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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혜

청주교대 부설 충청교육연구소 (국어교육과) 교수

'학교 가는 길'이라는 피아노 연주곡이 있다.

경쾌한 멜로디를 듣고 있노라면, 발걸음도 가볍게 친구들과 재잘재잘 이야기를 나누다 까르르 웃음을 터트리기도 하면서 학교로 가는 아이들의 모습이 떠오른다. 어른이 된 작곡가의 추억 속 학교는 유쾌하고 다정한 수다가 있던 공간이었던 모양인데 지금 학교에 다니는 아이들에게도 그렇게 느껴지는지는 의문이다. 학교 가는 길이 어떤 아이들에겐 즐겁지만 어떤 아이들에겐 무의미하게 반복되는 일상일 뿐이고, 또 어떤 아이들에게는 짜증나는 숙제이다.

5회에 걸쳐 충북 지역 학생들의 생활 및 의식 전반을 점검하고, 공교육의 문제점을 개선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 보기로 한다.

학교에 간다는 설렘은 잠시, 클수록 작아지는 아이들

초등학교 입학통지서를 받은 아이들은 이제 진짜 형, 누나가 된다는 뿌듯함과 낯선 공간, 낯선 사람들 사이에서 잘 해낼 수 있을까 하는 걱정 사이를 오가며 학교에 갈 날을 손꼽아 기다린다. 그런데 걱정 반 설렘 반으로 초등학교 교문에 들어섰던 아이들 중 상당수는 학년이 올라갈수록 학교에 가기 싫어하는 아이가 되어간다. 시쳇말로 "대체 왜 이러는 걸까요·"

'지난해 말 청주교육대학교 부설 충청교육연구소가 실시한 <충북 초·중·고 학생 생활과 의식 조사' 결과에 따르면, 충북 지역 학생들은 자기 자신에 대한 평가와 이해 정도를 의미하는 자아 개념 전반에 걸쳐 초등학교에서 중학교, 고등학교로 학교급이 올라갈수록 자아 개념이 낮아지는 경향을 보였다.

충북 지역 학생들은 친구를 포함한 주변 인물들과의 관계 및 사회생활, 가족 구성원 및 가족 관계, 자기 자신의 능력 등 자아 개념 전반에 대해 비교적 긍정적으로 인식하고 있었지만, 학교급이 올라갈수록 자기 자신에 대해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학생들이 늘어나는 경향을 보여준 것이다.

자기 자신의 몸에 대한 인식이나 가족 관계에 대한 인식은 중학생보다 고등학생이 긍정적이었지만 초등학생 때와 비교하면 전체적인 경향을 바꿀 정도의 변화는 아니었다.

학년이 올라갈수록 자기 자신에 대한 인식이 더 좋아지는 것이 아니라 나빠지는 경향은 현재 다니고 있는 학교에 대한 학생들의 만족도와 일정한 상관관계를 보였다. 충북 지역 초등학생들은 5점 만점에 평균 3.68점 정도로 학교에 대해 비교적 높은 만족도를 보였지만 중학생들의 학교 만족도는 3.13점으로 떨어졌고 고등학교에서는 2.98점으로 만족도가 더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학생들이 상급 학교로 진학할수록 학업 스트레스나 교우 관계의 어려움을 호소하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 충북 지역 학생들의 국어, 영어, 수학, 사회, 과학 등 5개 교과 수업에 대한 이해도는 초등학교에서는 평균 4.10점이었다가 중학교에서는 3.34점으로 큰 폭으로 떨어지고 고등학교에서는 3.20점으로 그보다 더 떨어지는 경향을 보였다. 학업 스트레스에 대학입시 스트레스가 더해지면서 학생들의 학교생활은 이른바 '출구 없음'의 상태에 가까워지는 것이다.

그나마 학교생활의 출구가 되어주어야 할 교우 관계도 녹녹치가 않다. 가치관에 대한 조사에 따르면, 친구들과의 우정을 유지하는 것에 대해 학교급이 올라갈수록 오히려 중요하지 않다고 인식하는 학생들이 늘어났다. 학교 폭력을 근절하겠다는 교육 당국의 의지와 노력에도 불구하고 집단 따돌림이 일상화되고 당연시될 조짐마저 보이는 상황에서 학생들의 학교생활이 행복할 거라는 기대를 갖는 것 자체가 무리일 수밖에 없다.

학교 폭력 문제가 가장 심각한 중학교에서 교우 관계에 대한 만족도가 가장 낮게 나타나는 것은 당연한 결과이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중학교에서 저점을 찍은 학교 폭력 체감 안전도나 교우 관계 만족도가 고등학교에서 다시 높아지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는 친구들과의 관계가 회복되면 학교 가는 길이 조금은 더 즐거워질 수 있음을 말해주는 대목이다.

학업 스트레스와 관련해서도 출구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충북이 2012년 국가 수준 학업성취도 평가에서 4년 연속 전국 1위를 차지한 것에 대해 교육청의 정책적 노력에 따른 성과라고 평가하는 이면에는 보충수업 확대 등의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없지 않았다. 다행히도 올해부터는 국가 수준 학업성취도 평가가 전면 폐지되고, 중학교 시험도 국어 영어 수학 3개 과목으로 축소된다고 한다. 학교 및 교육청 간의 과열 경쟁을 부추기고 학생들에게 과도한 시험 부담을 지웠던 학업성취도 평가의 이 같은 변화가 학생들의 학교 만족도에 변화의 바람을 불러올 수 있을지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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