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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석

충북중앙도서관 영양사

신종석 "너의 목소리가 들려" 요즈음 인기 있는 TV드라마 제목이다. 다른 사람의 마음을 읽을 수 있는 초능력을 가진 주인공의 이야기다. 드라마를 보면서 나도 모르게 피식 웃음이 난다.

고백 하건데 나에게도 그런 초능력이 있다. 드라마와는 다른 이야기지만 말이다. 언제부터 인지 상대방의 마음의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처음부터 이런 능력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30년이 넘는 결혼생활과 오랫동안 직장 생활 중에 틈틈이 도를 닦은 결과물이다. 물론 따로 시간을 내서 도를 닦은 것은 절대 아니다. 그냥 스스로 도가 닦여졌다고 해야 맞는 말이다.

다른 사람 마음의 소리를 듣는 방법이 있다. 이것은 일급비밀이지만 큰 맘 먹고 털어 놓기로 한다. 먼저 마음의 각을 세우고 상대를 대 하면 절대로 마음의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우선 마음을 차분하게 가라앉히고 마음을 부드럽게 한다. 나의 마음에 티끌이 있으면 들을 수 없다. 상대방에 대한 선입견이나 미워하는 마음, 불신하는 마음이 있다면 실패다. 또한 상대방과 오랫동안 마음의 교류가 있어야 정확하게 그 사람의 마음의 소리를 들을 수 있다.

내가 가장 남감 했던 때는 첫 아이가 태어나서 부터다. 아이가 말을 하지 못하니 불편하거나 욕구 충족이 안 되면 앙앙 울기만 했다. 어린 나이에 엄마가 되어 아이와 어떻게 소통해야 할지 몰라 눈물만 흘린 날이 많다. 그러나 아이와 눈을 맞추고 아이의 표정을 살피다 보니 정확하진 않지만 아이의 마음을 대충 알 것만 같았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아이가 말을 하기 시작하자 나에게 생겼던 초능력이 사라지고 말았다. 나는 각을 세우고 아이와 기 싸움을 했다. 질책과 꾸중이 바른 교육 이라고 믿었다. 때로는 버릇없다는 이유로 회초리를 들기도 했다. 그러다 보니 아이와의 거리는 점점 멀어지고 말았다. 남편에게도 나의 화살은 수시로 날아갔다. 마음의 표현을 전혀 하지 않는 남편을 향해 인정머리 없는 사람이라고 단정 했다. 다른 사람들의 마음의 소리에 귀 기울이기는 보다는 내 목소리 내기에 바빴다. 그리고 나의 마음을 몰라준다고 혼자 서운해 하고 외로워하고 슬퍼하였다.

마음의 소리 듣는 초기에는 늘 한 박자씩 늦었다. 아이가 친구와 싸우고 울면서 들어오면 아이가 하고 싶은 말은 "엄마 나 좀 위로해줘요" 이지만 나는 왜 맞고 오느냐고 "너는 손이 없니 발이 없니" 하며 눈을 부릅떴다. 또한 늘 술에 취해 늦게 귀가 하는 남편이 미웠다. 그의 마음을 헤아리기 보다는 직장 생활의 고충과 어려움은 당신만 있느냐고 잔소리를 딱따구리 나무 쪼듯이 해댔다. 지나고 나서야 그때 아이가 나에게 마음으로 전하고 싶었던 말이나 남편이 나에게 하고 싶었던 말이 들렸다.

이제 나는 다른 사람의 마음의 소리를 잘 듣는다고 생각하는데 우리 가족들은 인정 하지 않는다. 그것은 아마 내가 다른 사람의 마음의 소리를 듣고도 발설 하지 않는 까닭 일 것이다. 나도 가끔은 마음의 소리를 잘못 들을 때가 있음을 인정 하지만 말이다.

오늘도 식탁에 앉은 남편의 안색이 안 좋다. 나는 대뜸 "이 여자가 남편 밥상을 너무 성의 없이 차린다고 말하고 싶은 거지?" 아차! 상대방의 마음의 소리를 들었으면 입 밖으로 발설하지 말아야 하는 불문율을 어기고 말았다. 남편이 씩 웃으면서 "또 소설을 써요 소설을....."제발 멋대로 생각 하지 말고 없는 얘기 만들지 마세요. 지금 속이 불편해서 밥을 먹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하고 있었어요. 사모님!" 하면서 웃는다. "그리고 부탁인데 어디 가서 미리 짐작하고 앞서가지 말아요. 그게 사람 잡는다고요."입 밖으로 마음의 소리를 발설한 죄로 나의 초능력은 봄눈 녹듯 사르르 사라지고 말았다.

오늘도 마음의 소리를 잘 듣기위해 내 마음의 티끌을 후~우 불어낸 후 출근길로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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