 오르세미술관, 군수기지공장을 아시아 최고의 미술시장으로 변모시킨 중국 798지구, 옛 항만시설을 예술인들의 창작공간으로 선보인 일본의 요코하마뱅크아트, 조선소 공장을 문화예술 쇼핑타운으로 발전시킨 캐나다 그랜빌아일랜드 등의 사례가 입에 오르내리기 시작했다.

그렇지만 다른 한 편에서는 꿈같은 얘기라며, 한국 실정에 맞지 않다며 에둘러 평가절하하거나 비아냥거리기도 했다. 당장이라도 철거하고 아파트를 짓든지, 대형 쇼핑몰을 유치하던지 해야지 꿈만 꾸면 되겠느냐며 핏대를 세우기도 했다. 실제로 국내에서도 버려진 공장건물을 문화공간으로 재생하는 아트팩토리 사업을 정부와 지자체가 나섰지만 이렇다 할 성과는 얻지 못했다.

대립과 갈등은 그리 오래 가지 않았다. 이곳에서 영화와 드라마를 촬영하면서 하나 둘 알려지기 시작했고, 2011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를 통해 세상 사람들의 주목을 받았기 때문이다. 드라마나 영화를 촬영하는 것은 공간의 특성을 살릴 수 있기 때문에 그렇다 치더라도 흉물스런 건물에서 국제행사를 개최하는 것은 부질없는 짓이라며 우려의 목소리도 있었지만 결과는 대만족이었다.

거칠고 높고 넓고 야성적인 공간에 작고 섬세하며 아름다운 예술작품의 조화가 돋보였다. 세계 그 어디를 가도 이런 공간은 찾을 수 없다고 했다. 특히 해외에서 온 작가나 문화기획자들은 대한민국 청주에서 새로운 문화혁명이 시작될 것이라고 했다. 이어령 전 문화부장관도 "바다가 없는 청주에 문화의 바다를 만들라"며 외쳤고, 시인 도종환은 "먼지조차 버리지 말라, 이곳은 숨 죽이고 있는 모든 것들이 예술"이라고 노래했으며, 뉴욕 퀸즈미술관장은 "드넓은 건물 그 자체가 생얼미인"이라며 칭송을 아끼지 않았다.

우리는 쇠락한 건물에 문화의 옷을 입히는데 그치지 않았다. 공예와 공예 밖의 다양한 문화양식들이 통섭 및 융합하면서 새로운 에너지를 발산했다. 건축, 디자인, 패션, 미술 등의 다양한 장르에서 공예정신을 찾고자 했다. 눈으로만 보는데 그치지 않고 직접 만지고 소장하며 일상을 아름답게 가꿀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대규모 페어관도 운영했다. 릴레이 명사특강, 가을의 노래 시인의 노래, 공예체험에서부터 춤과 노래와 퍼포먼스 등이 건물 안팎에서 펼쳐졌다. 무엇보다도 어린이도서관, 시민도슨트, 시민홈스테이, 시민자원봉사 등 5천여명의 시민사회가 함께 어깨를 맞댔으니 청주만의 독창적인 비엔날레가 만들어진 것이다.

불 꺼진 담배공장에 문화의 불을 켰다는 사실에 정부도 정책의 방향을 급선회하기 시작했다. 1천3백여 개의 대한민국 지역발전 사업 중 최우수 사례로, 대한민국 최우수 공공건축대상으로, 전국문화재단 지식공유포럼 사례발표 1등으로 선정되었다. 창조산업과 문화융성의 새로운 가치를 만들었다고 평가한 것이다. 시민사회도 하나가 돼 이곳에서 꿈을 펼치고 미래를 담자며 합창하기 시작했다. 버려진 담배공장이 맑고 향기로운 청주정신으로 새롭게 태어난 것이다. 가슴 떨리는 역사적인 무대의 중심에 시민이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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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기업 돋보기 1. 이을성 SSG에너텍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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