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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미옥

수필가

몇 년 전, 죽음을 넘나드는 대수술을 하고 병원에서 회복 중일 때였다. 장기들이 자리를 잡는 일정한 시간이 지날 때까지 물 한모금도 먹지 못하게 하는 것이 참으로 야속했다. 온몸을 예리한 바늘로 쉬지 않고 찔러대는 살인적인 고통 못지않게 견디기 힘든 건 갈증이었다. 입안이 바짝바짝 타들어 가는 듯해서 거즈에 물을 조금 묻혀 입술을 적시게 해달라고 요청했었다. 성경예화 중 이생에서 사는 동안 자기 배만 채우며 살다 죽어서 지옥에 간 어리석은 부자이야기가 생각났다. 그는 훨훨 타는 불 가운데서 제발 물 한 방울만 혀끝에 묻혀달라고 애걸해도 거절당한다. 상황은 달라도 그의 처지나 당시 내 처지나, 물 한 모금이 절실했던 건 비슷했다.

심히 고갈 상태일 때 절대 필요한건 금보다 귀한 자식도 돈도 아니다. 억 만 번 들어도 기분 좋다는 사랑보다도 급한 건 오직 물, 단 한 모금의 물이다. 군대에 다녀온 남성들이 행군훈련 중 논바닥에 고인 물을 마신 적도 있었다는 말을 들어 보았지만, 극심한 갈증의 고통을 직접 겪어보기 전까진 뼈저리게 공감하지 못했었다.

영혼의 갈증을 느껴보셨는가· 냉장고에 음식이 가득함에도 수시로 느껴지는 공복감을 아시는가. 이 무슨 배부른 소리인가. 죽을 것처럼 목이 탈 때는 한 모금의 물이 필요했지, 영혼문제나 정신세계는 생각할 여지가 없지 않았던가. 그러나 사람은 떡만 가지고는 행복할 수 없다. 사람이니까 고독을 느끼는 거라고 노래한 시인의 말처럼 사람에겐 의식주로 채워지지 않는 어떤 공허함이 있다. 인간은 그 뭔가를 향해 끝없는 갈증을 느끼며 사는 존재이다. 이 영혼의 갈증은 만만찮은 고통을 주어서 육신의 갈증 못지않게 중요한 문제가 된다. 그것들은 암세포처럼 심연 깊은 곳에 똬리를 틀고 있다가 기회를 포착하면 수시로 올라와 툭툭 쳐대며 괴롭힌다.

물질만능시대라지만, 그것만으로 채워지지 않는 갈증을 어찌하나. 삶이 푸석거리고 가슴이 헛헛하여 허허로운 벌판에 서있는 것 같은 외로움을 어찌하랴. 누구도 피해 갈 수 없는 그 허기를 채우려고 사람들은 여기저기 기웃거린다. 돈이나 권력, 명예를 쫒기도 하고, 한사람의 사랑에 만족하지 않고 위험한 사랑을 찾아 나서기도 한다. 하지만 모든 것은 지나가고 다시 고독을 느끼게 된다. 이치를 깨달아 심오한 도를 남긴 현인들이나, 뛰어난 능력으로 과학이나 학문에 장족의 발전을 이룬 분들이라 해서 영혼의 갈증을 피하는 특혜를 누리었노라 말한 것을 들어 보지 못했다.

내 가슴에서도 윙윙 바람소리가 났던 시절이 있었다. 자아상실감으로 세상은 회색빛이고 삶이 무미건조하여 우울했었다. 그런데 기적처럼 예수님이 찾아오셔서 문을 두드리셨다. 나는 단지 문을 열어 그분을 영접했는데 그 후로 자존감이 살아나며 점점갈증이 해갈됐다. 성령이 내주하는 이는 가슴 밑바닥에서 파란물줄기가 반짝거린다. 그분으로 인하여 생수한잔을 마신 것처럼 삶이 시원하고 평화가 강처럼 흐른다. 비록 뛰어난 현인들처럼 커다란 업적을 세상에 남기기지는 못할지라도 나는 행복하다. 영혼이 목마른 이들이여 예수님을 만나보시라. 반드시 행복해지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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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일보가 만난 사람들 - 단양교육지원청 김진수 교육장

[충북일보] 몇 년동안 몰아친 코로나19는 우리 나라 전반에 걸처 많은 염려를 낳았으며 이러한 염려는 특히 어린 아이들에게 실제로 학력의 위기를 가져왔다. 학력의 저하라는 위기 속에서도 빛나는 교육을 통해 모범 사례로 손꼽히는 단양지역은 인구 3만여 명의 충북의 동북단 소외지역이지만 코로나19 발 위기 상황에서도 잘 대처해왔고 정성을 다하는 학교 지원으로 만족도도 최상위에 있다. 지난 9월 1일 자로 단양지역의 교육 발전에 솔선수범한 김진수 교육장이 취임하며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고 있다. 취임 한 달을 맞은 김진수 교육장으로부터 교육철학과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과 단양교육의 발전 과제에 대해 들어 본다. ◇취임 한 달을 맞았다, 그동안 소감은. "사자성어에 '수도선부(水到船浮)'라는 말이 있다. 주희의 시에 한 구절로 강에 물이 차오르니 큰 배도 가볍게 떠올랐다는 것으로 물이 차오르면 배가 저절로 뜨더라는 말로 아무리 어렵던 일도 조건이 갖춰지면 쉽게 된다는 말로도 풀이할 수 있다. 교육장에 부임해 교육지원청에서 한 달을 지내며 교육장의 자리가 얼마나 막중하고 어려운 자리인가를 느끼는 시간이었다. 이렇게 어렵고 바쁜 것이 '아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