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기사

이 기사는 0번 공유됐고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웹출고시간2013.06.11 15:57:07
  • 최종수정2013.08.04 00:44:01

황선식

국립공원관리공단 속리산국립공원사무소

오랜만에 신선한 공기를 마시며, 새벽 산책 후 아파트 단지 옆 가로수 길로 발걸음을 옮겼다. 바쁘게 살다보니 계절의 호흡이 바뀌는 줄도 모르고 있었는데, 어느덧 일 년 농사일 중 가장 바쁘다는 절기(節氣)인 망종(芒種)이다. 망종은 벼, 보리처럼 까끄라기(수염있는) 곡식의 종자를 뿌려야 할 시기라는 뜻으로 사마귀나 반딧불이 나타나기 시작하며, 매화가 열매 맺기 시작하는 때다. 농가에서는 "발등에 오줌 싼다."라는 속담이 있을 만큼 모내기와 보리베기가 겹쳐, 일 년 중 가장 바쁜 시기를 보낸다. 또한 망종에는 '망종보기'라 해서 망종이 일찍 들고 늦게 듦에 따라 그해 농사의 풍흉을 점치기도 했다.

우리의 전통문화는 북방 유목문화(遊牧文化)와 농경문화(農耕文化)에 기반을 두고 외래문화인 불교의 영향을 받아 성장해 왔다. 여기서 말하는 문화(文化)란 라틴어 cultura에서 파생한 culture를 번역한 것이다. 본래 경작(耕作)이나 재배(栽培)를 뜻하였으나 점차 교양이나 예술을 지칭하는 의미를 가지게 되었다.

한편 이와 연관돼 문화재(文化財)라는 말도 자주 들어 알고 있을 것이다. 간단히 말하자면 인류역사(人類歷史)의 발자취라고 할 수 있다. 즉, 인간이 이룩한 유·무형(有·無形)의 문화 소산(所産)으로서 역사, 예술, 학술적 가치가 있고 인류생활을 이해할 수 있는 모든 것으로서 자연자원(명승, 지질 등)과 일상 생활자료, 과거의 모든 문화적 유산을 포함하고 있다.

그러면 국립공원의 문화자원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국립공원의 문화자원은 역사, 고고, 민속, 향토, 근대유산 등 그 종류와 내용이 다양하면서 풍부하다. 특히 국립공원에는 유서 깊은 전통사찰과 관련된 불교문화재(佛敎文化財)가 문화자원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현재 국립공원에 소재한 지정문화재는 659건인데, 이중 불교문화재는 484건으로 약 73%를 차지하고(2013년 3월 현재) 있다. 그 외에도 관리 손길이 잘 미치지 않는 비지정문화재 등을 포함한다면 상당수의 문화재들이 국립공원 내에 있다. 국립공원에 소재한 문화재들은 관리하기 어려운 것이 많다. 계곡 깊숙한 골짜기나 오솔길 외진 곳에 있는 경우, 미처 소유자나 지자체의 손길이 미치지 못해 방치되기도 한다. 이에 국립공원관리공단에서는 국립공원에 소재한 문화자원도 주요한 공원자원으로 삼고 2008년부터 현황조사로 기초자료를 확보하고 있다. 2010년부터 일부 지정문화재와 비지정문화재 모니터링을 함으로써 문화재 훼손위험을 줄이거나 예방하는데 노력하고 있다. 아직 수준과 성과는 미미하지만 국립공원 문화자원을 제대로 보전하고자 꾸준히 힘을 쏟고 있다. 여기에 관련기관과 지역주민 등 다양한 이들의 관심과 응원이 함께 한다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이웃나라 일본은 마을에 가치 있는 문화재가 있다면, 주민들 스스로 번을 서며 혹시라도 발생할 수 있는 도난과 훼손을 예방하고자 봉사한다고 한다. 문화재의 금전적 가치만을 먼저 생각하는 우리의 모습과는 많이 달라서 부럽기까지 하다.

우리가 살고 있는 21세기를 문화(文化)의 세기(世紀)라고 한다. 한 세기(世紀)에는 그 사회의 문화와 자연환경을 포함하고 당대를 살았던 이들의 삶이 녹아있다. 시시각각 변화하는 역사의 흐름 속에서 우리는 과거를 통해 현재의 모습을 발견하기도 한다. 우리는 과거에서 현재로, 현재에서 미래로 이어지는 창조와 순환의 수레바퀴를 통해 시공간(時空間)을 초월하고자 했던 선조들의 혜안을 본받아야 할 것이다.

요즘은 산행하기에 정말 안성맞춤인 날씨다. 산행하면서 만난 많은 사람들의 표정과 웃음에서, 그들과의 사소한 대화 속에서 산은 사람들의 마음을 편안하게 하는, 요즘 표현대로라면 힐링의 최적지다. 산을 찾아 마음의 양식을 쌓는 것도 좋지만, 선현들은 왜? 이곳에 수많은 문화유산(文化遺産)을 남겼는지 그 의미를 생각해보고, 유구한 정신적 자산(資産)을 후세에 어떻게 온전히 물려줄 지 고민해보는 것은 어떨까?

오늘도 산에 가면 늘 나무에게, 바위에게, 묵묵히 그 자리를 지키고 있는 절터와 마을 어귀 돌장승에게 말을 걸어 본다. 오랫동안 그 자리를 지키고 있는 역사의 향기를 음미해 보며...
배너
배너
배너

랭킹 뉴스

Hot & Why & Only

실시간 댓글

배너

매거진 in 충북

thumbnail 308*171

조길형 충주시장 "부담 없는 시민골프장 추진"

[충북일보] 조길형 충주시장이 공익적 차원에서 시민골프장 조성 계획을 세우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비싸진 골프장 요금과 관련해 시민들이 골프를 부담 없이 즐길 수 있게 하겠다는 취지인데, 갑론을박이 뜨겁다. 자치단체장으로서 상당히 부담스러울 수 있는 시민골프장 건설 계획을 어떤 계기에서 하게됐는지, 앞으로의 추진과정은 어떻게 진행되는지 여부에 대해 들어보았다. ◇시민골프장을 구상하게 된 계기는. "충주의 창동 시유지와 수안보 옛 스키장 자리에 민간에서 골프장 사업을 해보겠다고 제안이 여럿 들어왔다. '시유지는 소유권 이전', '스키장은 행정적 문제 해소'를 조건으로 걸었는데, 여러 방향으로 고심한 결과 민간에게 넘기기보다 시에서 직접 골프장을 만들어서 시민에게 혜택을 줘야겠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충주에 골프장 많음에도 정작 시민들은 이용할 수가 없는 상황이 안타까웠다." ◇시민골프장 추진 계획은. "아직 많이 진행되지는 않았지만, 오랜 기간의 노력을 들여 전체 과정에 있어서 가장 중요하다 볼 수 있는 시민의 공감을 확보했다. 골프장의 필요성과 대상지에 대해 시민들이 고개를 끄덕여 주셨다. 이제는 사업의 실현가능성 여부를 연구하는 용역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