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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수

수필가·딩아돌하문예원 이사장

통합 청주시 4개구(區) 이름 짓기가 막바지에 이르렀다. '상당' '흥덕'에 어떤 이름이 짝을 이룰 것인가. 관심이 모아지는 가운데 그동안 다각적인 절차를 거쳐 압축된 후보군 면면을 보면 방향이 제대로 잘 잡힌 듯하다.

40년 쯤 전이던가. 상당공원 이름을 지을 때의 일이 생각난다.

당시 경부고속도로 개통이후 청주 진입로로 각광을 받게 된 사직대로 동쪽 끝에 호텔 역할을 하던 금수장여관이 길을 막고 있었다. 박정희 대통령이 한마디 했다던가, 아무튼 이 건물을 헐어 내고 그 일대를 공원으로 조성할 때 '관문공원'이란 이름이 쉽사리 확정되는 듯 했다.

청주를 방문하는 내방객 쪽에서 보아도 찾기 쉽고 어울린다며, 지역의 유력 인사들이 입을 모았기 때문이었다. 여기에 반론을 제기한 사람들이 있었다. 애향심이 남다른 젊은 언론인, 문인들이었다.

"관문에 있다고 관문공원이라면 아기는 아기, 어른은 어른이라고 짓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 천년 고도에 걸맞는 고유한 이름을 붙여야 한다."는 속이 후련한 논리였다.

이 전향적인 문제 제기를 받아 준 이가 채동환 시장이었다.

"맞어. 나도 남일면 사람이지만 남쪽에 있다고 남일, 남이 북쪽에 있다고 북일, 북이 하는 식은 좋지 않아."

이런 역사의식을 가지고 있던 결정권자가 문화인들의 손을 들어 주었다. 하여 나는 재임동안 청주 발전을 앞당긴 시장님의 많은 업적 그 맨 위에 '상당'이란 이름을 얹고 싶다.

"자네 문학을 한다고· 해학이 뭔지 알어· 해해 웃다가 학 하고 넘어지는 거여."

"경찰(警察)이란 말씀(言)을 공경스레(敬)하고, 갓 쓰고 제사 지내듯 국민을 잘 보살펴라, 이런 뜻이야."

나의 뇌리에 각인되어 있는 익살과 재기 넘치는 채동환 어록, 오늘에 떠올려도 웃음이 절로 나온다.

이 때 만일 '관문공원'이라 지었다면 훗날 '상당구, 흥덕구'가 아니라 출장소 명칭대로 동구, 서구라 붙여졌을 법도 하다. 또 성안길도 그냥 본정통이란 이름으로 굳혀졌을지도 모른다. '상당공원'이란 첫 단추가 잘 꿰어진 덕분이 아닐 수 없다.

이런 맥락에서 95년 라기정 시장시절 상당, 흥덕구란 이름이 붙여지면서 역사문화도시가 더욱 빛을 발했다. 라 시장의 의지와 박상일 청주대박물관 학예실장의 역할이 컸던 두 번째 단추인데, 의미 있게 음미되는 것은 그때의 시민 설문조사에도 경합을 벌였다는 '서원', '주성'이 이번 4개구 명칭 후보에도 유력하게 부각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청주인들의 성숙한 문화의식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이번 새 이름을 다는 네 개의 구를 갖추고 명년 7월 닻을 올리는 거함 청주호(號)는 차로 말하면 이륜차에서 사륜차, 즉 네 바퀴를 단 차에 견줄 만하다. 그것도 앞뒤에 동력이 달린 사륜구동차(四輪驅動車)가 아니겠는가. 이제 강력한 성장엔진을 단 청주는 천년의 잠에서 깨어나 중부권 핵심도시로 거듭 날 운명을 맞이했다.

한반도를 사람의 몸에 견줄 때 위(胃)자리는 충청북도이고 그 수부(首府)가 청주이다. 옛날 삼국의 접점지역에 위치하여 고구려, 신라, 백제의 각축장이 되었을 때부터 세 나라의 문화적 요소들이 흘러 들어와 공존하면서 융합, 조화의 문화를 형성할 수 있었고, 이후 동서남북의 문화를 잘도 보듬어 온 소통의 장(場)이 청주였던 것이다.

지난 산업화시대를 눈과 귀의시대였다고 한다면, 21세기는 나와 다른 문화를 받아 들여서 내 것으로 만드는 '위의시대'이다. 사륜구동을 단 청주호가 문화융성의 중심축으로 우뚝 서야할 당위성이 여기에 있다.

애향심의 꽃으로 피어날 새 이름에 축복이 넘치기를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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