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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의 걸음걸이는 세계에서 가장 빠르다. 1분당 한국인의 걸음 속도는 60~70보에 달한다. 초당 한 걸음씩 걷는 셈이다. 무엇이 그리 급한지 숫제 경보(競步) 경기를 벌이는 듯하다. 유럽인의 걸음 속도는 분당 20보 안팎이다. 우리 걸음 속도의 3분의1밖에 안 된다. 파리 장들은 길에서 생활하기를 좋아한다. 그들은 생활공간을 밀폐된 집안에서 광장이나 길거리로 확대시키고 있다. 마치 우리가 산보하는 식으로 거리를 배회한다.

여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우선 우리나라 기후는 사계가 뚜렷하다. 제철을 놓치면 농사를 망치게 된다. 따라서 봄에는 서둘러 씨앗을 뿌리고 여름이면 김을 매며 가을에 이를 수확한다. 계절을 따라가자면 부지런해야 한다. 그 다음으로는 잦은 외침 속에 피난보따리를 챙기던 습성이 DNA를 통해 전달되고 있는 것이다. 피난길은 자연 빠르기 마련이다.

이 같은 한국인의 ‘빨리 빨리 병’은 조국 근대화에 하나의 동인(動因)으로 작용하였지만 그보다 부작용이 더 많다. 경부고속도로는 세계 토목공사 역사상 최단기간이라는 기록을 세웠다. 그러나 준공 후 거의 매일같이 덧씌우기 등 보수공사를 벌이고 있다. 자고나면 무슨 빌딩이 하나씩 올라갈 정도로 우리의 건축문화는 초스피드다. 그래서 급하게 분양한 아파트는 으레 습기가 차기 마련이다. 벽에서는 물이 줄줄 흐르는데 거기가 도배를 해야 제대로 붙어있겠는가. 습이 차고 곰팡이가 슬고, 새 아파트 증후군은 실로 심각하다.

유럽인들의 건축공사를 보면 실로 답답할 정도다. 하루에 벽돌 열장만 쌓으면 일과가 끝이다. 벽돌이 굳어야 또 쌓는다는 게 그들의 지론이다. 유럽의 유명 건축물은 공기(工期)가 1백년 이상 걸린 건물이 수두룩하다. 스페인 바르셀로나에 짓고 있는 성모성당은 세계적인 건축가 가우디가 설계한 것인데 100년이 지나도록 완공치 못하고 있다. 당대에 못하는 아들 대에, 아들 대에 못하면 손자 대에 완성한다는 것이 그들의 사고방식이다.

우리의 조급증은 생활전반에서 폭넓게 나타나고 있다. 엘리베이터를 탈 때 닫힘 버튼을 굳이 누르지 않아도 문은 1~2초 후 닫히게 돼 있는데 이를 못 참아 닫힘 버튼을 누르기 예사다. 신호등에서 앞 차가 머뭇거리면 1초도 안 돼 클랙슨을 울려댄다. 커피자판기에 동전을 넣은 후 커피가 담겨지는 시간을 못 참아 출구에 손을 넣었다가 옷을 버리는 예도 자주 발생한다.

유럽의 은행에 가면 창구 앞에 노란 줄이 쳐져 있다. 하나의 고객이 일을 마칠 때까지 그 다음 손님은 노란 선에서 기다린다. 그런데 우리는 1열로 서지 않고 창구 쪽에 좌우로 몰려 팔꿈치로 옆 사람을 제치기 일쑤다. 그래서 나온 것이 질서유지를 위한 번호표다. 유럽인들은 화장실 출입구에서 순번을 기다리는데 비해 우리는 화장실문 앞에서 줄을 선다.

가게에서 유럽인은 주인이 고객 한 사람 한 사람을 차례로 상대하는데 비해 우리나라에선 동시에 여러 사람을 상대한다. 앞 사람의 물건 흥정이 끝나지도 않았는데 뒤늦게 온 사람이 불쑥 끼어들어 흥정을 해도 거래가 이뤄진다. 참으로 무례하고 참을성 없는 행동인데도 말이다.

중국 여행길에서 한국인 관광객이 들이닥치면 주인은 “콰이 콰이”(빨리 빨리)를 외쳐댄다. 특히 식당에서 이런 현상은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음식은 아무리 급해도 일정 시간이 지나야 익고 먹을 수 있는 데에도 한국인은 이를 재촉한다. 음식을 재촉하면 음식의 진미를 음미할 수 없다. 오죽하면 어떤 식당에서는 ‘아무거나’라는 메뉴를 갖추고 있다. 메뉴 고를 새도 없이 “아무거나 빨리”를 주문하는 손님이 의외로 많다.

한국인의 해외여행 스케줄을 보면 일주일 내에 5~6개국을 도는 것은 보통이다. 외국인이 보면 혀를 내두르는 스케줄이다. 여행지에서 풍광을 충분히 맛보기도 전에 사진 찍기가 바쁘다. 이런 한국인의 관광스타일을 빗대 외국인들은 ‘증명사진 관광’이라고 빈정거린다. ‘빨리빨리 병’이 반드시 나쁜 것은 아니지만 국민소득 3만 달러 시대에 걸맞게 우리의 삶도 조금은 여유로웠으면 한다.

이명박 정부의 공직개조 드라이브는 전환기에 필히 등장하는 현상이다. 공직사회 개조의 칼을 빼든 이명박 대통령은 청와대 회의시간도 앞당기고 책상도 다시 배치하였다. 국무위원들이 손수 커피를 타 마시는 장면도 보인다. 정부부처 순방에서 이 대통령은 공직의 무사안일을 꾸짖고 있다.

공무원들은 행여 자신이 퇴출되지 않을까 전전긍긍하고 또 어떤 곳에서는 근무시간에 영어공부를 하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그동안 철밥통의 폐단을 모르는바 아니나 이를 한꺼번에 몰아치면 소화불량에 걸릴 우려도 있다. 공직 개조는 마라톤과 같다. 처음에 너무 힘을 빼면 나중이 힘들어 진다. 국정 수행에도 한 박자 쉬어가는 숨고르기가 필요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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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일보가 만난 사람들 - 단양교육지원청 김진수 교육장

[충북일보] 몇 년동안 몰아친 코로나19는 우리 나라 전반에 걸처 많은 염려를 낳았으며 이러한 염려는 특히 어린 아이들에게 실제로 학력의 위기를 가져왔다. 학력의 저하라는 위기 속에서도 빛나는 교육을 통해 모범 사례로 손꼽히는 단양지역은 인구 3만여 명의 충북의 동북단 소외지역이지만 코로나19 발 위기 상황에서도 잘 대처해왔고 정성을 다하는 학교 지원으로 만족도도 최상위에 있다. 지난 9월 1일 자로 단양지역의 교육 발전에 솔선수범한 김진수 교육장이 취임하며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고 있다. 취임 한 달을 맞은 김진수 교육장으로부터 교육철학과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과 단양교육의 발전 과제에 대해 들어 본다. ◇취임 한 달을 맞았다, 그동안 소감은. "사자성어에 '수도선부(水到船浮)'라는 말이 있다. 주희의 시에 한 구절로 강에 물이 차오르니 큰 배도 가볍게 떠올랐다는 것으로 물이 차오르면 배가 저절로 뜨더라는 말로 아무리 어렵던 일도 조건이 갖춰지면 쉽게 된다는 말로도 풀이할 수 있다. 교육장에 부임해 교육지원청에서 한 달을 지내며 교육장의 자리가 얼마나 막중하고 어려운 자리인가를 느끼는 시간이었다. 이렇게 어렵고 바쁜 것이 '아직