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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태국

전 충주중 교장

우리 전통 밥상 위에는 언제나 종지가 한두 개 놓여있었다. 간장종지, 고추장 종지 두 개는 기본이고 더러는 쌈장으로 된장을 여러 가지 양념을 첨가해 함께 놓이기도 했었다. 사람들은 여러 가지에 간섭하는 사람을 두고 '저 사람은 떡 상 위 꿀 종지야.' 또는 '밥상 위 간장 종지 같다.'란 말로 빗대 말하기도 했다.

근간 사람들은 저 염식 식사에 연연하는 편이다. 세상사 모두가 과유불급(過猶不及)이라 했다. 너무 과하면 모자람만 못 하다는 뜻이다. 사실상 소금을 너무 적게 섭취해서도 우리 건강을 지킬 수 없고 너무 지나치게 많이 먹으면 각종 질환을 염려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아무튼 우리민족은 비교적 염분섭취가 너무 많다는 건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이다.

현재 젊은 층과 고령자들 간 음식 맛이나 염분 양의 정도 때문에 많은 가정이 의견충돌을 빚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성싶다. 고령 측에서는 싱겁다고 하고, 젊은이들은 짜다고 한다. 더러는 주부들의 솜씨가 도마 위에 올려 지기도 한다. 밥상을 앞에 두고 맛 타령을 듣기 좋아할 주부는 없다. 어쨌든 그 중심에는 짜거나 싱겁다는 점이 가장 대두되는 편이라 본다.

시대성이 많이 변하다보니 밥상에 과거에 꼭 놓였던 종지가 거개 없어진 편이다. 사실 잘 들여다보면 우리 선현들의 지혜가 더욱 돋보인다. 몇 가지 조미료가 될 수 있을 간장, 된장, 고추장 종지를 올려놓으면 함께한 사람마다 기호에 맞춰 새로운 맛을 낼 수 있도록 간편하게 요리를 할 수 있을 것이다. 아무리 한 가족일지라도 입맛까지 다 같을 수는 없는 것이니까 나름 좋은 지혜란 말이다.

기왕에 맛과 관련된 말을 꺼냈으니 한 가지 더 덧붙여둘 말은 음식을 먹을 때 앞서 먹은 음식과 뒤이어 먹는 음식 맛은 서로 맛의 조화를 빚기도 한다. 즉, 비린 맛 뒤에 어떤 음식을 먹느냐에 따라 비린 맛을 깨끗이 지워주기도 하고 비린 맛을 더 역겹게 하는 경우도 있다. 따라서 음식을 먹는 사람이 음식을 먹는 순서를 감안해 먹는다면 자신의 입맛을 더욱 조화롭게 할 수도 없지 않겠다. 그 중에는 상극적인 두 가지 맛을 조금이나마 잘 아우르는 음식도 존재한다.

주부들이 매끼마다 밥상을 차리느라 여간 고민을 하지 않는다. 그 노고를 배려하는 차원에서라도 자신에게 딱 맞춰주기를 요구하지 말고 지혜롭게 밥상 위 요리를 각자가 하면 참 좋겠다는 생각이다.

우리사회는 무척 다양한 사람들로 구성돼 있다. 한 마디로 비판해 보자면 관주도적 사회상에서 어느새 주민 비위맞춰주기 식 행정으로 치닫고 있는 모습이라 하겠다. 우리사회 도처에서 주민들의 목소리가 제각각 드높다. 그러고 보면 크든 작든 행정을 이끌고 있는 사람들도 우리 주부들 마냥 어느 장단에 춤을 춰야 할지 무척 난해할 것 같다.

반면 혹시라도 주부가 자기 주도적으로 요리를 한 다음 온 가족들이 무조건 먹어주기만을 강요한다고 하면 또 다른 소음이 뒤를 이을 것은 자명하듯이 행정 시행자들 역시 주민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데 마음을 다해야 더 좋은 사회상을 빚을 수 있겠다.

우리사회 도처를 살펴보면 밥상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 같다. 공중도덕을 바탕으로 내 자신이 필요로 하는 걸 지혜롭게 찾고 활용한다면 더욱 유익하고 편리한 생활을 요리할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아니 우리는 이미 밥상 위의 요리를 하듯 그렇게 사회생활을 해왔고 해 나가고 있다고 본다.

가정에서 끼니마다 온 가족들의 밥상을 준비해 주는 주부들만 탓하지 말고 각자마다 입맛에 따라 밥상 위 맛내기를 나름대로 해서 먹듯, 자칫 특정인이나 탓하며 자신 입맛을 맞춰달라고 탓하고 불만할 게 아니라 사회생활도 자기의 필요나 기호에 맞도록 사회의 요소요소를 찾고 지혜롭게 적용해 조화를 빚어가는 생활을 꾸려간다면 좋은 삶을 빚을 수 있을 것이다.

조화로운 사회생활을 빚기 위해 밥상 위의 맛내기를 준용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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