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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3.05.15 16:18:06
  • 최종수정2013.08.04 00:44:01

변나영

음성가정(성)폭력상담소장

우리사회의 성희롱 문제는 참으로 심각하다. 최근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의 성추행 논란 속에 성희롱 문제가 국내외로 까지 확산되어 거의 매일 언론매체에서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모 방송국의 개그 프로그램에서 '갑을(甲乙)컴퍼니'라는 코너가 있다. 어느 회사를 배경으로 신입 사원, 대리, 부장, 사장 사이에 놓인 계층적 관계를 코믹하게 풀어낸다. 이는 사실 우리사회의 현 모습을 시사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갑'과 '을'의 관계에서 을인 계약직이나 인턴 여사원들에게 자행되는 성희롱, 성폭력은 줄어들 조짐이 보이지 않고 있다. 한국여성민우회에 접수된 지난해 직장 내 성폭력 상담 125건 중 계약· 파견직 등 비정규직 여성의 피해 사례는 거의 절반(48.8%)에 이른다.

여성가족부의 최근 성희롱 실태조사에서도 비정규직을 대상으로 한 성희롱 비율은 정규직보다 2배 이상 높았다. 이는 무엇을 말하는가· 힘을 가진 자에 의한 사회적 폭력이 지속되고 있으며 아직도 우리 사회는 성희롱, 성폭력 사건의 심각성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여성발전기본법에 따라 2006년부터 공공기관은 1년에 한 차례 한 시간 성희롱 예방교육을 시행하여야 한다. 필자도 여성가족부 성희롱예방전문강사로 위촉되어 학교 , 군부대, 경찰서 ,관공서 등 여러 곳으로 강의를 나가고 있는데 대부분 강의를 의뢰하는 기관들의 공통적인 요구 사항이 있다. 일단 무조건 짧고 재미있게 해달란다. 보통 처음에는 교육시간을 1시간으로 요구하다가도 몇 차례 통화가 오고가다보면 그 기관의 윗분들이 30분 이내로 짧게 해달라고 하시니 제발 그렇게 해달라고 간청까지 한다. 거기다 사업주나 고위관리자들은 너무 바쁘셔서 교육에 참여하기도 어렵단다.

어찌 보면 그들에겐 교육의 내용이나 효과성보다는 일단 교육을 받았다는 점만이 중요한 것이다.

직장에서 겪게 되는 성희롱 피해 경험은 직장 생활에서 일어나는 여러 가지 힘든 점 가운데서도 건강한 조직 문화를 해치는 가장 큰 저해 요인으로 나타나고 있으며 실제로 그 수많은 성폭력 피해자들의 고통은 그 어떤 것으로도 다 설명하지 못할 것인데 어찌 성희롱예방 교육을 짧고 재미있게 해달라고 하는지 이해하기가 어렵다.

피해자 입장에서는 참고 견디지 말고 용기를 내어 문제를 제기하고 신고를 하라고 하지만 사실 현실에서는 피해자가 문제 제기를 하면 바로 계약해지나 해고 등 고용상 불이익으로 이어지는 일이 잦다 보니 오랜 기간 동안 자신의 목소리를 내지 못한 채 고통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 여성들도 많다. 성희롱. 성폭력 사건은 한 개인의 성적인 문제가 아니라 분명 사회적 힘을 가진자에 의한 폭력의 한 형태인 것이다.

최근 우리 사회는 정치인, 고위공무원, CEO, 심지어는 종교인 , 교육자 등 참으로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이 심심치 않게 성희롱, 성폭력 가해자가 되어 지면을 장식한다. 21세기 양성평등시대라면 무엇보다도 의식의 변화가 먼저 일어나야할 것이다. 사회활동을 하다보면 필자도 종종 불쾌함을 느끼게 되는 경우가 있는데 많은 남성들이 아직도 공적영역에서 만난 여성도 자신들이 사적 영역에서 만난 여성의 연장으로 보는 듯하다. 그리고 성차별적인 한국의 사회문화 구조 속에서 남성들은 여성들을 동료로서 어떻게 존중하고 대해야 하는지 훈련되어 있지 않다. 더 중요한 것은 특히 사회적 권력을 가진 남성들의 여성에 대한 인식이 바뀌지 않는 한, 성희롱에 대한 잘못된 인식들이 변화되지 않는 이상 이런 사건은 앞으로도 반복될 것이다. 각 직장에서는 성희롱이 미연에 방지될 수 있도록 실질적이며 효과적인 교육 시스템을 작동하고 국가차원에서는 좀 더 적극적인 예방 홍보활동과 관리 감독, 벌칙 조항 강화 등의 구체적인 사항들이 제대로 실시되어야 할 것이며 무엇보다도 건강한 사회문화를 형성하기 위해서는 성차별에 대한 민감성과 의식의 부단한 변화가 지속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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