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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희순

청주교육지원청 장학사

올 여름은 유난히도 덥단다. 6월초인 지금도 숨이 턱턱 막힌다. 그런데 에너지는 비상상태라 온 국민이 합심하여 초절전을 하여야 할 때니 스스로 더위를 이겨내야 할 것 같다. 무더위에 마음만이라도 시원해 보면 어떨까 하여 지난 1월 26일 겨울산행 이야기를 떠올려 볼까 한다. 사무실에서 소박한 등산 동아리를 조직하여 가끔 산행을 했었다. 사무실의 복잡한 일상에서 일탈하여 자연을 접하면 새로운 에너지를 받고 참으로 좋아 과장님과 몇몇 직원들이 산을 찾았다. 금년 들어 1월 첫 산행을 덕유산으로 정하였다. 겨울산행의 꽃, 덕유산 상고대! TV나 화보에 찍힌 사진을 보면서 늘 보고 싶었던 풍경이었다.

산을 좋아하는 사람이면 겨울 덕유산 상고대를 보기위해 수차례 향적봉을 오른단다. 그토록 절정의 상고대를 만나기란 쉽지 않단다. 이번 겨울산행 코스를 덕유산으로 장소를 정한 후 '고대하던 상고대를 볼 수 있을까·' 하며 나는 잔뜩 기대에 부풀어 있는데 주말에 한파주의보가 예상된다는 일기예보를 듣고 젊은 회원들이 "어떡해요/ 코스를 변경할까요?" "그럼 무주 리조트 쪽에서 곤도라 타고 가서 향적봉을 가면 안될까요?" 무주 구천동-백련사-향적봉-중봉-오수자굴-백련사-주차장 까지 7시간 소요되는 산행 안내도를 보고 겁을 먹고 야단법석이다.

겨울산행인 만큼 보온 장비를 단단히 준비해야 한다는 과장님 말씀을 끝으로 토요일 7시 출발로 일정은 확정되었다. 한파주의보답게 새벽 찬 공기를 맞으며 '산소리 산악회' 회원 8명은 신년 맞이 산행을 출발하였다. 늘 산행에 맛있는 간식으로 기쁨을 준 소영이가 아침식사를 챙기지 못한 회원들을 위해 샌드위치를 직접 만들어 와서 차 안에서 맛있게 먹으며 즐겁게 출발하였다. 무주 IC를 빠져나와 리조트 쪽으로 접어들면서 창밖을 보니 생각만큼 눈이 많지 않았다. "야, 상고대 못 보겠는데?" 나는 조바심에 계속 목을 쭈욱 빼고 차창 밖으로 사방을 보며 상황을 살폈다. 무주리조트와 구천동으로 갈라지는 삼거리를 지나 구천동쪽으로 접어들자 덕유산 정상부분이 하얗게 보였다. "와아~~, 우리 상고대 볼 수 있겠어!" 탄성이 절로 나왔다. 들뜬 마음으로 1시간 40여분 만에 구천동에 도착하니 관광차들이 많이 있고, 숙박동 마다 차들이 꽉 차 있어 오늘 같은 생각으로 산행 온 분들이 많다는 생각에 흥분된 마음은 이미 덕유산 정상에 도착하였다. 등산 장비를 챙기고 아이젠을 신은 다음 설경의 구천동 계곡으로 접어들었다. 구천동 계곡의 설경과 얼음 속으로 흐르는 맑은 물소리는 추위를 무색하게 하였다. 계곡물이 얼어붙은 고드름 절벽은 자연이 빚어낸 신비로운 그 자체였다. 가슴 속 깊이 심호흡을 하여 자연이 주는 건강을 느끼며 백련사에 도착하였다. 백련사에서 향적봉 봉우리를 보니 어서 오라 손짓하는 설경에 가슴이 설레였다. 산행 길은 금년에 유난히 눈이 자주 내려 전부터 내린 눈이 녹지 않고 쌓여 있어 무릎까지 눈이 푹푹 잠겨 잠깐 두려움이 들게도 하긴 하였으나 영롱하게 햇빛에 반사하는 상고대를 보니 모든 고민이 사라졌다. 새~파~아~란 하늘에 밑동부터 잎새까지 한치의 틈도 없이 하얗게 덮인 하얀 서리꽃을 보며 '어머 세상에, 와~~아!' 하며 연신 감탄사를 내뱉으니 벌써 정상에서 내려오는 하산객들이 '여기는 아무것도 아닙니다. 정상에 가보십시오.' 하는 게 아닌가. 정상의 절경을 한시라도 빨리 보고파 마음을 재촉했지만 2시간이 넘게 올라온지라 몸이 말을 듣지 않았다. 상고대 터널에서 아름다운 절경을 하나라도 놓칠세라 무리지어 사진에 담는 모습을 구경하며 절경에 취해 가다보니 덕유산 정상 일대가 순백으로 덮여있는 절경에 눈앞에 펼쳐졌다. 눈 덮인 설경과 햇빛에 반짝이며 순백색으로 덮인 상고대는 확연히 달랐다. 정말 신이 내린 절경이었다. 하지만 정상은 매서운 칼바람에 컵라면을 먹으면서도 장갑을 벗을 엄두조차 낼 수가 없었다. 이렇게 매섭고 찬 공기를 품고 피어난 꽃이라 더욱 아름다운가 보다.

상고대는 '나무나 풀에 눈같이 내린 서리'로 급격하게 떨어진 기온차로 공기 중의 수분이 갑자기 얼어붙어 나무 등에 엉겨붙는 현상으로 상고대가 내리는 시기는 늦가을과 초겨울, 이른봄, 밤안개가 많고 기온차가 심한 해발 1,500m 안팎의 고산지대에서 주로 볼 수 있다고 한다.

상고대는 아무 때나 볼 수 있는 것이 아니고 운이 좋아야 한다. 상고대가 피었다가도 오후에 햇볕을 쬐면 금새 녹아들 수 있기 때문이다. 덕유산은 금강줄기와 구천동 계곡에서 올라오는 습한 안개로 축축하게 젖은 나무, 매서운 북풍에 얼어붙어 순식간에 서리꽃을 피운다고 한다고 한다. 산 정상에 올랐을 때 가시거리가 확보될 수 있는 좋은 날씨를 만나기란 쉽지 않다는데 정말 오늘은 축복받은 날임이 분명했다. 오늘을 볼 수 있게 해 준 자연의 신비로움에 감사하고 감사할 따름이다.

무더운 여름, 에너지 절약 초절전으로 힘들지만 덕유산의 상고대를 떠올리며 '더위야 물러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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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효진 충북도체육회 사무처장, "멀리보고 높게 생각해야"

[충북일보] 정효진 충북도체육회 사무처장은 "충북체육회는 더 멀리보고 높게 생각해야한다"고 조언했다. 다음달 퇴임을 앞둔 정 사무처장은 26일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지방체육회의 현실을 직시해보면 자율성을 바탕으로 민선체제가 출범했지만 인적자원도 부족하고 재정·재산 등 물적자원은 더욱 빈약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완전한 체육자치 구현을 통해 재정자립기반을 확충하고 공공체육시설의 운영권을 확보하는 등의 노력이 수반되어야한다는 것이 정 사무처장의 복안이다.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학교운동부의 위기에 대한 대비도 강조했다. 정 사무처장은 "학교운동부의 감소는 선수양성의 문제만 아니라 은퇴선수의 취업문제와도 관련되어 스포츠 생태계가 흔들릴 수 있음으로 대학운동부, 일반 실업팀도 확대 방안을 찾아 스포츠생태계 선순환 구조를 정착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선 행사성 등 현장업무는 회원종목단체에서 치르고 체육회는 도민들을 위해 필요한 시책이나 건강프로그램을 개발하는 등의 정책 지향적인 조직이 되어야한다는 것이다. 임기 동안의 성과로는 △조직정비 △재정자립 기반 마련 △전국체전 성적 향상 등을 꼽았다. 홍보팀을 새로 설치해 홍보부문을 강화했고 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